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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0 15:20

[국민] BLA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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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IU-BLACK OUT>

















 3년을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 나름 긴 연애의 마지막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간단했다. 지민을 앉혀두고 남자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너랑 히히덕거릴 시간 없어. 너도 미래 생각 좀 해라. 너랑 같이 있으면 내 뇌까지 텅 비는 기분이야. 우리 그만 만나자. 지민은 황당했다. 이 미친 새끼가 뭐라 지껄이는 거야. 미국 수도가 로스앤젤레스라고 답하던 자식이 감히 나보고 머리가 비었다고? 주관적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봐도 지민은 머리가 빈 쪽보다는 꽉 찼다는 쪽이 맞았다. 남들이 명문대라 일컫는 대학을 합격했고, 서점에서 파는 기본 상식책 내용에서 70퍼센트 정도는 다 알고 있었다. 기가 막혀 정색하고 있는 애인을 향해 마찬가지로 정색하며 내뱉었다. 잘됐네, 나도 너랑 있으면 뇌가 땅콩만해지는 기분이거든.

 분명 거짓말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빌미로 나름 오래간 연애를 청산한 소감은 엿 같고도 후련했다. 마지막 전화를 피씨방에서 받아 무슨 용건이냐며 걸쭉한 욕설을 섞던 목소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열은 받지만, 더 이상 그런 경험을 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 분노가 조금 가시는 것이다. 내가 왜 진작 그 새끼랑 안 헤어졌지? 지민은 머리카락이 뽑힐 정도로 마음껏 헤집고 놀러 다녔다. 친구들과 첫차를 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네 발로 기어들어가고, 훌쩍 2박 3일 여행도 떠났다. 헤어지고 더 빵실하게 부푼 볼을 본 동기들은 이별 장려 캠페인에 가입이라도 했냐며 신기해했다. 가끔 내가 먼저 찼어야 하는 건데, 하고 분노가 차오는 정도였다.

 감기에 걸려 열이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과제를 위해 학교 룸 카페에 들린 날이었다. 축축 늘어지는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책상에 엎어져 끙끙거리다 결국 노트북을 싸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제를 버릴까 건강을 버릴까 문답에서 건강을 줍기로 선택했다. 딱 밖으로 나가는 시점이었다. 애인, 아니 전 애인이 다른 룸에서 등장했다. 여자 허리에 팔을 감고 깨가 쏟아지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지민은 들고 있는 노트북으로 그 새끼의 머리를 내려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끌어모았다. 감기로 뜨끈한 머리는 다른 이유로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전 애인이 데리고 등장한 여자는, 3년 전 인연이 시작된 같은 봉사활동 동아리의 어린 여자애였다. 깜짝 놀란 바퀴벌레 한 쌍은 불륜을 딱 걸린 사진 속 인물 같았다. 아 시발, 그랬던 거였어? 생각보다 손이 앞섰고, 붕 노트북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지민은 사람 죽일 거냐며 바락 거리는 고함에 코웃음을 치고 룸 카페를 나왔다.

 멀쩡하게 살고 있었는데. 멍청한 새끼. 걸리지나 말던가. 정작 헤어질 때 황당함으로 느끼지 못했던 분노가 그날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지민은 인생의 지론까지 바꿨다. 막 살자. 대충 살자. 정성껏 아끼지 말고 막 써버리자. 그간 그 똥차새끼에게 3년을 받친 과거를 후회하며 평생 발을 안 들인 곳까지 찾아갔다. 이 나이 먹고도 안 가봤던 곳, 그리고 관심도 없었던 곳, 탈선하기 가장 쉬운 곳. 지민은 단순하게 폰을 들고 클럽을 검색했다. 그것도 감기약을 털어먹은 그날 바로.



“같이 한잔 할래요?”



 귓전을 꿍꿍 때리는 클럽에서 누군가 몸을 붙여왔다. 그날은 아마 퓨즈가 뽑혀있었다.



“아니요. 그쪽은 제 타입 아니라서 싫어요.”



