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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6:43

[국민] 거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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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국은 고속도로처럼 쫙 뚫린 인생을 살았다. 초등학교 땐 매 해마다 반장을 담당했고, 중학생 전교 회장, 고등학교 전교 회장직까지 맡았다. 국회의원 선거 유세하듯 활짝 웃으면서 돌아다니니 표는 공략을 내걸기도 전에 우수수 쏟아졌다. 짱짱한 생활기록부로 일류대학을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조금 공부하면 나오는 성적. 성적표를 받을 땐 등급칸에서 1이 아닌 걸 먼저 셌다. 음, 없군. 길만 나가도 연예기획사 명함은 가볍게 얻는 외모와, 심지어 내로라하는 로펌 회사를 운영하는 부모를 만나 금수저까지 장착했다.

  천재라 칭송받던 전정국의 순탄한 삶은 대학에 와서도 계속됐다. 아, 정말 완벽했다. 학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만 해도 과잠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연영과인가 봐, 개존잘. 정국은 굳이 자신이 법대 수석이라 정정해주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학생들을 비웃었다. 대학 졸업하면 이 귀하신 얼굴도 못보니 실컷 봐라. 중소기업의 노예로 들어가 백수 탈출만으로도 눈물겨워 할 평민들과 한국 최고 로펌의 입사가 기다리고 있는 정국의 인생은 질적으로 달랐다.

  그날은 조별과제라는 교수가 내린 대재앙을 무난하게 처리하고 강의실을 나선 참이었다. 어떤 작은 그림자가 법대 앞 건물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다만 꼴이 조금 이상했다. 낡아 해진 옷, 떡 져 눈을 드문드문 가리는 앞머리, 분명 물에 씻기면 물이 먹물처럼 검어질 꾀죄죄한 얼굴. 웬 거지였다. 법대는 다른 학과 건물들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여긴 자신과 거지뿐이 없었다. 거지는 안절부절못하며 쪼그려앉아 풀숲을 살피고 있었다.



“뽀뽀야, 뽀뽀야.”



  정국은 혀를 찼다. 학교 관리를 어떤 식으로 굴리길래 저딴 거지가 굴러 들어와. 등록금정도는 푼돈이지만, 그 마저도 전액장학생으로 뽑혀 다니고 있지만, 제 발이 닿는 공간에 저런 비위생적인 덩어리가 같이 존재한다는 건 영 불쾌했다. 궁금증도 생긴다. 왜 하필 여기서 저 거지가 비비적거리고 있는 건지. 정국은 다음 강의를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도 미루고 거지를 관찰했다.



“뽀뽀야, 형 여기 있어.”



  거지 주제에 목소리는 참 맑았다. 침대에 끌어다 눕혔던 상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음을 뱉던 남자랑 약간 비슷했다. 뽀뽀야, 뽀뽀야. 거지는 웃긴 이름을 연신 빌 듯 부르며 뽀뽀라는 걸 찾았다. 수풀을 뒤적이다 없는지 기어 다른 쪽으로 몸을 틀어 바닥을 더듬더듬 짚는다.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 꼴인 이유가 훤히 보인다. 헤진 옷이지만 드러나는 마르고 얇은 선은 자신보다 작고 어려 보였다. 한참이나 거지를 지켜보던 정국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상은 넓고 이런 사람도 많이 존재하지. 우월함을 자랑하기 위한 못된 기부처럼 가방을 뒤적거렸다. 조별 회의에 지각한 조원이 사온 편의점 빵이었다.



“저기요.”



  정국은 거지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거지가 쪼그린 채 정국을 올려다본다. 눈 작다. 그런데 꽤 이쁘다. 정국은 아량을 베풀 듯 마주 무릎을 굽혀 거지의 손을 거침없이 잡았다. 그리고 말없이 빵을 쥐여주었다. 거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정국을 본다. 정국은 거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막상 거지와 접촉한 손이 찝찝해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지만, 금세 무표정이어도 잘생겼다 찬사를 받는 평범한 표정을 유지했다.



“뽀뽀 꼭 찾으세요.”



  정국은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거지가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지지만 뒤를 돌진 않았다. 안 고마워해도 되는데.






