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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형의 변화는 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김태형이 공부한다, 김태형이 제 시간에 맞춰 출석일수를 제대로 찍는다. 은은하게 퍼져나간 소문은 꽤나 대단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교실에 들어오며 태형을 쳐다보는 선생도 있었고, 간혹 태형이 펜을 들고 공부하는 진귀한 광경을 보기 위해 교실 창문을 힐끔거리는 학생도 나타났다. 무리도 아니다. 선생이 있던 말던 책상을 발로 차고 나가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던 문제아가 공부를, 그것도 성실한 자세로 한단다. 진도를 나간 페이지를 기억하며,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고 들어오는 기적까지도 일으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공부하는 김태형, 그리고 그 옆에서 말랑하게 웃고 있는, 박지민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반장.

  박지민은 누구인가. 무슨 대단한 힘이 있어 김태형을 변화시켰는가. 지민은 태형과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가깝게는 친하게 지내는 무리부터, 진로상담을 실천하는 담임과의 상담까지. 담임은 대체 그 비법이 뭐냐 열정적으로 질문하는 보조주방장이 되어 상담시간을 날려먹었다. 대체 무슨 수로 김태형이랑 친해진 거냐. 공부는 어떻게 시켰어. 지민은 대답하기 난감했다. 수학책을 놓고 온 날 이후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생각보다 김태형은 무서운 아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같은 반 친구들보다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고. 지민은 꼬치꼬치 캐묻는 담임에게 가장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려주었다. 그냥 태형이가 원래 하면 잘하는 거 같아요.

  물론 살아왔던 버릇을 쉽게 고칠 순 없다. 태형의 변화는 한정적이었다. 하루 수업시간의 반절은 여전히 엎어져 잤고, 아침 자습시간에 나타날 때보다는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중간에 처들어왔으며, 가끔 수업시간에 괘념치 않고 교실을 빠져나갔다가 되돌아왔다. 지민은 더 이상 태형을 보고 관짝을 생각하거나 병실에 누워있게 될 제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민아, 나 이거 문제집도 샀어. 잘했지? 지민아, 매점 질려? 왜 이거 밖에 안 사왔어. 내가 햄버거 사다줄까? 솔직한 다정함을 마구마구 뽐내는 태형은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걱정의 대상으로 등극했다.


  "지민아 어제 과자 맛있었지? 또 가져다 줄까? 젤리는 좋아해?"
  "응! 맛있었…아냐, 태형아 주지마."


  지민이 나름 심각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형은 곧장 공장까지도 사줄 기세로 의문을 제기했다. 왜? 줄게. 나 많아. 지민은 철 모르는 아이 타이르듯 진지하게 태형의 양손을 붙잡았다. 점점 태형을 지켜보면서 바뀐 생각을 줄줄이 진지하게 꺼내놓았다.


  "태형아 너가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요즘 세상이 진짜 험해. 막 하나 얻으려면 열 개씩 뜯어가구, 그리고 그거 친구 사이에서도 똑같다? 어떤 나쁜 애들은 잘해주면 이용해 먹으려고 한단 말이야. 내가 좋은 일 해주는 건 당연한 게 아닌데 나중에 가면 당연한 건 줄 안단 말이야. 태형이 너는 착한 의도로 하는 거지만 나쁜 애들이 누군지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조심해야 돼. 무조건 먼저 주고 그러면 안돼."
  "나 걱정하는 거야?"


  태형이 기분 좋다는 듯 흐흐 웃는다. 심각하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정작 당사자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으니 지민은 영 걱정이 쌓여만 갔다.


  "당연하지! 웃지 말구 잘 들어봐 태형아. 세상에 진짜 나쁜 놈들이 많다니까?"
  "응."
  "처음부터 심각하게 잘해주면 호구로 취급한다니까?"
  "응."
  "조심해야한다는, 그러니까 내 말 알아듣겠어?"
  "응. 걱정 마. 너한테만 잘해줄게. 어차피 그럴 예정이기도 했어."


  지민은 널 어쩌면 좋냐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제법 태형이 불쑥 던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에도 익숙해졌다. 이러다가 사기라도 당하면 어떡해. 보증은 서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돈 많아도 그런 건 하면 안돼. 지민이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입술을 톡 내밀고 있자니 태형은 볼을 긁적거렸다.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안심시키고 싶은 말을 찾았다. 태형이 신뢰감 주는 미소를 함박 발산했다.


  "나 사람 잘 패니까 진짜 걱정 마."


  지민이 너 괴롭히는 애들도 있으면 혼내줄게. 덧붙이며 태형이 손을 가져가 만지작거린다. 사람을 패라는 이야기가 아닌데. 지민은 오밀조밀 입을 달싹이다 결국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널 괴롭히는 사람은 신명나게 두들겨 패라하면 태형은 그대로 실천할 인물이었다. 대화로 살살 풀어나가라는 건 너무 잔소리인데. 가만 생각해보면 참 웃긴 걱정이다. 태형은 어마어마한 소문을 붙이고 다닌 인물이고, 실제로도 반을 방문하는 태형이 어울리는 무리들은 불량하기 이를 데 없다. 지민은 문득 어라,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반에 안 오는 거 같기도 하고. 아마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번 오더니 그 뒤로는 오지 않았던 거 같다.


  "근데 태형아 친구들은 교실에 안 와?"
  "누구?"
  "여기 막 와서 앉구 하는 친구들 있잖아."
  "친구? 음 친구…."


  태형이 고민된다는 듯 눈을 굴렸다. 친구인가. 혼자 중얼거리더니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말한다.


  "오지 말라고 했어."


  내가 불편해하는 거 알았나. 멋쩍게 목을 긁적거린 지민이 작게 말했다.


  "…나 때문이면 괜찮은데."
  "아냐, 너랑 있는 게 더 좋아."


  태형이 히 웃으며 만지작거리던 손에 깍지를 낀다. 엮인 손가락 마디마디 닿는 부분이 간지럽다. 지민은 어쩐지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콩콩 뛰는 심장이 솜뭉치라도 삼킨 것처럼 너무 간질거려 손을 넣어 벅벅 긁고 싶다. 진짜 얘는 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야. 그냥 물어본 건데, 김태형 아무말이나 막하구. 툭하면 태형이 가져가 주물럭거리던 손이 그 순간만큼은 유독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더웠다. 부담스러워진 지민이 깍지를 빼기 위해 손을 꼼지락거리자 한 마디는 더 큰 손이 콱 잡아온다.


  "왜? 싫어?"
  "어?"


  싫지 않은데, 오히려 매번 장난치듯 엮어온 손장난이 익숙해졌는데,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태형이 빤히 쳐다봐 오는 시선이 꼭 밧줄로 변해 손을 더는 빼내지 못하게 꽉 잡아오는 듯 하다.


  "싫어?"
  "그, 그건 아닌데. 친구끼리는 보통…."
  "잡으면 안돼?"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손 잡는 건. 태형은 큰눈으로 똑바로 지민을 응시하며 기다렸다. 손을 잡으면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친구끼리 손쯤이야 잡을 수 있는 건데. 친구끼리는 할 수 있는 건데. 지민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5교시를 시작하는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중간고사 서술형 확인해라. 수업을 핑계로 지민은 도망치듯 제 손을 빼냈다. 손을 빼도 심장은 연신 쿵쾅거렸다.


  "……."


  태형은 휑하니 빈 제 손을 내려보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책상에 풀썩 엎어졌다. 부러 지민이 준 샤프를 매만지거나 교과서를 쿡쿡 찌르는 게 실망한 기색이다. 그럼에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설렘으로 낯선 오후였다.







*   *   *







  중간고사가 끝난 교실은 하나의 밀림이었다. 시험이 끝났다는 명분을 앞세워 끼리끼리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돈 대신 휴지를 뽑아 도박의 작은 형태인 판치기를 벌인다거나, 단순하게 가위바위보를 통해 손목을 때리는 게임을 했다. 지민은 모처럼만에 점심시간 축구에 참여했다. 워낙 운동을 못해 부러 피했지만 매번 교실로 쌩하니 사라지다 인원수가 부족하다는 말에 걸려들었다. 맹수조련사 등장이라며 킥킥거리던 재현은 뒤통수를 축구공으로 후드려 맞은 뒤 얌전해졌다. 한판의 축구경기가 끝나고 우루루 몰려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을 해치운 유현이 반팔티를 펄럭거리며 말했다.


