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Alan marchand - Hop Skip and Jump>
[치미의 딜리셔스! 새로운 글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치미예요.
오늘 날씨가 너무 덥죠? 잇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ㅜㅜ 저는 요즘 에어컨을 켰어요. 필터 청소하느라 힘 많이 뺐어요ㅜㅜ 먼지가 진짜...식겁ㅜㅜ;; 이건 다음에 포스팅으로 올릴게요ㅎㅎ 휴 오늘은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식당 추천해드리려고 왔어요!
바로 냉면!
냉면에두 참 종류가 많죠~ 잇님들은 어떤 냉면을 좋아하세용? 저는 육쌈냉면을 제일 좋아해요ㅎㅎ 한 여름에 고기랑 얼음 동동 뜬 육수에다가 쫀득쫀득한 면발이랑 먹으면 진짜진짜 넘넘 맛있죠ㅜㅜㅜㅜ 오늘은 요즘 유행이라는 함흥냉면을 먹었어요!
놀이터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곳인데요 가게 분위기는 일단 만점! 사장님 너무 친절하셨어요ㅠㅠ 갔는데 사진 찍는 거 보구 파워블로거냐고 물어보셔서 맞다고 했더니 서비스로 사이다도 더 주신 거 있죠. 사진 예쁘게 찍어달라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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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보이죠ㅠㅠ 진짜 맛있었어요! 가격두 너무 착해요. 이 가격에 이 퀄리티가? 싶은 맛이에요.
여름에는 딱 냉면~~ 잇님들도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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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함흥냉면집 홍대 맛집으로 추천해용!
#홍대맛집 #맛집추천 #분위기깡패 #함흥냉면 #냉면 #육쌈냉면 #냉면 #데이트 #데이트코스 #에어컨 #푸디 #노필터 #여름너무덥다
덧글 148개
[치미님!!! 냉면 진짜 맛있어보여요 저두 담에 함 가봐야겠네요 ㅎㅎ 오늘도 치미님 미모는 환상적~!]
[아 저두 여기 가봤었어요 사장님 짱 친절하신ㅋㅋ 그나저나 치미님 에어컨 빨리 키셨네요 저희집두 켜야되는데 언제 청소하고 킬지 막막ㅠㅠㅠㅠㅠ 그래도 오늘도 치미님은 귀여우시네요. 치미님 보면서 힘 얻고 가요]
[얘가 무슨 맛집블로거냐? 지 얼굴만 찍어올리는데ㅋㅋㅋㅋㅋ노답관종ㅉㅉ]
-[자기 블로그에서 자기 얼굴 올리는데 뭔 상관? 꼬우면 보지 말던가ㅡㅡ]
-[너나꺼져]
-[신고ㄱ]
[치미님 생각없는 덧글들 신경쓰지 마세요ㅠㅠ 치미님 파이팅!]
업로드 후 약 1시간. 에어컨 필터 청소를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냉면을 추천하겠다며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펼쳐놓은 포스팅은 객관적으로 딱 잘라 잘 쓴 포스팅이라 볼 수 없었다. 묻히지나 않으면 다행인 문맥과 리뷰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맛집 파워블로거 ‘치미의 딜리셔스!’는 빼곡한 댓글로 뒤덮였다. 각종 찬양과 공격 사이에서 지민은 마우스를 달칵거리며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테이블 맞은편에서 딸기 스무디를 쪽 빤 태형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지민을 지켜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난 박지민이 오래 전부터 평범의 범주를 뛰어넘고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니 얼굴 밟힌 붕어빵 닮았다는 악플을 보고도 묵인하는 건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계속 보고있냐? 욕하잖아.”
“이런 애들 다 부러워서 쓰는 거야.”
“니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잖아.”
“연예인처럼 잘 살잖아.”
“연예인이라고 밟힌 붕어빵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하진 않지.”
“이게 다아 관심의 표현이에요, 김태태.”
지민이 척 다리를 꼬며 도도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덧글을 다시 관람한다. 덧글에 이제는 하다하다 터진 팥빵을 닮았다는 악플까지도 올라오고 있었다. 태형은 순간 야! 이 새끼 데려와! 하고 외치려다, 쿨하게 넘어가는 지민을 보고 착잡한 얼굴로 입맛을 쩝 다셨다. 그때 박지민을 말렸어야 했는데….