 여성이 황당하게 쳐다본다. 지민은 병나발을 불며 휙 지나갔다. 존나 잘생긴 놈으로 고를 거야. 현란한 조명 아래서 깐깐하게 점수를 하사했다. 쟤는 몸이 그닥. 쟤는 눈이 나보다 작네. 어디 보이기나 해?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하는 격으로 그날의 박지민은 심각하게 삐뚤어져 있었다. 병이 비어도 취향은 보이지 않는다. 지민은 화장실로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똥차새끼보다 열 배는 잘 생긴 놈이랑 할 거야. 눈알이 빠지는 한이 있어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취향을 찾으리라. 그때였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던 남자와 거울로 눈이 마주쳤다.



“아….”



 찾았다. 열 배, 아니 백 배정도 잘생겼다. 예쁘게 잘생긴 남자는 정확히 지민의 취향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남자는 지민과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돌려 닫자 화장실은 문밖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음악과 알찬 정적으로 가득했다. 지금이다. 바로 저 사람이다. 지민은 홀린 사람처럼 남자에게 다가갔다. 위장에 알차게 부은 맥주 세 병도 용기를 심어주었다. 잘생긴 사람은 다 게이라고 했으니까 괜찮아!



“나랑 자요!”



 남자는 지민을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지민은 남자가 답이 없자 한 번 더 꿋꿋이 외쳤다.



“그쪽 너무 잘생겨서 하고 싶어요!”
“…허….”



 남자가 기막히다는 웃음을 비췄다. 뭐야. 내가 우습다는 거야. 술과 감기약에 맛이 간 지민이 서서히 인상을 팍 구길 찰나, 남자의 웃음은 흥미롭다는 쪽으로 변했다.



“좋아요.”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클럽을 빠져나가 택시를 잡고 모텔로 입성했다. 아 잘생겼어. 지민은 이동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남자의 팔뚝과 허벅지를 주물럭거리고 헤실 거리면서 웃었다. 잘생겼어, 잘생겼다…. 진상처럼 보일 그 행동에도 남자는 황당함과 유쾌함을 섞어 낮게 큭큭 웃었다. 그래요, 가서 우리 빨리 자요.

 모텔 복도에서부터 입술을 붙였다. 뒷머리를 잡아당겨 정신없이 키스하면서 남자한테 매달렸다. 남자는 지민을 번쩍 들고 모텔 룸까지 열었다. 그러나 탈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순간, 약기운과 술기운이 뭉쳐 머릿속이 핑글핑글 돌았다. 택시 안에서 남자의 손을 잡고 주물주물 거릴 때부터 이상하긴 했다. 끼잉, 낑. 지민이 중심을 잡지 못 하고 픽 고꾸라지려는 걸 남자가 막았다.



“뭐야. 당신 아파?”
“아냐.”



 남자가 이마에 손을 올린다.



“열 나잖아.”
“으…안 나는데….”
“사람 황당하게 만드는 재주 여러 개 가지고 있네요, 그쪽.”



 대뜸 떡 치자고 다가와서 술과 열에 취해 헤롱 거리고 있다. 지민은 단단한 팔에 안겨 흐느적거리며 다 꼬인 발음으로 띄엄띄엄 말했다. 아직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 머릿속이 어지러운 건 아니었다.



“할 거야….”
“이런 상태로 무슨.”
“…하자…!”



 지민은 남자의 목에 팔을 걸고 잡아당겼다. 폭신한 입술에 입술을 겹치고 부비적 거리며 뭉갰다. 술기운으로 뜨거운 속에 더해 뜨거운 입술이 닿으니 더 열이 몰리는 기분이다. 어지럽고 부드럽다. 시늉만 하려던 마음이 바뀐다. 진짜 하고 싶다. 무작정 알찬 탈선이 목적이었는데. 입술을 혀로 핥고 얕게 잘근거렸다. 숨이 벅차 잠깐 입술이 떨어졌다.



“양심 같은 거 진작 조졌죠?”
“응, 으응.”



