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Deborah Ocean>
승객 여러분, 저희 항공기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즐거운 비행 되셨기를 바랍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지민은 선글라스를 척 걸쳤다. 친절한 공항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공항을 나서자마자 쫙 깔린 야자수 나무들이 강렬한 태양빛에 푸른 잎줄기를 자랑한다. 도로 옆으로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반짝인다. 꼭 하늘과 맞닿아 있는, 누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는 청량한 이온음료 같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휴양지, 괌이다.
“좋은 곳으로도 왔네.”
창 밖을 내다보며 지민이 중얼거렸다. 이런 곳에 처박혀 있으니 못 찾았지. 지민은 택시기사에게 부탁했다. 조금만 더 빨리 가주시겠어요. 기사는 뜻대로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며 질문했다. 급한 사정이라도 있어요? 네. 만나야 할 사람이 한 명 있어서요. 사근사근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지민의 얼굴에서 언뜻 살기가 느껴진다. 진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여기 있다. 김태형, 너 이 새끼 내 손에 잡히면 뒤졌어.
지민은 민윤기의 폰에서 수많은 정보들을 찾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못 찾았다고 둘러대던 김태형의 메시지가 수두룩했다.
[형님 더 시키실 일은 없으세요? 저 지인짜 꽁꽁 숨었어요.]
(사진)
[보셨죠?]
[그런데요 형님 저 물어볼 거 있는데 물어보면 안 돼요?]
[그때 그거 형 맞죠?]
당당하게 보낸 셀카에는 태형이 따봉 표시를 날리고 있었다. 민윤기는 태형이 질문을 하거나 말거나 죄다 씹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태형의 메시지를 보고는 연락을 한 건지 태형이 수긍한 흔적이 남아있다. 넵, 형님. 편히 들어가시죠. 지민은 알아듣지 못할 내용들이었다.
지민은 치솟아오는 배신감에 이를 득득 갈았다. 민윤기나 김태형이나. 세상에 믿을만한 놈 하나 없다더니 언제 씹새끼들이 합작을 했지. 그 길로 바로 태형의 사진 속 호텔을 찾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엔조이 유얼 트립! 택시기사가 지민을 최고급 5성급 호텔 앞에 내려준다. 땡큐. 웃으며 팁을 넣어준 지민은 캐리어를 벨보이에게 맡긴 후 곧장 수영장으로 향했다. 바다와 맞닿아있는 수영장이다. 파라솔 아래 선글라스를 쓰고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민이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 하나하나 여유를 즐기는 무리 안으로 들어가 한 명 한 명 지나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선글라스를 낀 잘생긴 남성이 콜라를 마시며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씨. 또 죽었네.”
“어. 죽었어? 마침 잘 됐네. 게임도 끝나고. 타이밍 좋다.”
태형의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저승사자를 만나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을 텐데. 삐걱거리며 위를 올려다본다. 게임오버 화면이 떠있는 태형의 폰이 손에서 툭 떨어진다. 흐익! 태형이 벌떡 일어났다.
“지, 지, 지, 짐나? 지, 진짜 지민이야? 지, 짐나. 이게….”
“응. 그럼 가짜겠니. 태태 오랜만에 봤는데 나 안 반가워?”
“어, 어? 바, 반갑지! 아니 안 반가울 리가 있어, 아하하….”
“그치? 우리 서로 죽을 고비도 넘기고 간신히 만났는데 반갑지. 나도 지인짜 태형이 네가 반가워.”
지민이 눈을 휘며 웃었다. 예쁜 눈웃음이었다.
“어디로 할 거야? 빨리 정해. 다리, 배, 얼굴, 가슴. 두 개 골라.”
“어…?”
“안 고르면 그냥 내 마음대로 할게. 5초 센다. 오, 사….”
“다, 다리, 악!”
지민의 발이 냅다 종아리를 후려 패니 태형이 주저앉는다. 그대로 곧장 배에 주먹을 꽂아 넣고 등을 찍었다. 태형이 켁켁거렸다.
“아이, 야! 다리로 골랐는데!”
“으응, 못 들었네. 아직 우리 태형이 덜 맞았구나?”