  "야 근데 박지민 너 이제 완전히 걔랑만 놀더라? 김태형이랑."
  "맞아, 새끼. 이제 권력의 맛을 알아서…아아 순진하고 주번 대신해주던 우리 착한 지민이는 이제 어디로 갔냐. 흑흑, 이 형은 슬프다."


  진한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한다. 지민은 어이없다는 듯 아이스크림을 한번 더 와작 베어 물었다.


  "너네가 오라고 해도 안 오는 거잖아. 태형이 괜찮은 애라니까."


  유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무막대를 질겅거렸다. 진한도 묘하게 썩어 들어가는 얼굴로 눈을 게슴츠레 떴다. 알고 보면 괜찮은 김태형. 실제로 김태형이 펜을 잡은 광경이나 얌전히 수업을 듣는 광경을 목격하긴 했다. 수상쩍은 침묵이 남발하는 가운데, 재현이 땀으로 흠뻑 젖은 상의를 탈탈 털며 말했다.


  "걔 우리는 취급 안하던데."


  여기저기서 제보가 쏟아진다.


  "맞아 교실에서 김태형이랑 말하는 거 너밖에 없어. 예전 너 자고 있는 쉬는 시간에 규리가 김태형한테 체육대회 참여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존나 씹었어. 아예 투명인간 취급해서 그냥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다 민망했음. 김태형 그거 있잖아. 그냥 눈동자만 움직여서 무표정으로 싸늘하게 쳐다보는 거. 잘생긴 건 인정하는데 존나 무서워. 무슨 얼음왕자인줄."
  "아 나 그런 적도 있었음. 박지민한테 노트필기 빌린 거 다시 돌려주러 책상 갔는데 김태형이 정색하면서 뭐냐고 존나 경계하면서 물어보더라. 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개어이없네. 무슨 내가 자기 꺼 뺏어가는 것도 아니고. 존나 살벌해서 그대로 몇 대 처맞는 거 아닌 가 걱정했다. 야 지민아 조심해. 안심하지 말고. 걔가 지금 잠깐 뭐에 맞아서 머리가 헤까닥 한 거라 너 살려두는 걸 수도 있어."


  지민은 괜한 걱정 사서 하지 않아도 된다 손을 휘저었다. 태형이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 느껴지는 온도 차가 크다는 건 안다. 그래도 알고 보면 잘 웃고 친절하고 다정한데. 태형을 변호할 수 있는 말이 알고 보면 좋은 애라니까, 한 마디뿐이라 답답하다. 직접 말 섞고 지내다 보면 착한 애라는 거 너네도 안 다니까. 무리는 혀를 쯧쯧 차며 김태형이 사실 박지민에게 최면이라도 걸어놓은 게 아니냐는 추리까지 제시했다. 지민은 미간을 팍 찡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래! 아니거든! 내 친구 욕하지 마!"
  "야 이건 욕하는 게 아니고 너가 걱정되니까…."
  "김태형 욕하는 게 걱정해주는 거야? 걱정 두 번 했다간 태형이까지 때리겠네! 너네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태형이가 너네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어? 제대로 말해본 적도 없잖아. 나쁜 자식들."


  아이스크림막대를 집어 던진 지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늘 유순하고 잘 웃고 넘기던 지민이 진심으로 화를 내니 무리는 당황했다. 야, 야 지민아 그게 그런 게 아니고. 쫓아가며 팔을 붙잡아도 지민은 뚝심있게 태형에 관한 말을 사과하지 않으면 듣지 않겠다 선언했다. 순한 사람이 진지하게 화를 낼 때 더욱 무섭다. 결국 무리는 사과와 더불어 노래방을 쏜다는 말까지 곁들었다. 지민은 쭉 내밀었던 입술을 넣고 나름 눈에 힘을 빡 뜨고 한번 더 주의시켰다. 너네 진짜 다음부터 그러면 안돼. 알았지?

  교실로 돌아오니 태형은 자고 있었다. 지민은 무리에게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다 싶다가도 그 얼굴을 보니 마음이 싹 풀렸다. 게다가 요즘 태형은 불량한 무리와 어울리지도 않고, 무시무시한 소문을 더욱 추가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얜 대체 밤에 뭘 하길래 맨날 학교에서 자는 거야. 가만 들여다본다. 속눈썹 진짜 길다. 잘생긴 애들은 자도 잘생겼구나. 웃을 때는 입이 이렇게, 이렇게 네모가 되는데. 세상 모르고 편하게 자고 있는 태형이 귀여워 지민은 프스스 작게 웃었다. 종이 치고 하나 둘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들어온 영어선생이 칠판을 두드리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지민은 태형을 골똘히 들여다보던 눈을 그제서야 거두고 교과서를 펼쳤다.


  "오늘 수행평가 있어. 짝이랑 같이 해와. 제출 안하면 기본 점수도 안 줄 거야."
  "쌤 너무해요!"
  "너무해? 너네가 더 너무하다. 서술형 빵점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채점하기 편하셨다면서요!"
  "손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야유가 여기저기서 우우우 터진다. 책상을 출석부로 두어 번 내리친 영어선생은 엄포를 놓았다. 아무튼 안 봐줘, 나라 하나씩 조사해서 영어로 발표해야 된다. 지민은 속으로 조용히 단정지었다. 태형이는 공부에 관심 없으니까 그냥 나 혼자 다 해야지. 딱히 억울하거나 한숨이 나오진 않는다. 태형이 잘할 수 있는 부분만 골라 주면 되겠거니, 태평하게 생각하며 어떤 나라를 고를지 목록을 적었다.


  "…아…."


  엎어져 자던 태형이 미간을 구기고 일어난다. 웅성거리는 교실이 시끄럽긴 했다.


  "깼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수행평가 한대."


  태형은 볼을 긁적거리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하면 되지 왜 시끄러워. 여태 수행평가라는 단어와 먼 행성에서 떨어져 산 사람답다.


  "짝이랑 같이 해야해서 그런가 봐."
  "…같이? 짝이랑?"
  "응. 우리도 해야해. 저기."


  지민은 수행평가 지시사항이 적힌 칠판을 가리켰다. 심드렁한 자세를 유지하던 태형은 돌연 흥미가 담긴 눈으로 칠판을 훑었다. 지민은 태형을 보지 않고 순식간에 세운 계획을 차근차근 말했다. 우리는 내가 다 조사해올게. 이거 영어로 써서 해올 테니까 태형이 너는 또박또박 읽는 연습만 해줘. 알았지?


  "별로 어렵지는 않을 거야. 쉽게 해줄게!"
  "이거 학교 밖에서도 만나는 거야?"
  "어? 글쎄…내가 혼자 해오면 학교에서만 해도 될걸?"
  "밖에서 만나자."


  태형이 방금 깬 사람답지 않게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지민은 머뭇거렸다. 굳이…. 만나도 얻을 플러스효과는 없어 보인다.


  "괜찮은데."
  "점수 잘 받아야지."


  중간고사 시험지에 이름만 쓴 태형은 뻔뻔하게 점수를 들먹거렸다. 지민의 손까지 덥석 잡아 끌고 왔다. 이미 표정만으로 점수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쏠린 티가 물씬 풍겼다. 평소 본인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구사력을 뽐내는 태형이 유능한 달변가로 변했다. 선생님이 둘이서 하라고 했잖아. 이건 협동심을 기르라고 내준 수행평가인거야. 너 혼자 하면 의미가 없잖아. 나랑 같이해. 지민은 하나같이 맞는 소리만 던지는 태형이 놀라워 눈만 꿈뻑거렸다.


  "이번 주말에 만나자."


  지민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   *







  학원이 열 시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시간은 11시다. 씻고 숙제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어느덧 한시가 되고, 6시간 자면 많이 잔다는 평을 듣는 대한민국의 눈물 나는 고등학생답게 하루가 그때서야 끝이 난다. 고되다는 말로는 부족한 하루 끝 지민은 침대에 등을 붙이면 잤다. 지민은 다른 날과 달리 이불에 폭 파묻혀 자는 대신 폰을 들고 고민했다. 내일이니까 연락을 한번 해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수행평가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형은 폰을 달라하더니 제 번호를 입력하고 지민의 번호를 받아갔다. 내일 시간 괜찮아?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장소와 시간까지 정한 태형은 입을 함박 벌리며 웃었다.


  "…좀 웃기네…."