  정국은 중간고사를 치뤘다. 캠퍼스는 벚꽃이 만개하고 너도나도 소개팅, 미팅, 노예팅, 그밖에 여러 팅팅팅을 주장하며 동물농장처럼 짝을 구애했다. 정국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이미 꽉 찬 전화번호부 목록을 뒤적여 제법 잠자리가 괜찮았던 상대들을 다시 불렀다. 하나같이 매끈하게 잘 빠지고, 끼를 잘 뜨는 모델 같은 사람들이었다. 정국의 취향은 심지 굳었다. 언뜻 봐도 화려하고, 자세히 보면 교태롭고, 더 자세히 보면 매력 넘치는 여우 같은 사람. 숫처녀처럼 수줍어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타입이 좋았다. 정국이 그렇게 봄을 만끽하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거지를 또 만났다.



“허그야아아! 어디 있어!”



  한 3주 만이던가. 세상에는 수많은 거지들이 있지만 정국은 딱 취향인 목소리를 듣고 바로 기억해냈다. 법대 앞 거지. 이번에는 관리인이 물을 뿌려 관리하고 있는 꽃밭이었다. 흙이 묻어 더러워진 하얀 니트는 지난 번보다는 나았다. 의류수거함이라도 뒤졌나. 그래도 떡 져있는 머리는 여전하다. 정국은 발걸음을 멈춰 거지를 구경했다. 진짜 꽃거지다.



“형아 애타잖아아, 허그야아.”



  아 목소리는 존나 취향이다. 늘어지는 말꼬리는 볼품없는 외관만 제외하면 당장 침대로 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정국은 거지가 허그라 부르며 꽃밭을 헤집는 걸 보고 가만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때 뭐라 불렀더라. 뽀뽀? 아마 뽀뽀라고 부르면서 땅바닥을 기어 다녔다. 정국은 안쓰럽게 거지를 쳐다보며 과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교수가 강의 도중 꾸벅거리는 뒤통수들을 보며 강제로 뿌린 사탕이 있었다. 한 번 줘봤다고 두 번 줄 때는 처음보다 더 망설임이 없었다.



“저기요.”



  거지가 갑자기 부르는 목소리에 놀랐는지 엎어진 자세로 퍼덕거린다. 그러다 땅을 더듬던 손이 꽃을 푹 짓눌렀다. 으아! 거지는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꽃에서 손을 뗐다. 잎사귀가 상한 꽃을 보고 어어, 거리더니 당황하며 어찌할 줄 모르다 구겨진 잎사귀를 짧동한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주었다. 착하긴 하네. 정국은 괜히 불렀나 볼을 긁적거렸다. 거지가 정국을 처음과 똑같은 자세로 빼꼼 올려다보았다.



“누구…아!”



  거지가 눈을 크게 뜬다.



“그때 빵 주신 분!”
“아 기억하시네요.”



  개가 밥 준 사람 기억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생각하며 정국은 사탕을 건넸다. 거지가 눈을 깜빡깜빡거린다. 그때도 먹고 싶으면서 보기만 하고 가져가진 않았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흙투성이 손을 잡아 딸기 맛 사탕을 올려놓고, 친절하게 주먹을 쥐여주었다. 거지는 사탕을 보고 버벅거렸다. 어어, 저기요. 그러니까요. 정국은 됐다는 의미로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괜찮아요.”
“네? 아니, 그….”
“찾으시길 바랄게요.”



  허그. 덧붙인 정국은 미련없이 꽃밭을 벗어났다. 우연으로 두 번이나 거지와 만난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우리학교 지하철역에서 자나. 띠링 문자가 온다. 여기 5층 강의실. 정국은 사탕이 들어있던 주머니 반대편으로 손을 푹 찔러 넣었다. 콘돔을 몇 개 가져왔었더라.