악! 미안해! 온갖 곳을 처맞은 태형이 냅다 무릎을 꿇었다. 소란스러운 광경에 다른 호텔 투숙객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민이 팔을 걷어붙였다. 태형이 식겁해서 냅다 발에 매달렸다.
“지, 지민아! 여기서는 시선이 너무 쏠리는데 우리 다른 곳으로 갈까? 내가 잘못했어! 절대 돈보다 너가 못해서 널 포기한 게 아니었어! 나도 협박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이건 진짜 어쩔 수 없이…!”
“태태만 조용히 하면 아무도 안 쳐다봐.”
지민이 그대로 태형의 등을 발로 두들겨 팼다. 삑! 거기! 호루라기를 불며 안전요원들이 달려온다. 태형은 울망거리는 얼굴로 그들을 쳐다본다. 드디어 살았다. 지민은 태형을 패던 동작을 멈추고 무해하다는 듯 양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태형을 향해 눈짓한다. 깨갱. 태형이 안전요원들을 향해 제발 떠나지 말라는 눈빛으로 말한다. 저는 괜찮습니다…. 들으셨죠? 지민이 웃으면서 태형에게 찰싹 매달린다. 우리 호텔 룸으로 올라갈까? 흡사 삼도천을 건너는 가련한 영혼처럼 태형이 지민에게 질질 끌려갔다.
태형의 방은 제일 좋은 스위트 룸이었다. 쇼파에 다리를 척 꼬고 앉은 지민 옆으로 태형은 다소곳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었다.
“물.”
“어, 어! 잠시만.”
태형이 후다닥 물잔을 준비해 공손하게 따라준다.
“뭐 또 더 필요한 거 있어? 과일 먹을래? 오느라 피곤했지? 밥은 먹었어? 내가 여기 진짜 맛있는 집 찾아놨는데, 지민이 너도 좋아할 맛이야.”
“나 얼마 받고 팔았냐.”
“어, 음, 그게…우리가 여태 공사친 거 다 합쳐도 모자란 가격이긴 한데.”
“…그 정도면 괜찮긴 하네.”
지민이 수긍한다. 태형은 냉큼 지민의 팔을 주무르며 필살 애교를 부렸다. 지금이 기회였다.
“너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하고 싶은 거 다 말해, 짐나. 아잉. 한번만 봐줘라, 어? 내가 그래도 진짜 너 구하려고 그 악마 같은 민윤기한테 발악도 하고 그랬어. 이거 보여? 끈으로 아주 칭칭 묶여서…! 영화가 따로 없었다니까?”
“내가 어딜 돌아가?”
태형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술술 말했다.
“너 윤기 형이랑 이제 다시 만나는 거 아냐? 오해도 풀렸을 거고…그 윤기 형이 널 그냥 놔둘 리가 없잖아. 돌아오라고 하루에 몇 번씩이나 연락할 게 빤한데.”
“오해? 무슨 오해.”
“…엉?”
순진무구한 지민의 눈에 이번에는 태형이 당황한다.
“다, 다시 만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완전히 끝났어.”
“뭐?”
지민은 단호했다. 이전에는 윤기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를 득득 갈던 분노도, 눈에 띄는 감정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모든 것을 정리한 사람 같았다.
그 밤. 민윤기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고 떠나오던 그 밤. 지민은 잠든 민윤기의 품 안에 안겨서 모든 것을 놓아주기로 했다. 사랑은 여전하다. 그러나 무섭다. 겁이 난다. 언젠가 또 민윤기가 떠날까 봐. 이 품이 하루아침에 사라질까 봐. 반복될까 봐. 사랑은 믿으나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됐다. 불안에 떨며 불확실한 관계에 모든 걸 맡기기엔, 박지민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아무리 사랑으로 덮어도 봉합되지 않는 상처라는 게 있다. 용감하게 사랑만 믿고 돌진하던 박지민은 이제 두려움을 알았다.
민윤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박지민을 사랑하고, 여전히 곁을 내주지 않는다. 민윤기와 발 맞춰 가고 싶은 박지민. 그러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하는 민윤기. 평생 좁혀지지 않을 발걸음이 그 사이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모른 척 민윤기만을 사랑하며 버티기에는 이미 지민의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민윤기가 이걸 봤으면 좀 컸다고 했을 텐데. 지민은 지금이야말로 완전히 민윤기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사랑이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잠든 하얀 얼굴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다가, 작별인사를 했다.