  나 왜 연락하는 거 망설이지. 웃긴 일이다. 같은 친구 번호 받아서 연락하는 건데. 지민은 고민하다 채팅어플을 키고 들어갔다. 친구목록에 새로 추가된 사람 이름, 김태형. 이름을 확인하고 프로필 사진을 확인한 지민은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잠깐만. 지민은 다급하게 사진을 쭈욱 확대했다. 제대로 보고 서서 봐도 자면서 봐도 사진 안의 인물은 익숙한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거울로 보는 사람.


  "나잖아!"


  언제 찍은 건지 책상에서 눈을 감고 자는 사진이다. 찍은 자리는 옆도 아니고 바로 위다. 뒤통수꼭지와 더불어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통통한 입술이 눈에 확 튄다. 대체 언제? 찍은 지도 몰랐다. 지민은 언제 망설였냐는 듯 태형에게 채팅메세지를 와르르 날렸다.


  [태ㅐㅎ아]
  [형ㅇ아]
  [테]
  [김태형]
  [테형]
  [태혀아]
  [태태태태태ㅐ태태태태태태ㅐ태]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지민아. 태형이 보낸 글 옆으로 보이는 사진 탓에 지민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김태형이 이 프로필 사진을 달고 대체 몇 명이나 대화를 한 걸까. 사진을 올릴 거면 차라리 잘생기게 나온 사진을 올려주던가. 진짜 태형 말대로 빵떡처럼 생긴 게 뭔지 알 거 같다. 태형은 눈치도 없이 하트 이모티콘이나 보내고 있었다.


  [태태 이게 내 애칭이야?(하트)]
  [사진 언제 찍ㄱ엇어?]
  [잘 나왔지? 완전 귀여워]


  태형이 잠시 사라지더니 사진을 마구 전송한다. 끝을 모르고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고 지민은 귀끝까지 달아올라 이불을 퍽퍽 차냈다. 심각하게 다 못생긴 사진들 뿐이다. 입 벌리고 자는 사진, 체육이 끝난 쉬는 시간 머리가 하늘로 승천할 기세로 붕붕 들떠 자는 사진, 고개를 심각하게 꺽고 자는 사진. 심지어 머리가 산발인 사진은 볼까지 빨개 흡사 술 취한 사람 같다. 태형은 마지막 사진을 보내고 소감까지 덧붙여 보냈다.


  [ㅋㅋㅋㅋ내 빵떡]
  [아 못생겼어]
  [귀여워]
  [아냐]
  [아냐 귀여워]


  지민은 결코 물러설 생각 없어 보이는 반박에 졌다. 아기같다, 귀엽다, 말랑해보인다 하는 온갖 채팅메시지를 더 두고 보기 힘들었다. 사람 취향은 존중해야지. 그게 전세계에서 단 한사람만이 좋아할 것 같은 이상한 취향일지라도. 지민은 다시 이불에 털퍽 드러누워 항복했다.


  [아무튼 사진 바꿔]
  [귀여운데…]
  [내 허락없이 찍었잖아]
  [그럼 허락 맡으면 해도 돼?]
  [그래도 안돼]


  바로 이어지던 답장이 오지 않는다. 고민하는 모양이다. 차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짧은 메시지가 왔다.


  […정말?]


  순간 실망한 눈초리의 태형이 영상으로 머릿속에 펼쳐진다. 어깨에 기운이 빠진 자세로 눈만 굴리며 아쉬워하는 태형이 말을 거는 것 같다. 정말 안돼? 지민은 고개를 탈탈 흔들었다. 안돼, 박지민. 약해지면 안돼. 저런 못생긴 사진이 퍼지는 건 막아야 해. 응, 한 글자만 쳐서 보내면 되는데 손가락은 이성이 내리는 명령을 거부하고 쉽게 누르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태형이가 나쁜 의도로 올린 건 아니니까….


  [다른 사진들도?]


  하지만 저 사진들은 이상하고. 지민을 결국 한발 물러나고 말았다.


  [그럼 같이 찍은 걸로 하자]
  [우리 둘이?]
  [응]


  이상하게 잠깐 또 메시지가 바로 안 온다. 같이 찍는 건 또 안 좋아하나. 이상한 태형의 취향을 고려해보면 또 별나게 둘이 찍은 사진은 안 좋아할 수도 있다. 어쩐지 무안해진다. 딱히 나도 사진 그렇게 찍고 싶은 거 아니고 그냥 한 번 말해본 거지. 싫음 말고. 다소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툭툭 타자를 치고 있는데, 돌연 파도처럼 메시지가 밀려온다.


  [내일]
  [내일찍자]
  [완전 조ㅎ아]
  [내가 어디로 갈까?]
  [몇시에 가?]


  지민은 쭈욱 내민 입술을 회수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픽픽 웃음을 흘리며 답장을 하지 않자 태형으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진다. 진짜지? 어서 보고싶다. 지민아. 지민아 말해줘. 지민은 빙글 돌아누워 엎드린 자세로 베개를 끌어안았다. 정말 신기하게 또 심장 부근이 간질거려서 가만히 누워있을 수가 없다.


  [왜 너가 와ㅋㅋㅋ내가 가야지! 장소가 너네집인데!]


  그 뒤로 태형은 태태라는 애칭이 마음에 드는지 태태라 몇 번 더 불러달라 했다. 어서 그 짧은 몇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   *   *






  태형이 알려준 동네는 부자동네였다. 차 두대는 기본이요, 운동장 같은 평수를 자랑하는 아파트숲은연예인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산다 했다.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들이 주차장에 전시회처럼 쫙 깔려있었고, 아파트를 들어가는 입구는 관리인들이 삼중으로 통과하는 곳을 놓고 지키고 있었다. 지민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며 태형을 따라 쭈뼛쭈뼛 걸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릴 때만 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들어와."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앞치마를 맨 여성이 신발장으로 다가온다.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한 지민은 문득 위화감을 찾아냈다. 오셨어요? 존댓말이다. 태형은 무표정하게 끄덕이고 지민의 손을 잡아 지나쳤다. 여성은 당연하다는 듯 주방으로 다시 돌아간다. 복도를 지나 도착한 태형의 방은 운동장 같았다. 제 침대보다 두배는 더 커 보이는 침대가 한쪽을 차지했고, 책장이며 러그, 그리고 티비와 쇼파는 여느 평범한 가정집 거실보다 컸다.


  "…나 여기 밟아도 되는 거야?"


  밟기 황송할 정도로 비싸 보인다. 반은 장난이지만 반은 진심이 담긴다. 태형은 고급러그를 긴장된 자세로 내려보는 지민을 보고 허리를 접어가며 웃었다. 박수까지 짝짝 치더니 귀여워 죽겠다는 뜻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가와 볼을 꼬집고 논다.


  "어. 지민이 너는 나도 밟아도 돼."


  태형은 뭣하면 자신의 발을 밟고 지나가라며 발을 대주었다. 내 발이 이거보다 푹신하진 않지만 밟아. 얼굴이 살짝 붉게 변한 지민은 놀리지 말라며 태형의 어깨를 약하게 쳤다.


  "그런데 부모님은 어디 계셔? 인사드리구 와야지."
  "지금 없어."
  "아 그럼 중간에 오시면 해야겠다."
  "원래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아. 지민아 이거 볼래? 내가 좋아하는 거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 태형은 책장을 가득 채운 디비디 중 한 개를 꺼내들었다. 아, 이것도. 나 이것도 좋아한다. 방방 들뜬 어린아이처럼 여러 개를 골라 안는다. 지민은 부모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태형이 발산한 위화감에 빠져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편을 소개하는 느낌보다는, 전혀 관계없는 타인을 소개할 때처럼 무심하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어보려는데, 태형은 특유의 함박 웃는 미소를 보이며 디비디 산을 안고 다가왔다.


  "이거 빌려줄게."
  "이걸 다? 너무 많은데?"
  "하루에 하나씩 봐. 그거 알아? 영화는 새벽에 보면 더 좋아. 새벽은 조용하면서도 새롭고 신기하잖아."


  태형이 학교에만 오면 고개부터 묻고 자는 이유를 알았다. 받아. 태형이 안겨준 디비디를 쥔 지민은 불안하게 휘청거리더니 몇 개를 툭툭 떨어뜨렸다. 태형이 그제서야 볼을 긁적거리더니 가방을 아무거나 집어 준다. 학교에 들고 다니는 책가방과 비교해 족히 열 배는 넘게 비싸 보이는 가방이었다. 빌려주기 꺼릴 법도 하건만 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여기다 넣어서 가져가."
  "그래도 완전 많은데…."
  "그럼 내가 다시 집까지 나눠서 들어 줄게."