  정국은 맛을 탐미하지만 학교라는 폐쇄성 짙은 공간 안에선 어느 정도 포기했다. 철근을 갈아 만든 것같은 학식은 개를 줘도 안 먹을 거고, 저렴한 밥집은 많았지만 캠퍼스로부터 조금 떨어진 번화가 거리에 있다. 선거운동까지 시작한 아버지를 등에 업은 정국이라도 없는 음식을 소환해낼 순 없었다. 끼니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때웠다. 컵라면 하나와 삼각김밥 하나,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에 엄지손가락 두개 사이즈만 한 소시지까지 샀다. 딱 컵라면을 한입 먹으려는 때였다. 식탁이 자리잡은 편의점 유리창 앞으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



  거지다. 세 번쯤 만나니 이쯤이면 거지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늘 땅바닥을 기어다니던 거지가 이번은 약간 달랐다.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차분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다. 그때 입은 하얀 니트를 빨았나 보다. 오늘은 전보다는 조금 더 깨끗했다. 머리는 당연히 떡 져있고, 바지는 흙투성이였지만. 거지 원래 피부는 무슨 색일까. 정국은 젓가락을 넘기던 손까지 멈추고 유리창 밖 거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신호등이 켜진다. 거지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시선이 마주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어! 정국을 발견한 거지가 깜짝 놀란다. 정국은 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국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거지는 배시시 웃더니 손을 흔들어왔다. 아 그래, 해주자. 정국은 떨떠름했지만 젓가락을 든 손을 몇 번 휘적거려주었다. 거지는 웃음이 헤펐다. 유리창 밖으로 때가 묻은 볼을 방실거리며 신나게 웃었다. 그러더니 곧장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다가왔다. 정국은 혀끝을 찼다. 인사하지 말걸.



“또 만났네요?”
“네.”



  역시 목소리는 존나 좋다. 정국은 제 앞에 놓인 먹거리를 한 번, 거지를 한 번 보고 고민했다. 세 번이나 만나니 자연스럽게 헌납해야 할 것만 같았다. 돈을 쓰는 건 무리가 아니지만 편의점은 줄이 길었다. 잘난 만큼 허드렛일에 무언가를 소비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참을성이나 인내심따위는 엿 바꿔 먹은 정국은 금방 포기했다. 이미 뜯은 컵라면, 삼각김밥, 샌드위치, 소시지. 정국은 고민하다 길쭉한 소시지를 선택했다.



“여기요.”



  거지는 눈을 깜빡거리다, 이번에는 소시지를 받아 들었다.



“맨날 만날 때마다 뭘 주시네요.”



  거지가 살풋 웃는다. 떡 진 머리와 흙이 묻고, 검댕이가 묻은 피부만 아니라면 상큼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거지는 소시지를 품에 꼬옥 끌어안았다.



“우리 허그가 소시지 진짜 좋아하는데. 잘 갔다 줄게요!”



  소시지는 동물이나 주는 거고, 다른 것도 달란 소리인가. 정국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사이에서 고민하다, 문득 이 거지에게 과도하게 적선을 했단 느낌을 받았다. 이딴 거지가 뭐라고. 냄새는 안 나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 꺼려지는 존재였다. 친절도 낭비가 된다. 호의를 권리로 누리는 멍청함 같은 거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 텐데. 미묘하게 인상이 찡그려질 무렵, 거지는 품 안을 뒤적뒤적 거리더니 이상한 물건을 꺼냈다.



“저는 이거 드릴게요.”



  거뭇한 손이 내민 건 식물이었다. 하트 이파리가 네 개. 그건 네잎클로버였다. 값비싼 선물은 많이 받아 봐도 이렇게 쓸모 없고 선물은 처음이다. 황당한 정국이 가만히 보고 있자니, 거지는 정국이 손에 사탕을 밀어 넣었던 것처럼 정국의 손을 들고 그 위에 네잎클로버를 올려주었다.



“아까 쪽쪽이 찾다가 발견했어요.”



  얘 뭐하는 거지야. 정국은 네잎클로버를 내려보았다. 존나 신기하다. 세상엔 이렇게 하찮고 어이없는 선물도 있구나. 차라리 콘돔이나 한 박스 주면 고맙다하겠다. 거지는 침묵을 오해한 건지 쑥스러워하며 떡 진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올해는 처음 찾은 거예요.”
“매년 찾으세요?”
“네! 보일 때마다 모으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정국이요.”
“저는 박지민이에요.”