박지민이 맛집 블로그를 시작한 건 뜨거운 여름의 한낮이었다. 평범한 부잣집 아들에서 관종 맛집 블로거로 박지민의 직업이 바뀌는 사건은 그렇게 아주 뜬금없고 단순하게 시작됐다. 청담의 어느 마카롱 디저트 카페였다. 지민은 마카롱을 향해 대포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툭 말했다. 태형아 나도 저거 해보고 싶어. 마카롱에 정신이 팔린 김태형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던가. 나 잘할 거 같지? 응. 너 짱이야 지민아. 실행력이 아주 강한 지민은 그대로 벤츠를 끌고 나가 순식간에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를 샀고, 닉네임을 정하더니 맛집 블로그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후 약 1년. 지민은 어느새 파워블로거라는 표식을 달고 여기저기 인터뷰도 하고 있었다.
지민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 한다. 노트북을 끄고 짐을 싸고는 벌떡 일어났다. 태형이 빨대를 문 채 지민을 올려다보았다. 벌써 가?
“어. 슬슬 가봐야 돼. 이제 곧 오픈 시간이거든. 사람 없을 때 가는 게 좋아.”
“어딜?”
“당연히 포스팅 할 레스토랑이지.”
“너 감기도 걸렸잖아.”
“감기 있다고 일 못해? 나 프로의식 있는 사람이야. 태태 나중에 봐.”
밥 먹는 일에 프로의식까지 있어야해…? 그러나 지민은 더 질문을 건넬 타이밍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창문 너머로 매끄럽게 움직이는 마이바흐 한 대가 보인다. 태형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지민이 아침부터 포스팅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경우는 적다. 아침에는 얼굴 부어서 셀카 잘 안 나와. 웅얼거리며 꿀떡 같은 얼굴로 샌드위치를 먹던 지민이 이유를 설명했었다. 셀카도 안 나오면서 꾸역꾸역 가는 이유가 뭘까. 가만 생각하던 태형은 불현듯 폰을 열어 구독해놓은 지민의 블로그를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맨 위 지민과 나란히 놓여 랭킹을 다투는 ‘서윤마마 레시피’를 클릭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추천 / 보나베띠 리뷰]
정말 맛있었어요. 분위기도 최고! 주방이 오픈형이라 셰프님들이 요리하는 과정도 볼 수 있어요. 넘나 잘생긴 셰프님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심장이 막 나이도 잊고 콩닥콩닥~ㅋㅋㅋ 꼭 한번 가보세요^^~ 보나베띠 추천해요~
업로드 날짜는 바로 어제. 아무래도 랭킹 1위에 집착하는 파워블로거 치미는 불타는 경쟁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태형은 마저 딸기 스무디를 쪽 빨아 비웠다. 누가 알았나. 만난지 1시간만에 헤어져 영화 예매해놨단 소리도 못할 줄은. 그래 지민이 네가 행복하면 됐지…예매해놓은 영화는 취소하지 뭐….
***
맛집 파워블로거 1순위에 빛나는 치미의 딜리셔스는 나름 까다로운 맛집 선정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맛. 둘째는 가게 분위기. 셋째는 친절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과연 치미를 알아보는가? 실상 지민은 마지막 원칙에 따라 별점 등급을 나누었다. 위대한 파워블로거 치미의 딜리셔스를 안다면 이미 그 음식점은 맛집랭킹에 오를 준비가 된 음식점이다. 치미를 알아보지 못하면 원래 입맛대로 깐깐한 맛 평가를 내렸고, 치미를 알아보는 가게는 C등급을 B등급으로 올려주고, A등급으로 올려주고. 그런 혜택을 조금 주는 거다. 덕분에 지민은 진실된 맛집추천률 약 80퍼센트를 자랑했다. 이게 맛집이냐? 집에서 생밀가루를 뜯어먹는게 더 맛있다 시발 등 종종 욕을 얻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일관되게 스스로 잘난 맛에 취해 사는 박지민은 그 악플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본인의 기준을 추구했다.
아침 열시의 거리는 다소 한적했다. 지민은 레스토랑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Bon appétit
보나베띠. 요즘 블로거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 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마 대한민국에서 오픈 후 가장 빠른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레스토랑이다. 지민은 몇 가지 조사한 사항을 떠올렸다. 20대의 어린 나이로 미슐랭을 받은 셰프가 운영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방송했던 쿠킹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했던가. 패널이었던 고든 램지가 극찬을 했단다. 결론적으로 보나베띠를 차린 메인셰프의 수상이력을 줄줄 꿰면 입이 아플 정도란 소리다. 의무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 지민은 심드렁하게 평가했다.
“외관은 별거 없네.”
별점 반 개. 아무리 사진스킬이 없다지만 서윤마마가 괜히 사진을 못 찍은 게 아니었다. 뭐 걘 늘 사진을 발로 찍긴 하지만.