  태형이 믿으라는 듯 매력적으로 씨익 웃는다. 지민은 그 짧은 찰나에 심장이 또 한번 꽝 울렸다. 어떡해.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안되겠다. 지민은 빨리 대화를 정리하기 위해 가방을 받아 품에 꽉 끌어안았다. 꽃처럼 은은하게 물든 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화제를 돌렸다.


  "우, 우리 수행평가 하자! 나 쫌 있다가 학원 보충 가야 되니까 빨리 해야해. 너가 하자구 한 거니까 대충하면 막 때려줄 거야."


  황급히 들고 온 가방에서 필통과 책을 꺼낸 지민이 먼저 책상 앞에 자리잡았다. 태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잔등을 찡그렸다.


  "보충 꼭 가야 되는 거야?"
  "응 안 가면 집에 전화 와."
  "뭔가 널 뺏어가는 게 많다. 아 맞아, 우리 사진! 지민아 우리 사진 찍자고 했잖아."
  "수행평가 하구 찍자."
  "진짜? 뭐부터 하면 돼? 내가 다 할게."


  태형은 전투적인 기세로 펜을 붙잡고 달려들었다. 인터넷으로 나라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달라고 하니 바람처럼 날아가 타자를 두드린다. 지민은 곰곰이 뒤통수마저 잘생긴 태형의 뒷모습을 보면서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져들었다. 친구를 보고 원래 가슴이 이렇게 빨리 뛰나. 아닌데? 아니다. 여태 친구들과 어울리며 가슴이 빨리 뛴 순간은 체육시간 때 운동장을 같이 돌 때가 전부다. 심장이 정말 터질 것처럼 빨리 뛴 건 물리적인 자극 때문이라는 걸 안다. 가려진 듯 펼쳐진 듯 숨겨진 답 탓에 머리가 핑글핑글 돈다. 머리를 감싸쥐고 퍽퍽 쳤다. 정신차려, 박지민!


  "지민아 이렇게 하면 돼?"
  "어, 어!?"


  화들짝 놀란 지민은 고개부터 끄덕거렸다.


  "으, 응 하구 주면 이제 내가 할게."


  태형이 프린트해온 종이를 내민다. 내용을 정리하고 영어로 번역해 손을 빠르게 움직이니 다행히도 복잡한 생각이 가신다. 지민이 알게 모르게 안심하는 가운데, 태형은 당연하게도 지민의 옆에 바짝 붙어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작은 손을 구경했다. 손을 구경하기만 해도 광대가 저절로 두둥실하게 솟구친다. 아 귀여워. 모든 게 작고 귀여운데 그게 또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니 심각하게 귀엽다.

  태형은 신기했다. 볼 때마다 좋아진다. 취향이란 취향은 꽉꽉 눌러 담은 걸 보면 박지민은 김태형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고민해볼 정도다. 점점 좋아지더니 이제는 설상가상 지민이 잠을 자는 모습을 구경하라고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백 시간짜리 박지민 비디오를 틀어놓고 방에 가둬준다면 태형은 기꺼이 비디오를 관람할 용의도 있었다. 아니, 비디오를 넘어 눈꼬리를 확 휘어접으며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첫날 자리의 주인 김태형에게 김태형 자리에 앉으면 위험하다 황당한 걱정을 던질 때만 해도 이정도로나 좋아할 예정은 없었다. 그저 웃기고 귀여웠다. 박지민은 순하게 생긴 대로 조심성도 많았고, 흔히 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 돌보듯 호의를 베푸니 점점 경계심을 푸는 게 꽤나 재미있었다. 빵 사구 돈 남겨올게…. 돈을 줘도 어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가더니, 나중엔 위험한 게 아니라 판단했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빵이나 우유를 꼴딱꼴딱 먹는 게 볼만 했다. 조금 더 가만 지켜보자니 태형아 너 좋아하는 빵은 뭐야, 하고 챙기기까지 한다.

  아마 새로 입양한 아기고양이를 돌보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지민이 곧게 마주보며 제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걸 보기 전까지는. 내가 너 점수 훔치는 거잖아, 안돼. 난 이 책보다 태형이 너가 이걸로 공부하는 거 보고 싶어. 보여줘. 늘 쫄아 있는 모습을 보이던 박지민이 유례없이 심지 곧게 의견을 밀어붙였다. 태형은 그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순수한 호의로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건. 신선한 거절은 태형의 안에서 무언가를 불러일으켰다. 바쁘다는 이유로 2주에 한번이나 간신히 얼굴을 보는 부모한테서도 받아본 적 없고, 부모님이 고용한 사람들에게서도 없으며, 꿀냄새를 맡고 달려든 또래도 없다. 박지민은 그 뒤로도 태형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이런저런 걱정도 보태 왔다. 관심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열일곱. 혼내는 대신 묵묵히 학교에 돈을 내미는 부모를 보고 나가 떨어져 체념했던 감정이 그때 다시 한번 꿈틀했다.


  "다했다. 태형아 봐봐, 설명해줄게."
  "응."


  태형은 지민이 가리키는 노트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시선은 얼마 안가 종알종알 떠드는 입술로 옮겨갔다. 여기 제목부터 인구수까지만 태형이 너가 해줘. 문화설명이랑 날씨설명부터는 내가 할게. 태형은 반은 듣고 남은 반으로는 다른 상상을 하고 있었다. 꾹 눌러 보고 싶다. 하면 지민이가 놀랄까.


  "알아들었어?"
  "응."
  "와 우리 엄청 빨리 끝냈어."
  "그럼 우리 이제 사진 찍어도 돼?"


  알아들은 거 맞겠지. 지민은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태형을 보고 옅게 의심하다 곧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 허락 하나가 떨어지자마자 부랴부랴 달려가는데 어찌 말리겠는가. 지민은 그제서야 다 구경 못한 태형의 방을 둘러보았다. 방 한 쪽은 전부 디비디로 가득한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액자와 그림도 많다. 한참을 신기하게 둘러보고 있는데, 앞에서 찰칵 플래쉬가 터졌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한번 더 반짝 빛난다. 태형이 사진기를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진짜 귀엽게 나왔다, 지민아."
  "이씨, 너 자꾸 몰래몰래 찍을래?"
  "나만 볼게."
  "안돼, 삭제 할래."
  "카메라 이거 내껀데?"
  "사진 주인공 나거든!"


  지민은 벌떡 일어나 태형을 향해 돌진했다. 줘줘! 태형은 카메라를 위로 들어올리며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다 웃음이 터져버렸다.


  "줄까? 줄까?"
  "내가 강아지냐!"
  "아 어떡해 지민아 너 너무 귀여워."


  태형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답삭 지민을 끌어안았다. 지민이 발버둥을 치자 휘청휘청하더니 결국 근처에 있는 침대로 쏟아진다. 태형의 가슴팍에 폭 묻혀버렸다. 태형은 넘어지고서도 큭큭 웃으며 연신 가슴팍을 들썩거렸다. 야, 김태형 웃지마라. 다소 붉어진 얼굴로 툴툴거리며 찰싹찰싹 어깨를 때려도 태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 지민이 목소리를 올리니 그때야 알았다며 웃음을 거둔다.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진짜 귀엽게 나와서 그래. 볼래?"


  지민이 보기 편하도록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옮겨갔다. 흡사 잭과 콩나무에서 콩나무를 처음 보는 잭의 어벙벙한 표정처럼 넋이 빠진 표정을 보니 웃음부터 나왔다. 지민은 푸하 눈꼬리를 접으며 이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태형이 어때, 귀엽지 하고 틈이 나니 또 칭찬을 한다.


  "괜찮지? 잘 나왔지?"
  "너 은근히 잘 찍는다. 다른 거도 찍어보자."
  "웃긴 얼굴 할까?"
  "그건 불공평하잖아. 넌 구겨도 잘생겼는데."
  "넌 구겨도 귀여워."
  "너 막 나 놀리면 재미가 생겨?"
  "진짠데? 하나, 둘."


  한참을 카메라를 찰칵거리며 찍고 앨범을 보며 깔깔거렸다. 이거 웃기다. 이거 배경화면해도 돼? 안돼 못생겼다고 소문 날 일 있냐. 나 사진 다 보내줘. 태형이 사진을 한 장 넘길 때마다 딱 달라붙어 지민은 흐물렁한 미소를 마구 뿜어냈다. 태형은 언젠가부터인가 지민이 시키는 대로 사진은 넘기고 있었지만 시선은 지민에게 자석처럼 딱 달라붙어 있었다. 짜부러진 괴상한 표정들을 보고 정신없이 웃던 지민은 늦게 알아차렸다.