  거지가 헤헤 웃는다. 그리고는 무어라 또 입을 열 때, 시간을 발견하고 헉! 했다.



“아 시간이 급해서,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봐요!”



  거지가 편의점 문을 쌩하니 열고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달려나간다. 정국은 미묘한 기분으로 선물 받은 잡초풀을 들여다보다,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았다. 선물을 뭘 이딴 걸 줘. 척 생각해도 바닥이나 기어 다니면서 찾았겠지. 쪽쪽아, 쪽쪽아. 그런 이상한 이름도 불러 젖히면서. 정국은 듣기 좋은 목소리가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는 광경을 상상해보았다. 뽀뽀야, 허그야, 쪽쪽아.



“…….”



  정국아. 거지의 목소리가 일순 마이크 에코효과라도 실린 것처럼 머릿속을 짧게 배회했다. 정국은 젓가락을 까딱거리다 샌드위치를 뜯어 입에 물었다. 배고프다. 밥이나 먹어야겠다.







  빠른 음악이 머리를 뒤흔들 듯 쿵쿵거린다. 클럽 화장실에 엉겨붙은 두 명이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의 남자가 상대에게 매달리며 진하게 눈웃음을 쳤다. 순간, 정국은 남자를 밀치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시발, 약했냐? 넷이서 하는 플레이도 꺼리지 않는 정국이 유일하게 혐오하는 한가지였다. 재수 옴 붙었다. 살살 올라오던 흥분감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정국은 수돗물로 입안을 헹구고 물기를 털었다. 봄이 가서 그런가. 다른 상대를 낚아오는 게 귀찮기만 하다.

  정국은 클럽을 나와 공원을 향했다. 왜 공원인지는, 그냥. 술기운을 조금 빼고 싶었다. 이 짓도 질린다. 앞으로는 어떤 알찬 탈선을 해볼까 고민하며 공원 입구를 들어온 때였다.



“헐….”



  첫만남은 우연, 두번째 만남은 우연의 우연. 세번째 만남은 트리플 우연. 그렇다면 네번째 만남은? 심지어 학교 근처도 아니다. 정국은 황당하기까지 해, 발걸음을 멈춘 채 거지를 응시했다. 덕지덕지 구겨지고 흙이 묻은 하얀 반팔티. 헐렁한, 꼭 농촌 어르신들이 입을 법한 어마어마한 통의 검은 촌스러운 바지. 검은색이라 그런지 다른 때처럼 심각하게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 인사를 할까, 말까.



“으아악! 키, 키스야!”



  순간 거지가 옆에서 달려든 하얀 개에 깔려 바닥을 뒹굴었다. 흡사 북극곰이 사람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이미 개차반 사생활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정국은 깜짝 놀라 거지 쪽으로 뛰었다. 밑에 깔린 거지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키, 키스야. 형아 숨, 숨, 켁! 정국은 힘으로 개를 들어올려 옆으로 치우고 거지를 붙잡아주었다.



“으으, 감사합…정국씨!?”
“안녕하세요.”



  거지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어어, 거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어두워서 인지 거지의 때가 덜 눈에 띈다. 앞에 있던 세 차례의 만남이 아니라면 얼핏 그저 더러운 사람이라 오인할 뻔했다. 슈퍼거지인데. 나 너무 자연스럽게 도와준 거 같은데. 가만 생각해보니 한 사람에게 적선을 이만큼이나 한 적은 손을 꼽는다. 정국이 왜 이곳에 있냐 질문을 던지려는데, 치워 놓았던 개가 크르릉거리더니 왕왕거렸다. 거지는 정국을 두고 허둥지둥 눈뭉치 같은 하얀 개 방향으로 뛰었다.



“키스야, 안 돼! 쓰읍! 떽!”



  엄하게 나름대로 꾸짖는 중인 거지는 주인 같아 보이기는커녕, 여전히 컹컹 짖고 있는 하얀 털뭉치에게 밀렸다. 정국은 꺼지라 시끄럽게 짖건 말건 방금 거지가 외친 목소리를 계속해서 반복재생 시켰다. 쓰읍, 떽. 나름 날카롭게 낸다고 낸 거 같긴 한데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키스야, 안 된다니까. 좋은 분이셔!”