딸랑, 종소리를 내며 보나베띠의 문이 열렸다. 지민은 순식간에 내부를 파악했다. 밖보다는 괜찮았다. 바닥은 이름 모를 옥빛의 돌로 깔려있었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조명이 없어도 가게는 밝은 편이었다. 하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지민을 발견하고 주방 안쪽에서부터 나왔다. 전정국. 이름표를 스캔한 지민은 활기차게 인사하는 정국을 보고 알바생이 잘생겼다는 뭇 블로거들의 리뷰를 기억해냈다.
“어서오세요. 예약 하셨나요?”
“네, 박지민으로 했는데요.”
성함 박지민씨요? 잠시만요. 눈이 맑고 예쁜 직원이 명단을 뒤적거리더니 환하게 웃었다. 네, 확인 되셨어요.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주세요. 저쪽 괜찮아요? 그럼요. 저쪽이 제일 인기 많은 자리예요. 정국이 지민을 창가자리로 안내했다. 햇빛과 나풀거리는 하얀 커튼의 조합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어떤 메뉴로 주문하시겠어요?”
“추천 메뉴 있어요?”
“요즘엔 파스타에선 아마트리치아나가 잘 나가구요. 크림 좋아하시면 연어 까르보나라도 괜찮아요. 스테이크 중에선…아, 오늘 스페셜 메뉴가 있는데 그걸로 하시겠어요?”
“스페셜 메뉴요?”
“네. 셰프님이 직접 개발하신 요리예요. 드셔보시면 좋아하실 거예요. 셰프님 요리 진짜 잘하시거든요.”
정국이라는 직원은 웃음이 예뻤다. 다들 홀려서 시킨다더니. 지민은 정국의 추천대로 리코타치즈 샐러드와 연어 까르보나라,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국이 주문표를 주방에 넣었다. 주방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홀로 검은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나왔다. 아마 요리계의 샛별, 수재라고 불리는 그 메인 셰프인 듯했다.
“테이블 넘버4. 리코타치즈 하나, 연어 까르보나라 하나, 스페셜 하나.”
“예, 셰프!”
요리 과정은 하나의 서커스 같았다. 불길이 확 치솟고 가라앉는다. 팬 좀 더 빨리 돌려. 면 상태 확인하고. 벌써 몇 개월인데 이런 거까지 스스로 체크 못해? 플레이트 세팅 해. 메인셰프의 말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하얀 옷을 입은 셰프들이 빠릿빠릿한 개미처럼 움직였다. 지민은 넋을 놓고 구경했다. 와아. 일단 별점 한 개 더 추가.
지민의 테이블 위로 요리들이 올라왔다. 리코타치즈 샐러드는 드레싱이 예쁘게 뿌려져있었고, 까르보나라는 플레이트 테두리에 소스로 멋을 냈으며, 스페셜 메뉴는 스테이크를 구워놓은 것처럼 생긴 게 고기 요리인 듯했다. 맛집 파워블로거 랭킹 1위를 찍은 촉이 말했다. 이건 진짜다. 진짜 맛있는 음식들이다.
“와아, 와아.”
어떻게 해. 너무 좋아. 지민은 음식을 감미하고 먹는 순간을 사랑했다. 별이 박힌 듯 반짝거리는 눈망울은 심드렁하니 가게를 둘러봤을 때보다 천 배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났다. 한 시라도 빨리 젓가락을 들고 싶었지만 희대의 인내심을 발휘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급히 카메라를 내려놓고 식기를 들었다. 지민이 쿡 고기를 찍어 입에 가져갔다.
“…….”
맛있다. 진짜 맛있었다. 별점 5점이다. 메인셰프의 경력들이 뻥은 아니었나 보다. 마약을 퍼먹어도 이렇게 맛있진 않을 텐데! 맹세코 블로그를 시작한 뒤 여태 지민이 갔던 모든 가게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지민의 입맛에 딱 맞았다. 심지어 감기에 걸려 미각이 제 기능을 톡톡히 못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다. 이렇게 맛있는 걸 사람이 만들 수 있다고? 지민은 허겁지겁 입을 닦고 가게를 두리번거렸다. 정국이 알아차리고 지민의 곁으로 왔다. 아, 혹시요.
“여기 혹시 이거 만드신 셰프님 좀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셰프님이요?”
“네.”
“어…네 잠시만요.”
정국은 잠시 고민하더니 오픈 키친을 향해 갔다. 무어라무어라 말이 오가고 메인셰프가 지민의 테이블 쪽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콧잔등을 찡그렸다가, 결국엔 지민의 테이블로 천천히 다가왔다. 지민이 흥분하여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셰프를 바라보았다. 민윤기. 가슴팍의 이름표에 붙여진 셰프의 이름이었다. 윤기가 말했다.