  "왜? 갑자기 못 생겨 보여?"
  "아니. 사진 말고 실제로 보는 게 더 좋아서."


  또 심장이 파르르 떨린다. 지민은 그때야 빈틈없이 붙어있는 자세를 의식했다. 팔이며 한쪽 어깨, 허벅지, 다리. 하나의 몸처럼 붙어있는 게 민망했다. 김태형 또 이상한 말해. 괜히 어깨를 퍽 쳐보고, 시선을 피하는데 태형은 진지한 눈이었다. 갑자기 왜 진지하게 분위기는 잡는 거야. 태형의 얼굴은 사기적이다. 아까만 해도 같이 활짝 웃으면서 빙구미를 뽐내더니, 금방 시선을 깔고 웃음기를 빼면 세상에서 더없이 심장 떨리는 얼굴을 갖는다.


  "왜 나를 그렇게 보구 그러냐…."


  아마 묻지 않아도 먼저 알았던 거 같다. 왜 그렇게 보는지, 왜 심장이 뽑힐 것처럼 떨리는지, 닿은 부분이 뜨거운지. 숨결이 가까워진다.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지민은 덫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못했다. 태형이 카메라를 놓고, 허리에 팔을 감아 더 몸을 붙이고, 키스해올때까지.

  지민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얼이 빠져 깜빡이는 동안 태형은 미끄럽게 파고 들어와 입안을 휘저었다. 품 안 마른 몸이 움찔거리자, 태형이 허리에 감은 팔에 더 힘을 주어 쥔다. 그럼에도 입술은 녹을 것처럼 조심스럽고 천천했다. 생전 처음 입안에 들어온 말캉한 타인의 혀가 낯설다. 어영부영 입술을 붙이고 있던 지민은 이내 눈을 감은 긴 속눈썹을 보고 마찬가지로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어설프게 태형의 혀를 따라 움직이자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
  "……."


  잠시 입술이 떼어진 찰나 지민은 태형을 마주보고 생각했다. 꿈이 아닐까. 다시 숨을 고른 태형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나, 나, 나 학원 보, 보충…!"


  지민은 도망치듯 침대에서 내려와 가방을 낚아채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와도 현실감이 없었다. 터질 듯 뛰는 심장이 도로에서 자기주장을 펼치는 클락션보다 더 크다. 버스정류장에서 올바른 버스 번호를 탄 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버스 창문 속 잘 익은 볼이 보인다. 창문 안 자신과 마주보던 동공이 입술을 다시 봤을 때, 지민은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버스에 타 저를 본 모든 사람이 김태형과 키스했다는 사실을 알 거 같다. 아 큰일났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   *   *








  지민은 퀭한 눈으로 등교했다. 태형에게 맞아 제사상 규모를 얼마나 키워야 할까 고민했던 때보다 더하다. 김태형, 태형이, 태태. 세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빙빙 헤엄치고 다녔다. 밥을 먹다가도 멈추고 맞붙었던 입술이 생각나 볼이 붉게 변해버렸고, 일요일 아침 거울을 보고 또 다시 새빨개져 버렸다. 아들, 요즘 건강 안 좋은가 보네. 보약 사놨으니까 먹어.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을 짚어오는 엄마를 보고 내보내지 못한 말이 목구멍안에서 맴돌았다. 엄마 나 자체방학 며칠만 하면 안 될까.

  지민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원래 게이였나? 그건 아닐 터다. 중학교때부터 호기심이 발달한 친구들이 소위 쩐다는 레전드 영상을 보내줬을 때 커다란 흥미는 아니지만 관심이 가긴 했다. 몽정도 무사히 치뤘고, 아침마다 일어나는 2차 성징도 활발하다.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본다. 김태형이 괜찮은 애라는 거 알고 편했고, 그래서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잘 통하니까 놀았고, 그런데 통해도 너무 잘 통해서 키스까지 해버렸고. 치우지 않은 방보다 오천 배는 혼란스럽게 생각이 엉망이 된다.

  교실에 도착한 지민은 처음 태형이 왔나 안 왔나 살폈을 때처럼 까치발을 들고 창문으로 교실 안을 확인했다. 아 안돼. 있다. 지민은 달아오를 것 같은 귓볼을 꾹꾹 잡아 누르고 로보트처럼 어색한 발걸음으로 입장했다.


  "지민아!"


  문만을 바라보던 태형이 벌떡 일어났다. 시선집중을 받은 지민은 자연스레 뉴스에 나오는 현상수배범이 딱 걸린 것마냥 고개를 조금 숙이고 후다닥 뛰어 자리에 앉았다.


  "어제 바빴어?"
  "…조, 조금…."


  심장이 주책 맞게 자기주장을 펼친다. 눈도 못 맞추겠다. 눈감은 태형과 푹신했던 침대, 그리고 좋은 향이 나던 태형의 방으로 시간이 돌아간다. 김태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거 비디오 데려가라는 거 놓고 갔더라. 다음에 와. 줄게."
  "…응."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줄게."
  "…응."


  지민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아직 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열여덟 처음 찾아온 혼란은 처음으로 덜컹거리는 심장만큼이나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태형은 손만 바쁘게 움직여 문제집을 펼치는 지민을 보고 빤히 바라보았다. 대화가 멈춘 틈에도 심장은 정신없이 펌프질을 했다. 태형이 아예 얼굴을 훅 들이밀고 어깨를 잡아온다.


  "지민아 나 안 봐?"
  "태, 태형아 나 피곤해서 조금만 잘게."


  지민은 의도적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피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아도 도무지 어찌할지를 모르겠다. 헷갈린다. 정해진 길로 열심히 바르게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경험하고 감정을 배우는 중이었다. 지민은 수업시간에는 직진만 하는 레이서처럼 칠판만을 응시했다. 애석하게도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을 그렇게 설쳤는데 태형이 옆자리에 앉아있다 생각만 하면 잠이 냉큼 달아난다. 점심시간까지 후다닥 원래 어울리는 무리에 끼어 도망치듯 빠져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태형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지민아 말 좀 하자."
  "어? 태형아 나 지금 교무실 가려구…."
  "내가 싫어?"


  같이 매점에서 빵을 고르던 무리가 심상찮은 분위기에 눈치를 살폈다. 어…지민아 우리 먼저 갈게. 얘기 하고 와. 눈치 있는 누군가 먼저 자리를 뜨자 우수수 사라진다. 태형은 복닥거리는 매점 안을 슥 둘러보곤 나가버렸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지민은 무교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지혜를 빌려 이 상황을 해결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종종걸음으로 태형을 열심히 따라가 사람이 없는 주차장쪽으로 도착했다.


  "키스한 거 싫었어?"


  태형은 다짜고짜 심장의 준비도 없이 듣기만 해도 지민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화제를 꺼냈다. 목소리도 평소랑 똑같다. 남의 눈치는 전혀 신경 안 쓰고 둘만이 세상에 전부인 듯 했다. 기겁한 지민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곤 목소리를 낮추라는 손동작을 팔락거렸다.


  "쉿, 쉬잇! 목소리 너무 커…!"
  "싫었어? 난 너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아냐? 내가 강제로 한 거야?"
  "아니야! 싫진 않았어!"
  "좋지도 않고?"


  지민은 낯이 뜨거워졌다. 확실히 좋다고 말하기에는 태형을 정면으로 마주볼 자신이 없었고, 절대 싫지는 않았다.


  "좋, 좋아했을 걸…!?"
  "근데 왜 나 피해?"


  지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피하고 싶어서 피하는 게 아니긴 한데.


  "나 안 보고 싶어?"
  "아니!"
  "그럼 지금 눈 마주쳐봐."
  "…조, 조금만 나중에…."
  "내가 싫어?"
  "절대 아니야!"
  "아님 좋아?"
  "……."
  "싫어?"
  "아니!"
  "좋아?"
  "……."


  지민은 스스로 생각해도 이게 뭔가 싶었다. 정적이 찾아온다. 어떡하지. 갈팡질팡하던 지민은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냅다 외쳐버렸다.


  "모, 모르겠어! 아직, 아직 그러니까 나는 준비가 좀 안 되어있는데 너가 빨리 나한테 찾아온 거 같구, 계속 찾아와줬으면 좋겠는데…그러니까…."