  컹컹!



“키스야 왜 이렇게 오늘 형 말 안 들어. 자꾸 이럴래!”



  컹컹컹! 개는 거지가 매달려도 꾸준히 짖었다. 역시 개. 구린내를 잘 맡았다. 클럽에서 밴 담배냄새만 몇 갑인데. 정국은 아무렇지 않게 툭툭 옷을 털고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워, 원래 키스가 이런 애가 아닌데…죄송해요.”
“키우는 개?”
“봉사활동이에요! 키스가 덩치는 커도 워낙 겁이 많은 아이라.”



  거지는 짖는 개를 애정 어린 손으로 쓰다듬었다. 길에서 같이 생활하더니 아끼는 마음이 깊은 가 보다. 정국은 개의 털을 계속 문질러 대는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손도 조금 취향. 입에 물고 혀로 굴리면 빠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개는 한참만에야 거지가 애걸하다시피 끌어안아주자 입을 다물었다. 지독한 개새끼.



“정국씨는 이쪽은 무슨 일이세요?”



  떡 치려고. 사실을 말하면 거지는 까무러칠 듯싶다. 정국은 적당히 말을 에둘렀다.



“볼일이 있어서요.”
“그러시구나. 벌써 네 번째나 만나는 거 너무 신기해요.”



  거지가 헤실거렸다. 가로등 조명효과인지 떡진 머리가 덜 티 난다.



“정국씨는 몇 살이에요?”
“스물하나.”
“어, 제가 형이네요! 저 스물셋이에요!”
“아 네.”



  구라 아님? 눈덩어리 같은 개보다 덩치 작아보이는 게. 정국은 믿기 어려운 눈초리로 거지를 위에서 아래로 쓰윽 훑어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닿아 멈춘 게 빵실한 볼이었다. 헤실헤실 웃고 있느라 광대가 솟아있는 볼은 여태 정국이 만난 적 없는 종류였다. 그때 개가 관심을 뺏긴 게 서러운지 낑낑거렸다. 거지는 단번에 개를 챙겼다.



“키스 왜. 화장실? 아니야? 산책마저 하구 올래?”



  키스야, 키스야. 정국은 가만 시중을 받는 개와 거지를 구경했다. 척 봐도 튼실해 보이는 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끙끙거리면 거지가 챙겨준다는 걸 알고 연기를 했다. 웃긴 개새끼네. 사람 머리 위에 기어 올라간다. 가만 지켜보고 있자니, 시선이 느껴진 듯 거지가 민망하게 웃는다.



“키스가 뭔가 불편한가 봐요.”
“특이한 개네요.”
“그래도 예뻐요.”



  거지가 자랑하듯 개를 쓰다듬었다. 거지가 아닌 평범한 사람 같다. 거지가 말을 이었다.



“정국씨 거기 법대 다니시는 거예요?”
“예? 예, 일단….”
“다음에 식사라도 해요!”



  본격적으로 뜯어먹으려는 건가. 정국이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간혹가다 이렇게 만나는 건 모르지만 거지와 약속을 잡기는 에이급 전정국 클래스가 운다.



“제가 바빠서 좀.”
“맞아, 과제 많죠? 법대 힘들 거 같아요. 그럼 주말은 어떠세요?”
“주말도 일 있어요.”
“아 알바요?”



  안하는데.



“네.”
“그럼…학교 안에서는 어때요?”
“제가 시간표가 공강이 없어요.”
“그땐 편의점에서 밥 드시지 않았….”
“휴강이요.”
“아….”



  거지는 섭섭한지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아마 거기서 거지가 그냥 갔다면, 무난하게 네 번째 만남이 끝났을 것이고, 다섯 번째 우연이 찾아와도 무시하고 쌩 지나쳤을 것이다. 거지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커다란 개의 발바닥을 잡고 정국에게 흔들었다.



“키스야, 정국이 형아 안녕.”