“…설마 윤기 형이 아무 말도 안 했어?”
“아까부터 그게 뭔 말이야. 민윤기가 뭔 말을 해야 해?”
“아….”
태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욱 더 파리하게 질려간다. 나 지금 좀 좆된 거 같은데. 아이씨. 태형이 머리를 박박 문질렀다.
“아니 그 형이 진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뭐 아는 거 있어?”
태형이 입을 달싹거린다. 그리고는 이내 답답하다는 듯 이마를 퍽퍽 쳤다.
“하씨. 지민아 넌 그 이렇게 봐주는데 민윤기는 날 진짜로 죽일 수도 있어. 알지? 그 형 진짜 극악무도하잖아. 옛날부터 나만 보면 눈을 이렇게 치켜 뜨고!”
“그건 너가 먼저 윤기 형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헤어지라고 뭐라 한 거 걸려서 그렇잖아.”
“아니 성깔 안 좋은 건 맞잖아.”
“아무튼 뭔데.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너 아는 거 다 말해.”
태형이 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니 다시 만날 거라고 작정했으면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만 쏙 뺀 건 뭐야. 그 형 속은 대체 알 수가 없네. 혼자 중얼거린 태형은 잠시 호텔방 구석에 있을 가방을 떠올렸다. 에라 모르겠다. 이미 자신의 품에 들어와있는 가방이 발 달려서 민윤기한테 돌아갈 리도 없고.
“사실은 말야.”
태형이 입을 뗐다. 지민은 절대 알지 못했던, 알 수 없었을 민윤기가 떠난 과거. 그것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한다.
***
민윤기는 거진 박지민 수배령을 내렸다. 눈이 벌개져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찾으라고 성질부리는 의뢰인에 하청업체는 난리가 났다. 동양인 남자애 하나 찾는 게 그렇게 어려워? 이렇게 귀엽게 생긴 애가 세상에 흔한 줄 알아? 이걸 왜 못 찾아? 제 구실도 못하는 눈은 지금이라도 뽑아버리지 그래? 그러나 아무리 업체를 족쳐도 박지민의 흔적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카드도, 전화도, 아무것도 쓴 흔적이 없다. 차라리 증발이라는 말이 옳다. 쩔쩔 매는 하청업체에 민윤기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박지민 경력직 다 됐네. 훌륭하네.
그렇게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널 되찾을 거라는 다짐이 허무하게도.
차라리 민윤기의 의도대로 지민이 보석을 훔쳤다면 찾기 쉬웠을 테다. 그 비싼 보석을 판다는 소문이 블랙마켓에 파다하게 났을 테니까. 그러나 지민은 보석조차 덩그러니 침대 위에 놓고 떠났다. 박지민은 민윤기가 주는 것은 아무것도 쥐고 가지 않았다. 마음이든, 돈이든 몽땅.
그때 네가 이런 기분이었겠네. 이렇게나 아팠어? 인간이란 경험해봐야 아는 후회의 동물이라서, 민윤기는 지금에 와서야 박지민의 심정을 체감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의 자신보다 더했겠지. 황당하고 절망스럽고, 그럼에도 보고 싶고.
민윤기는 지민과 보낸 밤이 한 순간의 꿈은 아니었는지 회상해보기까지 했다. 박지민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만들어 낸 망상이었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미 박지민한테 미쳐있는 머리는 쉽게 환상을 만들어내곤 했다. 몇 번이고 지민과 떨어져있는 시간 동안 만들지 않았는가. 그때마다 지민은 예쁘게 웃으며 윤기에게 살랑살랑 안겨왔다. 자신은 그런 박지민을 기꺼워하며 물고 빨았고. 네가 진짜 보고 싶어 죽겠어. 너도 내가 보고 싶은 거지. 사랑해서든, 죽이고 싶어서든.
민윤기는 박지민 없이 살 수 없다. 아니 살 의지가 없다고 정정하는 게 맞다. 오로지 박지민과 함께하는 순간만이 심장이 뛰었다. 애초에 이미 이 숨은 처음으로 만난 도로에서 박지민이 불어넣어주지 않았다면 멎었을 숨이다.