  한글 9등급을 받아도 이 지경은 아닐 텐데. 말이 어떻게 하면 할수록 더 꼬인다. 지민은 태형을 민망하게 올려다보았다. 허우적거리는 헛소리에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태형은 진지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히려 말한 당사자가 놀랐다. 세상에, 이걸 알아들은 거야?


  "응, 기다릴게."


  아. 지민은 곧게 바라봐오는 태형을 보는 순간 생각했다.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







*   *   *







  교내에 질리지도 않는지 발빠른 소문이 날개를 달고 또 돌았다. 머리 서넛만 모이면 또 별난 양아치에 관한 이야기로 쑥덕거렸다. 모범생 박지민과 어울리던 김태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대부분은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이었다. 거봐, 그런 애들 뻔하지. 잠깐 별다른 짓이 하고 싶었나 보지. 어차피 김태형은 일진짓 하는 애들중에서도 이상한 애였잖아. 한때 김태형과 친했지만 평범해진 아이, 지민은 같이 다니는 무리며 선생이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김태형이랑 싸웠어? 착한 박지민은 친절한 웃음을 보내며 질문을 원천차단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보세요.

  태형과는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다. 가끔 수업시간이 시작되면 깨워주고, 전달사항이 있어 전하는 경우를 빼고는 정적이었다. 지민은 지구가 사실 태양보다 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뒤집어졌던 정신이 천천히 돌아왔다. 급발진부터 하고 난 바퀴자국을 따라 되짚어오는 격이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사실 되짚어볼 것도 없고 지민은 태형과 처음 만난 때부터 유별났던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내가 원래 게이? 여전히 같은 잘생긴 남자를 보면 설렌다거나 그런 건 없다. 지난 십팔년 인생 스트레이트로 믿고 살았으며 실제로 남탕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고, 지금도 그런다. 사실 이 부분은 제일 고민되지 않았다. 그래, 그냥 김태형 얼굴만 보면 처음부터 그리 심장이 팔딱거렸다. 김태형이 사기적으로 잘생긴 건 맞지만 세상에 김태형만큼 잘생긴 사람은 또 있을 것이다. 지구는 넓으니까. 물론 여태 살아오면서 가장 큰 취향에 부합하는 얼굴을 가진 게 김태형이라는 건 분명하다. 혹시 우정이 사랑인 척 가면을 쓰고 쇼를 하는 건가. 우정 이상 연인 미만. 그것이 지민이 고민하는 가장 큰 부분이었다.


  "재현아 나보고 귀엽다고 한번만 해줘 봐."
  "아 토 나와."
  "미안. 내가 봐도 심했다, 그치?"
  "어. 박지민 존나 심했음."


  재현은 기분 잡쳤다는 핑계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점으로 뛰어갔다. 테스트를 완료한 지민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도 다른 애들한테 별로 귀엽다고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땀냄새 나는 덩치 큰 남자애들끼리 서로 오손도손 모여 너 귀엽고, 여기 잘생겼고 서로 칭찬하는 광경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태형이한테는 자꾸 들어도 괜찮고, 웃는 거 봐도 심장이 뛰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건가….

  아무래도 태형을 좋아한다는 쪽으로 추가 쏠리면, 다른 생각이 비집고 올라왔다. 만약 그냥 익숙해진 거면? 태형은 처음부터 귀엽다거나, 아기 같다 생각하면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의사를 표현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처음엔 분명 발끝이 따끔거리는 것처럼 닭살이 돋았다. 무서운 일진이란 턱도 없는 오해를 했을 때라 그만두라 말을 못했던 것뿐이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깊어지고 알쏭달쏭하게 변해 지민은 차라리 연애학원이라도 한달 다니고 싶었다.

  그리고 신기한 점은 이런 와중에도 태형을 보면 가슴이 콩콩 튀어오른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사랑일까. 근데 내가 사랑을 해본 게 아닌데 어떻게 사랑이라고 확신하지.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지민은 태형 모르게 잘생긴 얼굴을 훔쳐보며 얕은 한숨을 쉬었다. 태형이 목소리 듣고 싶다….


  "반장 오늘 점심시간에 폐휴지 정리해서 버려라."
  "네, 선생님."


  무리는 역시나 자비없이 먼저 급식실로 우다다 뛰어갔다. 지민은 무섭게 쌓인 박스를 보고 한숨을 작게 쉬곤 끙, 하고 들어올렸다. 태형이 흘긋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져, 부러 씩씩한 척 팔까지 걷어붙였다. 폐휴지를 버리는 곳은 주차장을 돌아 구석진 곳에 거의 숨겨져 있었다. 불량학생들이 많은 편이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처로만 다가가도 뻐끔뻐끔 올라오는 하얀 연기가 보인다. 지민은 대담하고도 단숨에 결심했다. 무서우니까 숨었다가 가야지.

  지민은 차 뒤쪽으로 돌아가 폐휴지박스를 내려놓았다. 대체 밥 먹기 전에 담배는 왜 피는 거야. 고개를 빼끔 내밀어 어떤 무리인지 살폈다.


  "어, 태형이 친구들."


  교실로까지 찾아와 제 앞이나 책상에 걸터앉던 무리다. 어느 순간부터 일절 태형이 저 무리와 어울리는 광경을 보지못했다. 지민은 꼬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갈등의 기로에 서서 고민했다. 그래도 아는 얼굴인데 때리거나 그러진 않을 거 같은데. 복도에서 종종 마주쳤을 때도 김태형 짝 아니냐, 하는 정도의 반응만 있었다. 조용히, 정말 조용히 지나가는 거다.

  "야 시발, 온다."

  폐휴지 박스를 든 지민이 다가가기 무섭게 웅성거린다. 그러다 지민을 발견하고는 야 학주 아님, 하고 마저 담배를 이어 피워댔다. 지민은 부디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해주길 기원하며 종종걸음걸이로 뛰듯 폐휴지를 우수수 쏟아버리고 나왔다. 이제 박스만 가져다 놓고 밥 먹으러 가기만 하면.


  "저거 박지민 아냐?"


  걸렸다. 멈칫한 지민은 어설픈 미소를 보내며 멋쩍게 끄덕거렸다.


  "아, 안녕…."
  "맞네, 김태형 짝."
  "와 존나 반갑다. 개오랜만이네."


  벽에 기대서 놀던 네 명 중 두 명이 아예 발걸음까지 떼어 다가온다. 한명은 족히 지민보다 두 배는 커다란 덩치였다. 덩치는 지민의 어깨까지 툭툭 쳐가며 낄낄 웃었다. 가만 지켜보던 무리도 한두 마디씩 보탠다. 김태형이 존나 주무르던 새끼 아니냐. 지민은 깨닫고 싶지 않아도 깨달았다. 태형과 같이 있을 때와 무리와 둘만 있을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아직도 등신같이 쪼는 거 여전하네."
  "김태형은 이 새끼가 뭐가 좋다고."


  지민은 무리가 머리가 어깨를 툭툭 건드려도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사고를 일으키면 무리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무리는 목각인형처럼 멀뚱히 서있는 지민을 보고 이내 흥미가 떨어졌는지 손을 거두었다. 이대로라면 지민이 원하는 대로 얌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야 어차피 이 새끼도 김태형이 버렸는데 뭘."
  "근데 아무리 봐도 존나 신기하단 말이야. 야 너 그거냐? 호모? 걔한테 대줬어?"
  "병신이 뭐래. 아 씨발 역겨워. 상상했잖아, 새끼야."
  "아 존나 이상하잖아. 김태형 걔가 뭐에 꽂혀서 얘를 물고 빠냐고."


  무리는 토악질을 하는 시늉을 했다. 지민은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까끌거리는 속이 요동쳤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무리는 킥킥거리며 퍽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너도 아쉽겠다. 이제 김태형 못 이용해먹어서? 편하지 않냐. 김태형 그 병신새끼 존나 호구잖아. 1학년 때 씨발, 같이 일 쳐도 김태형이 다 자기 혼자 했다고 뒤집어써줬는데. 하긴 그 새낀 그렇게 해도 부모가 아무 지랄도 안 하니까. 지 스스로도 인생에 관심 없고. 와꾸만 없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취소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민이 언제 그랬냐는 듯 똑바로 덩치를 노려보았다. 제 얼굴 크기와 똑같은 주먹을 가진 덩치를 두고 겁도 없이 당당했다. 동조하듯 끄덕거리던 무리도 지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예상 못했는지 순간 얼척이 없다는 듯 뭐? 하고 반문한다. 서서히 긴장감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지민은 그럼에도 양 주먹을 꽉 쥐고 물러나지 않았다.