  아 시발 잠깐. 정국은 순간 십억 톤짜리 해머로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정국이 형아. 정국이 형아. 약 일초 만에 무수한 상상이 지나갔다. 정국이 형아, 조금만 빨리요. 아 거기 너무 좋아요, 정국이 형아. 취향에 알차게 들어맞는 목소리는 정국의 머릿속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정국이 혼돈에 빠져 있는 사이, 거지는 활짝 웃었다. 손까지 내민다. 손뼉을 쳐 탁탁 흙을 털어내고는 옷자락으로 손바닥을 가렸다. 조금 부끄럽다는 듯 눈웃음을 매단 거지가 나머지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오늘은 좀 흙을 많이 만졌거든요….”



  확인사살이다. 존나 미친. 주홍빛 불빛 아래 피부는 말랑말랑해 보였다. 너무 귀여웠다. 인간적으로 달달한 찐빵이 터진 것처럼 생긴 볼이 우물거리는 건 정국의 취향을 꿰뚫고도 모자라 새로운 틀로 자리잡았다. 어떻게 이러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귀여움이 아니다. 정국이 입술을 혀로 축이고 먼저 말했다.



“내일 괜찮을 거 같아요.”
“…네?”



  거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인다. 정국은 답삭 내밀어진 손을 맞잡았다. 그게 뭐더라. 성인 남자 둘이서 할 만한 거, 섹스, 가 아니라 이야기. 그래 그거. 괜찮은 장소로 호텔, 아니 식당에서. 단어를 띄엄띄엄 떠올렸으나 입에서 우수수 쏟아진 말을 짧았다.



“밥 살게요.”



  전정국 인생에서 가장 급한 애프터 신청이었다. 거지가 당황한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곤 예쁘게 웃었다. 좋아요. 그런데 제가 일이 있어서 다음주는 어떨까요?




***






  같이 어울리는 쓰레기통 무리 중 한 명, 민윤기는 전정국이 드디어 확실하게 맛이 갔다 했다. 저 또라이 새끼 약 싫어할 때부터 알아봤어. 정상인인 척 하느라 애썼다. 취향 박살을 축하한다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람 갱생프로젝트라도 해보라 추천해주었다. 칭찬도 하나 해주긴 해줬다. 그래도 너는 니 취향 만나면 좆대가리부터 들이밀더니 용케 참았다, 축하한다, 그 거지, 아니 시발 거지를 거지라 부르지 뭐라 부르냐 눈 그만 부라려라, 박지민이라는 그 애가 도망가진 않겠다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정국은 다리를 달달 떨며 손톱을 질겅거렸다. 조선시대라면 절세미인이란 절세미인은 다 보고도 남았을 눈높이인데, 어떻게 그런 거지한테 휘둘릴까. 일주일 내내 박지민만 생각했다. 부러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박지민이 있었던 곳을 살폈다. 거지한테 무슨 일이 있지? 의류수거함 도는 날? 아니면 다른 구역 탐방? 박스 줍기? 또 봉사활동이라도 하나. 그거 봉사활동 하고 하루 한끼 떼우나. 거지가 준 잡초 그거 왜 버렸냐. 등신새끼. 다른 건 다 둘째치고 빨리 보고 싶다.

  거지를 만나는 날, 정국은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머리를 정리하고 옷을 갖춰 입었다. 무려 1시간 반을 일찍 나왔다. 생전 해보지 않은 긴장은 낯설었다. 강남역 4번출구, 6시. 시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정신없이 쾅쾅거렸다. 중3 시절 과외선생과 문을 닫고 방에서 첫경험을 했던 때처럼. 땡 6시 정각이 되자마자 정국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뭐 폰을 사주든가 해야지.

  눈알이 빠져라 강남역을 샅샅이 훑던 그때였다. 허리선이 드러나는 셔츠에, 검은 바지를 센스있게 매치한 남자가 눈 안에 콱 박혀 들었다. 요즘 미쳤나. 정국은 문득 사람에게도 발정기가 있던 건 아닌지 되짚어보았다. 존나, 시발 갑자기 지구가 돌아서 전정국 취향 사람 찾아내기 프로젝트 같은 거라도 진행하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남자는 정국이 종종 그려보곤 했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형의 정석이었다. 언뜻 봐도 화려하고, 자세히 보면 교태롭고, 탁월하게 색기 넘치는 사람. 두말할 것도 없이 작업을 쳤을 상이었다.