“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무표정한 걸 보니 자신을 모르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그게 상관 없을 정도로 맛있다. 지민이 스페셜 메뉴를 가리키며 들떠 말했다.
“이거 되게 맛있네요.”
“입맛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진짜진짜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사람 치고 어조의 높낮이는 무뚝뚝했다. 돌 같은 반응이 민망할 법도 한데, 흥분한 지민은 줄줄 찬양하기 바빴다. 약간의 자기자랑도 곁들여서. 셰프님 사실 제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봐서 좋은 것도 많이 먹고 미각이 예민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셰프님 요리는 진짜 입맛에 딱이에요. 굽기도 적당하고 소스도 조합이랑 딱 잘 어울려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드셨어요? 셰프님은 요리의 신한테 축복받으셨나 봐요. 누가 보면 작업멘트라 봐도 이상하지 않은 플러팅 아닌 플러팅을 계속 하는 지민 앞에서 윤기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아 이거 그거죠? 하남에 있는 농장이요. 거기는 관리를 진짜 잘해서 닭들이 아주 맛있더라구요. 딱 먹으면 바로 알죠. 셰프님 요리 진짜 잘하시네요.”
“…닭이요?”
윤기의 세심한 미간에 약한 금이 간다. 지민이 방긋 웃었다. 콕 집어 주장했다. 네 그쪽 하남에 있는 농장. 부업으로 하남에 농장이라도 하나 차린 모양새였다. 윤기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지민에게 별 악의 없이 툭 던지듯 말했다.
“오리인데요.”
“네?”
“오리요.”
“…….”
“하남에 있는 농장이 아니고 아침마다 거래처한테 공급받고 있습니다.”
지민은 조금 당황했다. 딱 잘라서 오리라고 대답하는 민윤기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
“닭…같은데….”
“오리입니다.”
“아…그래요?”
“네.”
지민이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수긍했다. 오리구낭….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맛있게 드세요.”
지민은 그 후 몇번 더 먹지 못하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미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높은 프라이드를 가진 치미의 딜리셔스의 자존감에 한 줄기 금이 가고 말았다.
***
지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인터넷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면엔 탑셰프 준우승을 차지한 현장에서 찍힌 민윤기의 사진이 떠있었다. 오리? 오리일 리가 없어. 본인이 요리하고 까먹은 거 아냐? 그건 분명 닭이었는데. 지민은 한사코 감기로 인한 본인의 미각상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맛집 파워블로거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나름 합리적인 이성을 유지했다. 맛은 있었지. 알바생도 잘생겼고. 분위기도 뭐 영 꽝은 아니었어. 그래 그리고 샐러드도 싱싱했고 까르보나라도…괜찮았는데. 보나베띠에 관한 포스팅은 이미 다 썼고 업로드 버튼만 누르면 완료되는 상태였다.
“…….”
뭐? 오리인데요? 오리이인데요? 지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괘씸했다. 오리나 닭이나 그게 그거지. 사람 민망하게, 어? 무슨 지가 둘리야? 눈에서 얼음 쏘게? 구워진 오리 간도 추워 덜덜 떨겠어 아주. 재수없는 자식. 지가 스타셰프면 다야? 지민은 썼던 글의 반절을 지우고 사심을 담아 타자를 타닥타닥 두드렸다.
역시 치미의 딜리셔스는 마지막 기준이 가장 중요했다. 치미를 알아보고 모시는가, 모시지 않는가. 지민은 깔끔하게 보나베띠의 평점을 정했다.
보나베띠. 별 두 개.
***
윤기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시덕거리는 정국을 건드렸다. 일 안하고 뭐해, 인마. 이러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니거든.
“형 형도 SNS해봐요. 요즘 우리 가게 엄청 유명세잖아요.”
“욕이야? 신고해.”
“에이 욕일 리가 있어요? 형이 요리하는데. 직접 보면 더 기분 좋을 걸요? 다 칭찬이에요.”
“그럼 됐다. 귀찮아.”
“사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죠?”
“가서 양파 껍질이나 벗겨.”
“아 알았어요. 갈 테니까 밀지 마요. 어차피 밀리지도 않는데.”
일 안하면 월급 깎는다. 윤기가 퉁명스레 말했다. 사실 정국의 말이 맞았다. 민윤기는 문명에 동떨어진 고조선시대의 생활감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한창 SNS의 물결이 시대를 덮쳤을 때도 주방에서 파스타를 볶는 걸 선호했고, 폰은 시계와 연락의 수단 이상으로 써 본적이 없다. 사이버세계 뭐가 좋다고. 윤기는 코웃음을 치며 허리에 묶은 검은 앞치마의 끈을 풀었다. 그리고 그때 반짝이는 정국의 폰 화면.