  "태형이한테 한 말 취소해. 태형이 병신도 아니고 호구도 아니야."
  "이 새끼 지금 뭐라 지껄이냐."


  덩치가 기가 찬다는 듯 허, 웃었다. 뭐라고? 쥐방울만한 게 당당하게 맞선다. 그쯤이면 주춤 뒤로 물러설 법도 한데, 지민은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더 정확한 발음으로 친히 일러주었다.


  "태형이한테 방금 한 거 다 취소, 악!"


  덩치가 지민의 배를 발로 찼다. 순식간에 나뒹군 지민은 짧은 찰나에 위장이 터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쓰러진 지민 근처로 다가온 덩치는 다리를 굽혀 앉아 지민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윽, 나뒹굴면서 바닥에 쓸린 팔이 아팠다.


  "니도 존나 내가 만만해보이냐? 씨발, 김태형 그 새끼처럼? 그 새끼가 그렇게 말하디?"
  "태형이 너네가 욕해도 되는 애 아냐."


  덩치는 인상을 팍 쓰고는 뺨을 내리쳤다. 볼이 얼얼하다. 한번도 맞아본 적 없는 생소한 부위라 지민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야, 야 다시 말해봐. 김태형 뭐? 아 정신교육이 덜 되어있네, 이 새끼. 지민은 흔들리는 시야가 진정 되자마자 덩치를 노려보며 입을 뗐다. 피 맛이 난다.


  "태형이 욕 하지, 윽!"
  "어 그래. 그럼 그냥 너가 맞자."


  덩치는 지민이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뺨을 쳤다.


  "기집애 같이 생겨서 힘도 못 쓰는게. 처맞으면서까지 씨발. 야 진짜 김태형이랑 이 새끼 호모 아니냐? 바지 벗…컥!"


  순식간에 날아온 발차기에 덩치가 넘어간다. 발버둥치던 지민은 이쪽으로 우루루 뛰쳐 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반장! 하도 안 오길래 와봤더니. 야, 야 괜찮아? 박지민! 발차기를 날린 재현이 바로 곁에 있었고, 그 뒤로 유현과 대한이 온다. 지민은 비린 맛을 느끼며 안도했다. 살았다.






*   *   *






  태형은 빈 옆자리를 보며 괜히 책상을 쓸어보았다. 폐휴지뭉치를 들고 나가는 지민을 외면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따라가고 싶어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간신히 의자에 붙여 누르고 없는 참을성을 쥐어짜냈다. 기다리기로 했잖아, 김태형.

  태형은 매번 감정에서 도로를 질주하는 레이서였고, 굳이 그 뒤를 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소위 말해서 꼴리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이 받고 싶다 생각했고, 받으려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그 뒤로는 미련도 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 커서 재산을 물려받고 쉽게 사라질 인연으로 태형도 마찬가지로 정리했다. 연애라기보단 한순간의 방황으로 찾았던 애인관계에서도 미련은 없었다. 좋다하니 사귀고 귀찮게구니 헤어졌다.

  지민이 망설이면서도 분명하게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일주일. 태형은 태형 나름대로 무작정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았다. 그리고 약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 지 3시간만에 진리를 깨우쳤다. 박지민을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좋아했구나. 무작정 마음에 들었고, 심장이 찌르르 떨려오도록 예뻐 보여 키스를 했고, 원초적인 본능으로 움직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어림잡아 추측했던 것보다 박지민은 제 안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 박지민이라서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런 감정에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있다. 두근거림. 설렘. 떨려오는 긴장감과 불안감마저 위대하게 만드는 그 이름을 영어로는 이렇게 불렀다. 오 마이 러브.

  태형은 요새 지민이 수행시켜주는 인내심테스트를 성실히 해내는 중이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박지민을 훔쳐보는 걸로는 속이 탄다. 지민아 나 기다리는 거 진짜 잘하는데 그냥 너는 가만히 있고 내가 더 다가가면 안될까. 입안을 맴도는 말을 씹어 삼키고 잠에서 깬 지민을 모른 척하는 건 또다른 고역이었다. 지민이 헷갈리며 방황하는 동안 태형은 확신에 확실을 더했다. 박지민이 너무 좋다.

  오늘도 밖에 있다 오나. 태형이 씁쓸해하고 있는데, 돌연 복도가 웅성거린다.


  "주차장에서 싸움 났대!"
  "헐 대박, 누구랑 누구?"
  "지금 김대철이랑 재현이 붙었다는데. 박지민 엄청 다쳤대!"


  태형은 머릿속이 빠르게 탈색됐다. 박지민 다쳤대. 한 마디가 몸을 알아서 움직였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틈바구니를 헤집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도착했다. 그곳엔 누워있는 과거 어울린 무리와 앞에 박지민 친구로 알고 있는 김재현, 그리고 부축을 받고 서있는 박지민이 있었다. 찢어진 교복, 헝클어진 머리, 붉게 부어오른 뺨과 피 묻은 입가. 눈이 광기로 뒤집힌다는 기분을 태형은 그날 처음 체험했다. 화살처럼 쏘아나간 인물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쏠린다. 놀란 지민이 외쳤다.


  "태형아!"


  퍽 둔탁한 타격음이 주차장을 갈랐다.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이미 땅에 엎어진 무리를 훑어본 태형은 자비가 없었다. 태형아, 태형아! 지민이 부축을 밀어내고 다가오는데, 저 멀리서 호루라기를 불며 선생들이 뛰어온다. 잡아! 김태형! 너네 이게 무슨 짓이야! 호랑이라 불리는 학주가 다가와도 태형은 무시하고 날뛰다, 남교사들이 더러 붙어 말리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었다.


  "…애들 병원부터 보내. 멀쩡한 애들은 따라들어와. 그리고 김태형."


  학주가 질린다는 듯한 눈빛으로 태형을 쳐다본다.


  "부모님 모셔와. 이번에는 쉽게 못 넘어갈 줄 알아라."


  태형은 들썩거리는 호흡을 가다듬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질이 나쁜 무리를 패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학주와 눈을 마주치고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무런 말도 없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지민은 양호실로 이끄는 아이들의 부축을 뒤로하고 걸었다. 학주와 태형의 사이에 끼어들어 태형을 보호하듯 앞으로 섰다.


  "선생님 태형이 잘못이 아니에요."
  "박지민. 친구라고 감싸주지 말아라."
  "감싸주는 게 아니에요. 태형이는 잘못이 없어요. 저쪽에서 태형이를 욕하면서 저를 때렸고, 태형이는 저를 도와주러 온 거예요."
  "맞아요 선생님. 제가 와서 목격했어요."


  재현이 손을 거들고 나섰다. 태형은 제 앞을 막은 두 명의 등을 커진 눈으로 보고 있었다. 두 명이 나서자 여기저기서 제보가 들어온다. 맞아요, 지민이가 당한 거예요. 학주는 잠깐 생각하듯 태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결국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김태형이랑 김재현은 따라와서 똑바로 상황 말하고. 박지민은 양호실로 어서 가라. 다 교실로 들어가!"






*   *   *






  먼저 시비를 걸어온 녀석들은 상태가 심각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지민은 양호교사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영광의 흔적을 여기저기 달았다. 다행히도 뼈가 부러지나 심각한 부상은 없고 피만 조금 났을 뿐이다. 다만 뺨을 많이 맞은 볼은 척 보기에도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양호교사는 한숨을 쉬더니 하얀 가운을 옷걸이에 걸었다.


  "지민아,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걔네 병원으로 같이 가봐야 하니까 가만히 누워있어. 수업은 빠져도 선생님이 알아서 처리 해주실 테니 걱정 말고. 알았지?
  "네."


  지민은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착실히 침대에 누웠다. 양호교사는 나가기 전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혀를 차면서 지민을 마지막까지 걱정했다. 어렵사리 수다스러운 양호교사가 빠져나간다. 그제서야 상황에 휩쓸려 어지럽던 정신이 맑아진다. 취소해, 아무렇지 않은 척 덤볐으나 사실 손은 식은땀이 흥건했다. 체육특기생인 재현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일어날 뻔 했다.


  "……."


  똑똑, 누군가 양호실 문을 두드린다.