몇 년이 지나든, 몇 십 년이 지나든 박지민을 찾을 거다. 그리고 곁에 붙어있을 거다. 협박을 하든 애원을 하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민윤기의 머릿속에 지민이 거절하는 플랜은 없다. 거절당해 혼자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러나 민윤기는 죽지도 못한다. 박지민이 자신이 아닌 다른 새끼와 쪽쪽거리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다. 무덤에서도 열에 채 벌떡 일어날 것이다. 씨발 어딜 감히. 그대로 그 새끼를 땅에 묻어버리고 자신은 해골이 되어서라도 지민의 곁에 붙어있을 거다.
“찾았어?”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세모꼴 눈이 예민하게 치뜬다. 폭격이 날아오기 전에 하청업체 사람이 급히 변명을 붙인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찾기 위해 인원을 더 투입했습니다. 특별히 한국 쪽에는 경력 많은 사람으로 2명을 보낼 예정입니다.”
“왜.”
“그게, 한국 쪽으로 담당한 인원들만 이상하게 연락이 중간부터 잘 되질 않아서….”
윤기의 미간이 짐짓 모인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봐.”
“아 예. 한국으로 조사하러 보낸 인원 중에 갑자기 하루 정도 연락이 끊기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들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크게 신경 쓰실 부분은 아닙니다. 마지막에는 제대로 보고 받았고 찾으시는 인물과 관련한 단서는 없었습니다.”
“그런 보고를 왜 이제 하는 거지?”
“…예?”
“그 머리 안에 뇌가 들어있긴 해?”
욕을 씹은 윤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체 직원을 족칠 시간조차 없다.
이건 신호다. 박지민이 대놓고 던지는 신호. 이미 민윤기의 눈 앞에서 완벽하게 자취를 감췄던 박지민이라면 이런 허술한 오점 따위는 남겨두지 않았을 터였다. 일부러 남긴 흔적. 이번에는 박지민이 민윤기를 초대했다. 어찌 감히 이 신호를 놓칠 수 있겠는가.
민윤기는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한국 행으로. 아마도 그의 전부가 있을 곳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여전했다. 바쁘고 시끄럽고. 계절을 불문하고 수많은 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볐다. 비서도, 그 누구도 아무도 없이 홀로 공항에 도착한 민윤기는 택시를 잡아 익숙한 주소를 불렀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술술 나왔다. 출장을 오래 다녀오셨나 봅니다. 택시 기사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 길게 다녀왔네요.
익숙한 골목에 택시가 들어선다. 온 순간 영화 필름이 스쳐 지나가듯 과거의 장면들이 보인다. 술 먹고 뻗은 지민을 등에 업은 채 들어가던 장면. 장을 보고 사이 좋게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입에 문 채 걸어가던 장면. 집까지 들어갈 시간도 없어 급히 키스하다 사람들 인기척에 지민이 자신의 혀를 깨물었던 순간. 모든 것을 지나 윤기는 마침내 반지하로 내려가 문 앞에 다시 섰다.
이토록 긴장된 적이 있는가. 모든 배다른 형제들을 감옥에 보내고, 그들이 발 밑에서 애원했을 때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고작 이 문 하나를 두고 하얀 얼굴을 마주 볼 생각을 하니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간다. 윤기는 방아쇠를 당기듯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만요! 배달이 왜 이렇게 빨리 온, 으앗!”
우당탕 문 너머로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간 기다린 끝에 문이 덜컥 열린다. 지민은 앞치마에 온갖 소스를 다 묻히고 있었다. 볼에도 토마토 케첩 소스가 묻어있었다. 어. 윤기를 발견한 지민의 눈이 조금 크게 열린다. 그러나 이내 삐딱하게 눈썹을 치켜 들어올린다.
마침내 지민과 마주한 윤기는 그런 지민을 마주보며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대로다. 과거의 그 시절 박지민 그대로. 여전히 민윤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 모습 그대로. 이런 널 어떻게 포기해. 잠시간 서로를 마주본 끝에 민윤기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신데렐라 찾으러 왔어.”
“…….”
“유리구두 놓고 갔더라. 그거 꽤 비싼 건데.”
윤기가 지민의 손에 보석을 쥐어준다. 사자의 눈물이다. 그들 사이에서 보석이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