 지민은 그날 깨달았다. 똥차새끼는 하반신도 똥차였구나. 머릿속이 빙글빙글 흔들리는 와중에도 좋다고 몇 번이나 솔직하게 말했다. 남자가 물었다. 이름이 뭐야. 지민은 숨김없이 박지민이라 대답하고 남자가 귀에 속삭여주는 제 이름에 더 흥분했다. 따지자면 그건 인생 섹스였다. 지민은 끝이 나고 거의 기절하듯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잠깐만 있어요.”



 침대 옆자리가 잠시 가벼워지는가 싶더니, 잠시 시간이 지나자 손가락이 입술을 비집고 연다. 동그란 알약이 입에 쏙 들어오고 남자는 물까지 넘겨주었다. 남자가 이불까지 덮어 올려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지민은 생각했다. 이런 남자랑 사귀었어야 하는 건데…. 하루 사이 분노의 끝과 쾌락의 끝에 왔다 갔다 한 몸은 잠을 찾아 들었다. 그리고 아침, 모텔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지민은 눈을 부비적거리다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흠칫했다.



“…….”
“…….”



 오 미친. 패기 넘치던 불량 박지민은 하루의 마법이었다. 순하고 겁 많고 원나잇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던 착한 박지민은 기겁했다. 잤다. 처음 본 사람이랑. 남자는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맛이 갔던 머릿속에서 천천히 쪽팔린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내가 그러니까 어설프게 찝쩍거리고, 차에서는 내내 몸 주물럭거리고. 지민은 거의 숨을 멈추고 부랴부랴 침대 안에서 빠져나와 도망을 택했다.







***







 하룻밤으로 갈 수 있는 탈선의 마지막까지 갔다. 지민은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 알코올을 미친 듯 퍼마신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다 포기했다. 나쁘지 않았으면 된 거다. 다시 평범한 바른 생활 박지민의 스케줄을 돌렸다. 산처럼 많은 과제를 세고, 멸망해도 모자랄 조별과제의 조장 자리를 달고. 술에 이성이 마비된 날은 꼬깃하게 접어 추억 허리에서 잘라내버렸다. 아니라면 평생 쪽팔려서 죽고 싶을 거다.

 지민은 곧장 후회했다. 노트북은 던지지 말걸. 그게 얼마짜린데. 백만원을 어디서 쉽게 구하지. 카페에 다시 갔더니 망가진 노트북은 수리비만 오십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냥 자퇴하는 게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 아닐까. 지민은 푸념하면서 순간의 실수를 면하기 위한 방책을 찾아 나섰다. 선택은 단순했다. 과외 해드립니다. 월 30만원. 시간 아무 때나 가능. 30만원쯤은 개껌일 부자동네 아파트 게시판에 몰래 전단지를 붙였다. 연락은 3일이 지나고 왔다.



“안녕하세요, 박지민입니다.”



 지민은 가능한 싹싹하고 신뢰성을 보일 수 있는 목소리를 골랐다. 여인은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지민을 반겼다.



“선생님이 귀엽게 생기셨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면 될까요?”
“아이와 상의해서 진행해주시면 돼요. 워낙 자기 뜻이 확고한 아이니까요.”



 지민은 거의 넙죽 엎드리다시피 동의했다. 아드님이 꿈이 확실해서 좋으시겠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그러질 못했거든요.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팔랑팔랑 아부의 종을 흔들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을 참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거실로 들어왔다.



“어, 아들! 왔어? 과외 하고 싶다고 했잖아. 인사 드려. 선생님이셔.”



 맙소사. 지민은 하마터면 마시던 페퍼민트티를 뿜을 뻔했다. 황급히 빠져나오던 모텔 아침으로 시간이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어떻게 존재하지. 영화나 드라마라면 이해하기 편했을 것이다. 침대에서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정확히 지민 앞에 교복을 입고 두 발로 서있었다. 원나잇 벤츠남. 딱 지민의 취향대로 잘생기고 섹스도 잘하던 남자. 남자는 지민만큼이나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이었다. 지민은 과거로 돌아가 클럽을 들어가던 제 발목을 부러뜨렸어야 한다 생각했다.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국아 뭐하니.”
“…안녕하세요, 전정국입니다.”
“어, 어 응. 바, 반가워.”