  "들어오세요."


  문 앞에 선 형체는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선생님 만나러 오신 거면 선생님 안 계신데. 한마디 더 덧붙여주자 문이 열린다. 태형이다. 지민은 머뭇거리는 태형을 향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잘 해결 됐어? 똑바로 말했지? 그 자식들이 나쁜 거라구?"
  "…어…."
  "이씨, 그 나쁜 새끼들 그동안 너 괴롭히구."


  지민은 괘씸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그러다 짧게 상처 탓에 아, 했다. 쉽사리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태형이 단숨에 손을 뻗어 살핀다.


  "많이 아파?"
  "아냐. 딱히? 재현이가 다 패줘서 괜찮아. 뭐 너두 많이 때려줬잖아. 원래 이런 건 더 많이 때리는 쪽이 승리하는 거야."
  "……."
  "근데 너 왜 내 눈 못 봐?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아니."
  "그럼?"
  "…너한테 미안해서."


  태형은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제대로 잘라 놓지 못해 지민이 다친 것 같았다. 과거도 후회 됐다. 그저 귀찮아서 방치한 게 이런 식으로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너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미안해 지민아…나 때문이니까…너가 원하면 내가 떨어질게."


  지민이 눈을 땡그랗게 뜨고 올려다본다.


  "나 때문에 또 너가 다친다고 생각하면 막 심장이 아프고…그래서, 그러니까 약간…."
  "……."
  "약간 멀리 있는 게 좋겠지만…."
  "……."
  "좋겠지만…좋은 거 아는데…근데, 지민아 내가 곁에서 지켜주는 건 안 될까?"


  지민은 비 맞은 강아지 눈빛을 보내는 태형을 보고 또 온 마음이 흔들렸다. 얼굴을 마주본 순간부터 가슴팍이 콩콩거리더니 태형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욱 가파르게 뛴다. 태형은 본인이 생각해도 웃긴지 울적한 표정으로도 나름 결연하게 설명했다. 같이 계속 붙어서 내가 지켜주고, 그런 새끼들이 너 괴롭히지 못하게. 너 친구도 싸움 잘하던데. 걔랑 다닌다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근데 내가 좀 더 잘 싸우지 않을까?

  지민은 입술을 한번 앙 물었다 놓고 떨리는 태형의 손을 잡았다. 같이 달달 떨린다. 사실 아직 잘 모른다. 태형과 손을 잡고 싶고, 떨리고, 입술을 맞부딪혀도 좋고.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고, 아직도 서로를 다 파악한 거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김태형의 이름이 나온 순간 세상에서 더 없이 용감한 영웅처럼 변할 수 있게 된다. 영화에서 나오는 목숨 걸 만큼의 사랑이, 그래도 한 30퍼센트쯤은 되지 않았을까.


  "사실 있잖아, 태태야. 잘 모르겠어."
  "…뭐를?"
  "우리가 막, 막 사귀구…."
  "……."
  "그래서 말이야 우리 조, 조금만 사귀어보는 건 어떨까?"


  지민은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심장도 폭발할 거 같다. 어리고 풋풋한 고백에 태형은 진지하게 되물었다.


  "…많이는 안돼?"
  "많이…?"
  "난 좀, 너랑 많이 사귀고 싶어."


  태형이 잡은 손에 더욱 단단하게 힘을 준다. 지민은 마찬가지로 진지하고도 쑥스럽게 대답했다. 조금 사귀다가 많이 사귀어 보자. 태형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민을 끌어안았다. 지민아, 너를 만나서 너무 좋아. 혼자서는 변할 수 없고 찾아내지 못하지만 타인과 얽히면 보이는 게 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 조금씩 변한다. 아마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른다.

  우리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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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짐인을 사랑하는 2017.07.03 02:5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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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맹이 2017.07.03 07:0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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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민은사랑이야 2017.07.03 11:45
    ㅠㅠㅠㅠ토페님ㅠㅠㅠㅠ청춘 뷔민은 사랑이에요ㅠㅠㅠ교실 이데아 태형이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ㅠㅠㅠ우리 빵떡 지민이ㅠㅠㅠㅠ 글 속에 지민이의 작은 손과 하얗고 모찌같은 볼과 부류튱한 입이 막 상상되고ㅠㅠㅠ 그냥 지민이 그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워요ㅠ8ㅠ 청춘 고딩 뷔민이들 서로 사랑하게 되는거 진짜 왜이렇게 청포도같은지.. 하.. 막 제 심장이 다 간질간질.. 나쁜 ㅇㅑㅇ애취같은넘들ㅠㅠ 태형이 이제 지민이 덕에 정신 차렸으니, 좋은 사람으로 잘 성장하겠죠ㅠㅠㅠ 크.. 지민이 친구들도 잘 뒀어.. 막 재현이라는 아이가 태형이랑 어색하게 친구될 것 같고... 글의 비하인드를 저 혼자 상상하네요ㅎㅎ 좋은 글 감사해요ㅎ3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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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 2017.07.05 18:22
    이렇게 간질거리는 글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거같아요 읽는 내내 심장 잡아뜯으먼서 봤습니다ㅠㅠㅠㅠㅠ 명불허전 토페님 문체 정말 대단하세요 글 몰입력이 쩔어줍니다!!! 태형이랑 지민이랑 사귀게 된 후 이야기도 궁금해지구 그러네요 뷔민들 이뿌게 사귀어라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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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뽐지민 2017.07.07 08:56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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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찜 2017.07.07 15:53
    외..외전 없나요... 아 넘넘 구ㅏ여워서 심장이 아프...ㅠㅠ 토페님 감사해요 하..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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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08 01:07
    토페님 안녕하세요!! 로맨틱 트라이앵글 웹진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홈에 찾아온 구독러입니다...!!
    쿨사이다 톡소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청게 뷔민이라니 너무 좋아요ㅠㅜ 빵떡이 몰랑이 지민이를 좋아하는 태형이 방식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읽는 내내 대리설렘 한가득이었어요..!!
    빵을 사 오라고 시키더니 몽땅 지민이 책상으로 밀어주는 게 서툴러 보이면서도 너무 귀엽고 지민이 말이라면 대형 멍뭉이처럼 고개 꾸닥꾸닥 하는 태형이가 상상돼서 너무너무 좋았구요!
    개인적으로 지민이 너는 나도 밟아도 돼, 내 발 밟아 하는 대사가 너무 귀여웠어요ㅠㅠㅠㅠ 이런 게 얼렁뚱땅 어리바리한 고딩 뷔민의 맛 아닐까요ㅠㅠㅠㅜ
    진짜진짜로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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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찹쌀떡 2017.07.20 03:06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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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pintp 2017.09.04 00:5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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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페님열혈팬 2017.10.13 23:4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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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2018.01.05 04:36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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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헤야디야 2018.01.21 01:3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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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너모드오열 2018.01.24 00:27
    너무 귀여워서 이제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짐니ㅠㅠㅠㅠㅠ조금 사귀다가 많이 사귀어보자에서 잠시 하트어택이 온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ㅜㅠㅠㅠ다 읽고 제목 다시 읽는데 어쩌면 제목까지도 이렇게 톡톡 튀고 귀엽고 찰떡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스러운 글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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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하트가된독자 2018.01.24 01:53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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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따라해봐요가능한 2018.02.03 18:51
    토페님 럭스보고 빠져서 회원가입까지 한 구독러입니다 !! 쿨사이다 톡소다 정말 재밌었어요 고딩 뷔민이라니 ㅜㅜ 읽는동안 너무 간질간질하고 떨렸어요 진짜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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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터 2018.02.24 11:39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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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이가나요 2018.03.05 02:19
    으아 토페님 제 심장이 다 떨리네요....찌릿찌릿 달달 와아...이래서 청춘물 청춘물 하는구나....하......내 청춘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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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uri 2018.04.23 00:5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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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벤더 2018.07.30 17:5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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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자95 2018.07.31 23:26
    다시 회원가입 하고 나서 여기로 바로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말..아 ㅠㅠㅠ
    이 글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눈물나려고 해요 울컥해졌어요 토페님 감사합니다ㅠㅠ
    처음 알페스 입문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청게 뷔민이들이에요. 개인적으로 토페님의 라가든에서 제일 좋아하는 글이랍니다ㅠㅠ
    너무너무 오래 기다려왔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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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솝침 2018.08.03 01:10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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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낙원 2018.09.03 08:3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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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태령 2018.10.18 09:33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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