“…….”
이게 유행할 게 뭐 있다고. 윤기는 정국의 폰을 가져와 알림을 클릭해 열었다. 그딴 건 왜 하냐, 이해할 수 없다, 말을 던져놓고선 정작 본인은 뻔뻔하게 검색했다. 보나베띠. 정국의 말대로 유명하긴 한 건지 자동검색어가 완성되어 백이 넘는 블로그 리뷰들이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윤기의 눈에 걸린 가장 최신 글 제목은 이랬다.
[기대치에 못 미친 보나베띠 레스토랑 후기]
별로라고? 윤기는 커다란 변화 없는 표정으로 글을 클릭했다. 자신의 요리가 맛없다는 건 분명 그 사람 미각에 큰 재앙이 있는 게 확실하다.
총 세 개를 시켰는데요. 리코타치즈 샐러드랑 연어 까르보나라랑 스페셜 메뉴였어요.
(사진)
(사진)
(사진)
까르보나라랑 리코타치즈 샐러드는 맛있었어요. 그런데 소스는 좀 짰고 고기는 퍼석했어요. 이렇게 딱딱하고 돌바닥에서 구른 거 같은 닭요리는 처음이었어요ㅠㅠ 먹으면 그대로 치아가 나갈 거 같아요.
그 뒤로도 비판이 있었다. 글을 쭉 내리다 보니 글쓴이의 사진이 있었다. 윤기의 미간이 짐짓 찌푸려진다. 그 사람이다. 하도 맛있게 먹어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던 남자. 허, 윤기는 어이가 없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맛있다고 극찬을 하더니. 아침은 늘 저기압이라 푹 꺼져있는데도 듣고 꽤 기분이 좋았다. 뭐라고 했더라. 요리의 신 재림? 입맛에 딱 맞아?
기가 막힌 윤기는 치미의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클릭했다. 냉면 관련 포스팅이었다. 형편없는 글실력이었다. 육쌈냉면을 좋아한다고 운을 띄우면서 함흥냉면을 추천하는, 문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글쓰기 능력. 게다가 냉면 포스팅에 태그된 가게는 윤기도 가본 경험이 있었다. 육수는 끝에 얼음이 녹아 맹맛으로 변했고 면발은 다소 질겼다. 대체 이 치미라는 인간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개밥보다 조금 좋은 요리는 칭찬하고. 신이 재림했다고 칭찬한 자신의 요리는 개한테 던져줘도 안 먹을 요리란다.
어이가 없어서. 더군다나 또 닭이라고 해놨다. 미간을 구긴 윤기는 다시 보나베띠 포스팅을 클릭해 덧글을 달아놓았다. 정국의 닉은 꾸꾸였다.
[보나베띠 주인입니다. 글을 읽고 글 남깁니다. 닭이라 적어놓으셨네요. 오리입니다. 수정 해주세요.]
실시간으로 덧글이 달린다.
[꾸꾸 주작하네ㅋㅋㅋㅋㅋ]
[어그로 차단]
[네 다음 보나베띠 주인~]
[주인이라는 증거있냐?]
치미의 영원한 팬. 치미사랑맨. 치미치미. 이름만 봐도 치미의 친구들이었다. 민윤기는 SNS에서 받는 공격 따위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런 거에 어울리기는. 유치하게. 차라리 파스타면을 하나 더 볶는다.
[꾸꾸야 경찰서에서 만나자^^]
[ㅋㅋㅋㅋ와 나 이런 신박한 어그로 처음 봐ㅋㅋㅋㅋ후라이팬 잡을 줄이나 아냐ㅠㅠㅠㅠ]
[인증아니면 안 믿음]
그런데, 유치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알고는 있는데. 그게 또 짜증이 나긴 난다. 결국 스스로를 다스리다 포기한 민윤기는 대충 보나베띠 주방을 찍어 올려놓고 폰을 껐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SNS는 하는 게 아냐. 때마침 정국이 윤기를 불렀다.
“형 이번에 해산물 거래처에서 연락 왔는데 형이 직접 받아야 할 거 같아요. 얘네 또 사기쳤어요.”
“아 또 생선 다 물러터진 거 가져왔냐? 이 새끼들이 장난도 한 두번이지. 생선 판다고 대가리가 생선 지능으로 변하기라도 했대? 직접 보고 이야기한다고 전해.”
아날로그적 인간 민윤기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손쉽게 써서 던져놓은 덧글 하나가 불러올 파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