 남자, 정국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지민은 하얗게 탈색되는 머릿속을 간신히 굴려 답했다. 삐용삐용 누구나 사람 마음에 하나씩 심어져있는 긴급벨이 울렸다. 빨리 도망가. 지민이 버벅거리며 가방끈부터 찾아 쥔 순간이었다. 정국이 적당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제 방에 가서 얘기해요. 선생님.”



 2차 도망은 실패로 끝났다. 그만 두겠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질 않는다. 지민은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주춤주춤 정국의 뒤를 따랐다. 강남 금싸라기 땅을 가진 집답게 복도도 길었다. 차라리 이대로 복도를 가로질러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까. 수십 개의 고민을 떠안고 방에 도착했다. 정국은 백팩을 내려놓고 지민의 뒤를 가리켰다.



“문 닫아요.”



 지민은 티 나도록 흠칫했다. 밖으로 바로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래, 그 이야기만 피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서로 다시 꺼내서 좋을 거 없는 경험일 거고. 지민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정국의 얼굴을 보고 예민하게 굴지 말자며 문을 닫았다. 정국은 지민이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자 책을 꺼내들고 말을 쏟아냈다.



“주말에만 와주시면 돼요. 하루 세 시간씩. 진도는 제가 정하고, 모르는 문제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일찍 끝나면 일찍 가시면 되고요. 시험기간이라 더 많이 붙어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추가금도 드릴게요.”



 정국은 그때 일은 기억나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과목의 진도를 말하고 문제집을 고르고. 경계심을 잔뜩 가지고 정국을 살피던 지민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까먹었나. 분명 아까 놀란 얼굴은 기억하고 있는 거 같았는데. 내가 흔한 얼굴이긴 해서 그런가. 흔들인형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만 하던 지민은 천천히 경계심을 풀었다. 분명 그 잠깐 사이 까먹은 거다. 자신은 원나잇 상대가 처음이라 기억하지만 전정국이라는 발랑 까진 고딩은 수없이 많은 원나잇을 해봤고 특별할 것 없이 까먹은 거다. 어쩐지 조금 그 사실이 지는 기분이었지만 지민은 다행이라 여겼다. 정국이 문제집 리스트를 적어 메모지를 내밀었다.



“이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응, 그래.”
“번호좀요.”
“내가 전화 걸게. 떴다. 그거 내 번호야. 아 소개를 안 했네? 난 박지민이야. 그냥 편하게 지민이 형이라고 불러도 돼.”



 완전히 안심한 지민은 눈을 휘며 웃었다. 얼굴도 까먹는 거 보니 멍청한 거 같지만 잘 가르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정국은 생글생글 웃는 지민을 가만 보더니 툭 뱉었다.



“알아요.”
“……?”
“그때 몇 번이나 불렀는데. 그걸 어떻게 까먹어.”



 지민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정국은 어이없다는 듯 덧붙였다.



“뭐야, 모르는 척 해줬더니 진짜 내가 모르는 줄 알았나 봐요?”
“…우,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감기는 다 나은 건가 봐요.”
“…….”



 확인사살이다. 지민은 언제라도 냉큼 도망갈 요량으로 문쪽으로 반쯤 틀었던 몸을 원상복귀 시킨 사실을 후회했다. 방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정국은 팔짱을 끼고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아침에 왜 도망갔어요?”
“…….”
“아 괜히 물어봤네. 대답 안 해도 좋아요.”



 지민은 혼나는 아이처럼 손을 모아 쥐었다. 그러다 문득 억울해졌다. 내가 뭐 강간을 한 것도 아니고, 합의하게 한 건데. 그리고 조물딱 거렸을 때 자기도 웃고 있었으면서. 아무리 전정국이 잘생겼어도 고등학생이란 걸 알았다면 뒤로 유턴했을 것이다. 지민은 인상을 마찬가지로 구기며 대담하게 맞붙었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서 안 한다고 할게.”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적은 없고.”
“그럼 취조는 왜 해?”



 정국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뗐다. 짧게 드러났던 그날 밤의 표정이 그새 사라졌다.



“그렇게 느꼈어요? 미안해요. 그날 아침 생각이 좀 나서 공과 사를 헷갈렸네요.”