  정국은 가을날 흔들리는 갈대 같은 마음을 다잡았다. 안 돼, 나에겐 거지가 있어. 우리 귀여운 거지. 밥 주면 좋아하는 거지. 떡지고 헤진 옷을 입고 있는 거지를 떠올리며 정국은 뽑힐 것처럼 두근거리던 심장을 상기시켰다. 오늘은 거지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자리도 창가 자리로 예약해두었다. 애써 시선을 떼어내고 꾀죄죄할 옷을 찾고 있는데, 오매불망 일주일 동안 그리던 목소리가 귀를 관통했다.



“정국씨!”



  취향의 정석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많이 기다렸어요?”



  누구세요. 정국은 제 발로 굴러들어온 수박을 보고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매력 향수를 흩뿌리고 다니는 예쁜 고양이는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고양이는 낯설게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당황하더니 곧 아아, 했다.



“가만 보니까 맨날 흙에서 뒹굴고 난 다음에만 정국씨를 만났네요.”



  …뭐? 정국은 뒹군 게 침대가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이런 애랑 잤으면 그런 환상적인 떡을 잊을 리가 없는데. 있는 뇌세포 없는 뇌세포를 괴롭히며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아, 잠깐. 일주일전 해머로 후려갈겨 맞은 뒤통수가 이번엔 야구배트로 홈런을 당했다. 거지, 아니 취향의 정석, 아니 박지민이 말했다. 박혀오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살짝 눈을 피하고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낯설죠? 저두 사실 너무 낯설어요. 맨날 봉사활동가면 옷이 더러워져서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정국씨 만난다고 예쁘게 입었어요.”



  지민은 실제로도 많이 부끄러웠다. 어떡하지, 어떡해. 안 그래도 커다란 토끼 같은 눈이 더 커진 걸 보니 정말 상상도 못한 눈치다. 큰일 났다. 김태형을 붙잡고 데이트 성공하는 비법을 사전 두께보다 두꺼울 만큼 많이 물어봤는데, 심장이 워낙 쿵쿵거려 머리가 자꾸만 하얗게 변한다.

  나의 취향. 지민은 어려서부터 개를 좋아했다. 주변에서는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앙칼지게 생긴 애가 안 어울린다했다. 모르는 소리들이다. 개가 얼마나 귀여운데! 덩치 커다란 녀석들이 좋다고 몸을 비비적거려오거나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면 행복함으로 가슴이 뿌듯하게 차올랐다. 산책 가자 땡깡부리는 것도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스스로 목줄을 졸졸 물고 온다거나, 얼굴을 핥아오는 거.

  지민은 정국을 처음 만난 날, 룸메이트 태형을 들들 볶았다. 막, 막 나한테 빵 줬어! 태형은 나뭇가지를 우수수 달고 집으로 돌아온 지민을 향해 거울을 보여주었지만 지민은 연신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나나 걔 또 만났는데 이번엔 걔가 막 사탕을 주는 거야! 지민은 입이 부르트도록 정국에 관해 설명했다. 그 남자 엄청 착해. 우리 키스처럼 덩치는 엄청 큰데 다정하고, 목소리도 좋아. 키도 크고. 상황도 가리지 않고 도와주고, 선물도 주고. 어느 날 그 남자가 소시지를 주었다며 눈에서 하트를 뿅뿅 뿜었다. 태형은 넌 개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세상은 살고 볼 일이라며 박수를 짝짝 쳐주었다.

  지민은 취향을 향해 당차게 말했다.