 기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지민은 내심 안도했다. 과외 짤리면 학점 다 에프 떴을 텐데. 정국이 손을 내밀었다.



“잘 해봐요. 지민이 형.”



 손을 맞잡았다.






***








 세상에 이런 일이. 유명한 티비 프로에 나와도 아깝지 않을 사연 같다. 애인과 헤어지고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과 떡을 쳤는데, 과외선생과 제자 사이로 만났습니다. 심지어 발랑 까진 고딩이라 생각했던 전정국은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이대로 성적만 유지한다면 지민이 다니는 학교는 너끈히 합격할 터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전정국은 과외가 필요하지 않다. 과외비를 받기 민망할 정도로 하는 일이 없다. 과외시간이 되면 앉아 정국이 문제 푸는 걸 구경하고 채점만 하는 게 전부다.



“이거 설명해줘요.”
“몇 번?”
“37번.”
“이거 이렇게 하면 쉬워.”



 지민이 영어지문에 밑줄을 벅벅 쳤다. 정국은 턱을 괴고 들었다. 얼굴 뚫린다, 뚫려. 옆얼굴을 녹일 듯 쳐다봐 오는 시선을 지민이 결국 참지 못했다.



“왜.”
“좀 달라보여서요.”
“생긴 건 멍청하게 생겼단 거냐.”
“아뇨, 그날이랑.”
“취해서 그래. 이거 물어봤잖아. 잡담 그만하고 집중해.”



 지민이 문제를 샤프로 톡톡 가리켰다. 정국은 아예 샤프를 내려놓고 지민을 구경했다.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날 술은 왜 그렇게 마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다른 문제 모르는 거 있어?”
“다 알아요, 여기 있는 거.”
“…물어보는 의도가 뭔데.”



 정국은 깔끔하게 직설법 펀치를 날렸다.



“형이랑 만나고 싶어서요.”



 멋모르는 연하가 던지는 카운트 어택은 지민의 심장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역시 과외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고딩 주제에 뭔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어.”
“그날은 아래에서 매달리면서 잘한다고 좋다고 했잖아요.”
“야!”



 지민은 뱉어놓고 입을 헙 막았다. 문밖을 초조해하며 보자 정국이 픽 웃었다. 엄마 안 와요. 방에서 클래식 틀어놓고 있어서. 지민은 찌릿 정국을 노려보고 뻔뻔하게 말했다. 피하려던 주제지만 한번은 정리를 해야 할 듯싶다.



“너 자꾸 그날, 그날 하는데. 그날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요? 그럼 이제부터 의미 추가해요.”
“나 애인 있어.”
“뺏지 뭐.”



 지민이 입을 떡 벌렸다. 정국은 여유롭게 웃었다.



“형 얼굴에 겁 많다고 써있어요. 거짓말 안 먹히니까 그만 머리 굴려요.”
“…누, 누가 거짓말이래. 애인 있거든? 그리고, 넌 그럼 그날 거기 왜 있었는데?”
“사촌 형이 가게 사장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고딩을…!”
“솔직히 형도 나한테 끌리잖아요.”



 지민은 얼굴을 확 붉혔다. 처음부터 초고속으로 들이댔던 자신의 과거가 스쳐지나간 탓이다. 정국이 빙긋 웃는다. 안 그래요? 지민은 문제집을 소리나게 탁 덮었다. 시간 다 됐어. 갈 거야. 정국은 끝까지 웃는 낯으로 배웅했다.



“사귀면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데.”



 지민은 손을 뒤로 들어 엿을 만들어보였다. 정국이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문을 쾅 부서져라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거울에 머리를 박았다. 어머니한테 월급 어떤 얼굴로 받지. 과외시간동안 퍽이나 유익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시원한 바깥바람을 맞으며 지민은 팔딱거리던 심장을 내리눌렀다. 학습능력도 없이 왜 그래. 분명 또 뒤통수나 맞고 끝나겠지. 진지한 연애같은 건 안하기로 마음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그것도 고딩을 상대로. 지민은 볼을 찹찹 두드렸다.









***







 지민은 정국을 밀어냈다. 연애 쫑낸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도 맞은 뒤통수가 시리다. 연애불신증초기 단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카페에 들러 과제를 하다 과외를 가기 위해 엉덩이를 일으켰다. 그 순간,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지민을 향해 다가왔다. 주먹을 까딱거리는 폼이 심상치 않았다.



“너 김현수 알아?”



 똥차새끼 이름이다.



“그런데요?”



 순식간에 남자의 주먹이 뺨에 작렬했다. 지민은 반동으로 쓰러지면서 책상에 허벅지를 찧었다. 오빠! 안돼! 뒤늦게 누군가 도도도 달려와 남자를 붙잡는다. 얻어터진 볼을 손으로 쥐고 지민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봉사활동 동아리의 여자애다. 남자는 여자의 친오빠인 듯 했다. 남자는 씩씩거리면서 날뛰었다.



“멀쩡히 사귀고 있는 커플을 건드려? 감히 게이새끼가.”



 지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 누가 누구를 건드렸다고? 뒤통수 맞은 게 누군데. 여자는 지민이 헛웃음을 내비치자 움찔하며 안절부절못했다. 남자는 분을 삭히지 못하고 씩씩거리다 동생을 향해서도 성을 냈다. 너도 그딴 새끼 만나지 마! 지민은 화낼 기력도 잃었다. 몸을 일으켜 얼얼한 볼을 손에 쥐고 노려보았다.



“이거 치는 거 고소할 수 있는 거 아시죠?”
“이게 뻔뻔하게 어디서…!”
“그리고 뭔가 제대로 좀 알고 와요. 그딴 새끼 줘도 안 가져요. 실컷 가지세요.”



 과거로 돌아가면 그 새끼 고백 받아준 내 대가리를 차버리고 싶을 정도거든요. 지민은 카페를 나와 정국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사람들 시선이 흘끔거린다. 벌겋게 부어 오른 광대가 욱신거린다. 3년간 사귄 전 애인이 남긴 엿들을 소화시키기 벅찼다. 시궁창에 박아버린 3년이 지독하게 짜증났다. 뒤늦은 배신감과 분노로 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노트북 말고 그때 손에 다른 게 들려 있었어야 하는 건데. 예를 들면 아파트 같은 거. 깔려 죽게.



“…….”



 지민은 아파트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미 꽤나 들락거려 익숙해진 경비원이 인사를 한다. 광대가 아파 웃지는 못하겠다. 지민은 적당히 인사하며 뒤로 돌았다. 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과외 못할 거 같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뭔 일인데요?]
“조원이 길가다가 퍽치기 당했대. 병원 가봐야 해.“
[네? 지민….]



 지민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지금 정국을 만났다간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 같았다.





 지민은 소주를 사 한강이 보이는 다리 근처에 쪼그려 앉았다. 부은 얼굴로 포장마차나 가게에 들어가면 박힐 시선이 백 만개쯤 될 거 같아서 부러 피했다. 학업운 자금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연애운은 허구한 날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지민은 여태 사귄 애인을 꼽아보았다. 첫 번째. 지독한 바람둥이 새끼로 순진한 자신을 약 5번째 애인으로 앉혀 두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귄 남자는 보험을 팔아먹기 위해 지민을 만났다. 순식간에 보험 3개를 들게 만들고 날라버렸다. 마지막으로 지금 세 번째. 지민은 짙은 한숨을 쉬며 소주를 입에 물었다.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지민아, 나야.]



 한때는 걸려오는 전화만 봐도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애인이다. 지민은 술병을 입에 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 뭐라 지껄이나 한번 보자. 다소 절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때는 내가 어떻게 됐던 거 같아. 내가 미친놈이었다. 아 지민아, 미안해. 걔가 날 꼬셔서, 난 진짜 너만 있다고 했거든? 근데 계속 들러붙는 거야. 모질게 쳐냈어야 했는데. 미안해. 걔 오빠가 너 쳤다면서. 정신이 번쩍 들더라. 그때 헤어지자고 했던 거 실언이었어. 나 요즘 너 생각나서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있다.]
“…….”
[지민아 나 좀 살려줘라. 내가 잘 할게. 어?]