“제가 사드릴 게요! 그동안 많이 주셨잖아요.”
“…그전에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



  정국은 폰을 내밀었다. 시발, 존나 잘난 내 인생. 앞으로 넘어져 두 바퀴를 데굴데굴 굴러도 서커스라 박수갈채를 받을 완벽한 인생. 흙밭에 숨겨져 있어도 산삼은 기가 막히게 알아본 본능에게 박수를.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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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국민에 낸 글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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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모리 2017.04.14 20:4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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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majh800 2017.04.15 01:46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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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j0192 2017.04.15 21:02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찌민이의 반전모습 이 사이다 백병 먹은 듯한 개운함 ㅋㅋㅋㅋㅋ얼빠진 정국이 너무 귀엽고요 ㅋㅋㅋ 지민이 언제 말끔한 모습 보여주지 했는데 봉사활동 때문이였군요 !참 강아지들마다 이름이 모범적이네요^//너무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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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쨔뭉 2017.04.16 23:22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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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 2017.04.17 00:1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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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낭 2017.04.17 01:22
    앜ㅋㅋㅋㅋ읽다가 너무귀여운 마무리라.터졌어요 왜 거지왕인가 했더닠ㅋㅋㅋ역시 될놈될이라구 정국이 진짴ㅋㅋㅋㅋ봉사활동한다구 머리떡지구 옷너덜너덜해지는 지민이두 너무귀엽구ㅠㅠㅠ글 달달해서 술술읽히고 엄마미소지으면서 읽었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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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맹이 2017.04.17 01:50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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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예찬 2017.04.17 02:18
    Oh my goddess! 업뎃이라니 겁나 조쿤빼엠!! 아아.. 넘나 행복해요. 여전히 아이패드 접속이 안돼요 뿌엥ㅠㅠ 수고로우시니 앞으로 핸드폰접속하께여 사댱해여♡♡ 강아지덕후 짐니 순수결정체+초식남이네여ㅠㅠ(코피) 하악 발랑 까졌지만 겉보기엔 초식남ㅋㅋㅋ정국이가 지민이한테 홀랑빠져서 살아가는건가요 아아..! 압축이 너무 심합니다 작가님 정국이가 계속 속마음을 숨기면서 만날지, 아님 돌변해서 확 잡아먹어버릴지(?) 뒷얘기 넘나 궁그매버려요 연재가 매우 시급합니다~! 둘다 넘나 귀엽다 진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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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다 2017.04.18 14:59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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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모드 2017.04.24 12:28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좋아요♡♡ 와 이걸 머라해야할까요ㅠ 특히 정국이 캐릭터가 살아있고 왜케 잘어울리나요ㅠ 지민이의 화려한 교태스러움에 함께 있는 망개떡 같은 이미지까지ㅠ 최고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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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4 2017.04.25 13:45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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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sk 2017.05.08 10:5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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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위니 2017.06.11 10:40
    ㅋㅋㅋㅋㅋ 시발존나잘난 내인생이라뇨ㅋㅋㅋㅋㅋㅋ 정말 운빨 지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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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찜 2017.07.07 13:13
    헉... 귀여워... 외전이 시급하다.... 그래서 지민이 정체가 뭐에요... 해머는 내가 맞은 모양...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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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페님무대를디집어노으셔따 2017.08.03 17:34
    ㅋㅋㅋㅋ아니 처음엔 왴ㅋㅋ지밈ㄴ이갘ㅋㅋㅅ거지짘ㅋ 신선한데...? 여..역시 토페자까님!!!! 이랫는뎈ㅋㅋㅋㅋㅋ 심지어 정국이가 지미니랑 겨론한다했을때 부모님 반대 심하면 어쩌지?? 지ㅣ민이가 거지라서 병이 걸려서 죽으면?? 거지라서 장기매매당하면?? 일진들한테 맞으면??? 알고보니 빛이 있으면??? 저능아면??? 까지 생각한 저는..하ㅏ 나새끼 쓸떼 없는 걱정을 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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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2017.08.06 12:02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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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pintp 2017.09.02 10:46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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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ee2 2018.01.28 01:38
    지민이ㅋㅋㅋㅋ봉사활동하는데 머리는 왜 떡져있던거야, 개들이 핥았나ㅋㅋ재밌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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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터 2018.02.24 09:1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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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하트가된독자 2018.03.04 16:0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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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벤더 2018.07.30 16:2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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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존재 2018.07.31 09:22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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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솝침 2018.08.03 00:30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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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oka 2018.08.05 10:1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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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찜이 2018.08.06 16:29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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