 지민은 술병을 쥐고 전 애인이 남기는 헛소리를 들었다. 차라리 이 소리를 듣느니 그 핸드폰 배터리를 팔아서 컵라면을 사먹는 게 이득이었을 텐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상대는 속이 타는지 지민아, 듣고 있어? 하고 재촉을 해왔다.



“우리 끝났어. 기분 좆같으니까 전화 걸지 마.”
[지민아 잠깐 끊…!]



 지민은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나 3년간 뭐했냐. 그냥 공부나 쭉 할 걸. 연애 같은 건 왜 해서. 그래도 내가 아까운 줄은 아나 보네. 서러움과 외로움으로 짙은 한숨을 쉴 때였다. 문자가 왔다.



[지민아 근데 너 걔네 오빠 고소할 건 아니지?]



 이 시발놈.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전화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실상을 알고 보니 주먹을 휘두른 게 겁이라도 났나 보다. 지민은 열이 받아 허리를 젖혀 뒤로 드러누웠다. 옷이 더러워지던 말던. 자전거가 어두워진 빛에 잘못 보고 머리를 밟는다 해도 상관없다. 시발, 시발, 시발. 너무 좆같았다. 왜 난 항상 이딴 결말만 있는 거지. 짜증이 너무 나면 감정이 격해진다더니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마 두 병째 까먹은 술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는 듯했다. 헝헝 거리면서 울고 있는데, 지치지도 않고 또 전화벨이 울렸다. 또 그 똥차새끼가 분명하다.



“그래! 고소 할 거다, 이 개자식아! 할 거라고! 너랑 니가 꼬신 그 여자애랑 내 뺨따구 친 그 새끼도 세 명 다 고소할거라고! 니한테 그때 던진 노트북 네 대도 사고 남을 정도로 돈 받아도 합의 안 해줄 거야!”
[…….]
“그리고 이 시발, 뇌만 땅콩 같은 줄 알았더니 좆도 땅콩 주제에 나보고 처음이 아니라고 그 지랄을 떨어? 니가 하도 나보고 불감증이라고 지랄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랑 자봤는데 존나 좋더라. 아주 홍콩도 모자라서 북극까지 가겠더라! 실좆 새끼! 너랑 사귄 시간 마저도 아까워서 한강물에 뛰어들고 싶어질 지경이다!”
[…….]
“그리고 나 요즘 존나 썸타는 중이니까 다시 전화 걸면 죽여버릴 거야.”



 지민은 와다다 뱉고 전화를 끊어 주변으로 아무렇게나 폰을 던져버렸다. 왁 지르고 나니 기운이 빠진다. 내가 뭐 많이 바란 것도 아닌데. 서러운 가운데, 이상하게도 동동 눈앞에 전정국의 얼굴이 떠다닌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기만 한 고딩. 걔랑 내가 몇 차이나더라. 지민은 손가락까지 동원해 꼽아보았다. 전정국이 19살이고 내가 25이니까…하나 두울…여섯. 여섯이면 좀 많긴 한데. 아니야 너 무슨 생각이야 박지민. 이 좆 같은 연애를 또 하겠다고? 지민은 코를 훌쩍거리며 거슬리는 눈물을 소매로 문질렀다. 술을 마시고 퍼져 아침을 맞기엔 아직 수치를 감지할 수 있는 이성이 남아있었다.



“내 폰….”



 지민은 한참만에야 폰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쪽 방향으로 던졌는데. 어떻게 술을 마실 때마다 전자기기가 하나씩 부숴지냐. 끙끙대며 허리가 아파 털썩 주저 앉아있을 때였다.



“이거 찾아요?”



 서서히 깨던 술이 순식간에 확 깼다. 지민은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퍼덕거리며 뒤로 돌았다. 정국이 폰을 한 손으로 들고 흔들었다.



“퍽치기 당한 조원 그거 형 미래로 예언한 거였어요?”
“…니가 어떻게 나 여기 있는 걸….”
“내가 왜 몰라요.”



 정국이 다가와 지민과 눈높이를 맞춰 무릎을 굽혀 앉았다.



“형이랑 존나 썸타는 중인데.”



 …박지민 왜 사냐. 지민은 한강물로 돌진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울었어요? 정국은 손을 올려 눈물자국이 선명한 지민의 볼을 매만졌다. 놔아. 지민이 밀어내려 했지만 정국은 힘을 주고 풀지 않았다. 정국이 볼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내가 잘해줄게요.”
“…난 이제 연애 같은 거….”
“함께한 시간 안 아깝게 해줄게요. 헤어져도, 아 물론 헤어질 일은 없지만 좋은 기억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줄게요.”



 지민은 속에서 커다란 게 울컥했다. 제일 웃긴 만남이지만. 지민이 생각한 올바른 연애의 정석과는 한참 벗어났지만. 아 나 진짜 원래 고딩은 취급 안하는데. 지민은 웅얼거리며 정국과 눈을 맞추었다. 한참은 어린 주제에 눈빛은 여태 지민이 본 어떤 사람보다 단단했다.



“…너 지금 다른 애인 없지? 내가 막 세 번째고 그런 거 아니지.”
“아무도 없어요.”
“보험 같은 것도 안 팔고.”
“형이 보증 서달라고 하면 보증 서줄게요.”
“바람 필 예정도 없는 거지?”



 정국은 대답 대신 가만히 지민을 끌어안았다. 그간 지나간 인연은 아마 전정국이랑 만나기 위해 준비됐던 거다. 이제는 억울하지 않다. 지민은 얌전히 안겨 속닥거렸다. 야 빨리 졸업해서 우리 학교 와. 씨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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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페님체고시다 2017.06.10 19:52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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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ank you... 2017.06.11 04:49
    와우내.. 넘나잼써요 진짜 잼께 잘보구이써욘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ㅜ 이 홈페이지 다털거야 오늘자기전에 다읽을거야 따흐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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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뽐지민 2017.06.11 13:25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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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 2017.06.11 21:0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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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뭄뭄 2017.06.12 01:00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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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리 2017.06.12 08:53
    너무 귀여운거 아닙니까 ㅠㅠㅠㅠㅠㅠ 그냥 다 귀여워ㅠㅠㅠㅠㅠㅠ 아니 지민이를 두고 바람이며 5번째애인으로 두다니... 차라리 그럴거면 제가 가져가고싶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매일 들어와서 확인하길 잘한듯 합니다 흡흡 놓치지 않고 한글한글 전부 읽었습니다. 역시 토페님의 글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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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 2017.06.14 01:55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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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맹이 2017.06.15 02:5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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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예찬 2017.06.18 16:35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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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꽃같은 JM 2017.06.21 11:11
    고소는 꼭 해라 지민아 ㅜ ㅜ 꾸꾸 손 꽉 잡고 가서 고소해..감히 우리 지민이를..하..와중에 미자꾸꾸 넘 달달해요~ㅜ ㅜ ㅜ ㅜ 뒷얘기 더 보고싶어요~씨씨된 둘의 모습도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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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페님무대를디집어노으셔따 2017.08.03 17:12
    토페님ㅠㅠㅠㅠㅠ 아스팔트 정글 지ㅉㅏ 열심히 읽었는데 폰압이라서 한동안 못왔어요ㅠㅠㅠ 진짜ㅠㅠ 홈페이지 정주행하구ㅜㄹ우 손팅하구가께여ㅠㅠㅠ 저 진짜 정국기보다 자까님이 더 조흠니다.. 그냥 방탄 말고 작가님을 팔까요..? 허헣ㅎㅎ 뭐 그냥 사랑한다구여ㅕ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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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2017.08.06 11:49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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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개최고 2017.08.10 15:35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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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태령 2017.08.28 16:2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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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 2018.01.02 13:29
    여러모로 완벽한 연하남이네요 지민이 앞으로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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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따라해봐요가능한 2018.02.03 19:23
    고소 꼭 해서 정구기랑 행복하게 살어 짐나 ㅜㅜㅜ 토페님 글 너무 좋아요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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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터 2018.02.24 09:2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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