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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Mungo Jerry - In the Summertime>




_냥냥냥 스핀오프

_인간 윤기랑 고양이 수인 지민이








 [충격! 박지민 연기력 논란, 배우 일자리 뺏는 아이돌]


 타이틀에 새겨진 망할 문구에 지민이 으득 욕을 씹었다. 이 새끼 누구야. 올시크릿 뉴스? 얘네 지난 번에도 나 앨범 못 팔았다고 까댄 애들이잖아.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럭 외치곤 술을 병나발로 불었다. 지민의 곁에 앉은 매니저는 허허 보살 미소를 지으며 지민을 달랬다. 그렇게 기사 쓴 놈들이 한 둘이 아니라 고소했다간 일이 더 커진다는, 진실의 말을 꾹꾹 누르며.



“지민아 너 이미 취했어. 그만 마셔.”

“오늘 안 마시면 언제 마셔? 놔둬!”



 지민이 눈꼬리를 샐쭉하게 올리며 술병을 하나 더 깠다. 이미 취해서 반쯤은 맛이 갔다. 언제는 내가 제일 예쁘다더니. 나보고 천재라구, 천 년에 단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아이돌이라구 하더니. 허엉. 서러운 눈물이 하얗고 말랑한 볼을 타고 뚝뚝 흘러내린다. 아이고. 매니저가 탄식했다. 팅팅 붓겠네. 내일 스케줄을 전부 다 취소시켜놓길 잘했다. 애초 술을 몽땅 사서 호텔방으로 굴러들어온 순간 예측한 상황이긴 했다.



“내가 그래서 안 한다고 했는데. 형도 알지?”

“알지, 알지.”

“감독이 진짜 발바닥에 매달려서 딱 한번만 해달라고, 아니면 자기 뛰어내릴 거라고 해서 한 거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왜 연기자들 밥그릇을 뺏어?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거지, 절대 안되지.”



 매니저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지민을 호응했다. 사실 박지민이 억울해하는 이유는 타당했다. 연기에는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던 박지민을 꼬드긴 감독의 탓이 컸다. 이 배역은 지민씨가 아니면 힘들어요. 정말 지민씨 한 번만 같이 해주세요. 무려 1년을 끈질기게 따라다닌 감독은 급기야 이 영화 망하면 한강에서 뛰어내릴 거라며 협박까지 했다. 질린 지민이 결국 수락했고, 영화는 초호화 연기파 배우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문제는 그곳에서 시작됐다. 지민을 뺀 나머지 배우들이 죄다 연기파라는 거다. 장르는 퓨전 판타지 사극이었고, 그 시대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사람들 사이에 박지민 혼자 타임워프 한 현대인처럼 어색한 톤을 구사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연기 존나 못하네. 박지민만 나오면 그냥 씨에프 같다. 몰입 다 깨서 중간에 하차함. 박지민 얼마나 못하나 보러 갔더니 진짜 존나 못해서 현타 옴. 박지민만 없으면 볼만한 스토리에 괜찮은 영화로 대박이 났을 거라는 평론가들의 평도 피할 수 없었다.



“다들 너무해애.”

“지민아 너 그러다 3일 내내 부어있겠어….”



 매니저가 훌쩍이는 지민의 볼에 휴지를 갖다 붙여주었다. 야단 났네. 우리 오빠 귀여운 찐빵 됐다고 팬들이야 좋아하겠지만 밀려있는 잡지촬영 디렉터가 볼 땐 죽고 싶은 심정일 거다. 눈물을 뚝뚝 떨구던 지민이 바닥난 술병을 툭툭 쳤다. 뭐야. 이거 왜 벌써 없어?



“다 마셨으니까 가자.”

“술 더 줘어.”



 지민이 매니저를 향해 슬픈 고양이 눈을 했다. 끼잉. 매니저가 움찔한다. 신인 때부터 박지민을 금이야 옥이야 우리 연예인 최고 우쭈쭈 돌봐온 그는 박지민에게 약했다. 그는 최면을 걸었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넘어가면 끝이다. 좋게 지민을 타일렀다.



“이미 이렇게나 많이 마셨는데 뭘 더 마시려고 해. 가서 형이 사장님한테 말해서 안 좋은 기사는 다 내려달라고 할게.”

“형은 내가 불쌍하지두 않아?”



 눈물로 어룽거려 촉촉한 눈빛 공격이 심해진다. 나 열일곱부터 연예계에 들어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구우. 맨날 이렇게 욕 먹는데에. 말끝까지 툭툭 늘어지니 장화 신은 고양이보다 더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지민이 매니저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마지막 애교 한 방이었다.



“한번마안.”

“…그럼 사올 테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응!”



 지민이 잠깐 빵긋 웃었다. 널 위해 내가 뭘 못해주겠니. 살살 녹은 매니저가 카드를 챙기며 일어난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멈칫하며 지민을 돌아보았다. 정확히는 쇼파 구석을 뒹굴고 있는 폰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박지민의 과거 전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여러분 보구ㅅㅍ요 사ㄹ해 여러뿐빠께 업ㅇ요’ 앨범 사재기 논란이 터진 날, 술 마신 뒤 팬 카페에 올려놓은 글 때문에 회사에 항의를 보내는 팬들로 얼마나 고생했던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매니저가 지민의 폰을 슬쩍 챙겼다.



“형 금방 올게. 여기 가만히 있어.”



 지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녀와아. 매니저가 카드를 챙기며 떠나고 나가니 호텔의 스위트룸이 조용해졌다. 



“…….”



 이내 찾아오는 건 또 슬픔이었다. 외로움과 황량한 고독. 누구보다 빛나는 직업이라는데, 실상은 위로해줄 친구도 하나 없어 혼자 매니저와 호텔 방에서 술이나 먹다가 눈물을 짜는 게 고작이다. 사실상 매니저 형도 집에 돌아가고 싶을 거다. 최근 신혼여행도 다녀왔으니 말이다. 추욱 처진 지민이 힘없이 쇼파에 누워 눈물을 짜냈다.



“매니저 형은 죄가 없으니까….”



 집에 가라고 해야지. 불타는 신혼에 내 눈물이나 닦아주고. 천성이 착한 박지민은 슬픔이 덕지덕지 묻은 와중에도 주변 사람을 챙겼다. 형 그냥 술 사오지 말고 그대로 집에 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려 주섬주섬 폰을 찾았다.



“모야. 어디 갔지?”



 지민이 어리둥절해져 쇼파를 뒤적거렸다. 분명 던져놨던 거 같은데. 그러나 영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찾다 보니, 술에 찌들은 머리는 이제 서러움 보다는 짜증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어디 갔어. 이제 폰도 날 무시해? 날 무시하는 거냐고. 씩씩거리며 지민이 냅다 쿠션을 던졌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모든 기운을 다 소진했을 즈음.


 지민의 형체가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다. 머리에 귀가 솟고 꼬리가 뿅 솟더니, 이내 그곳에는.



-냐앙



 작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털이 복실복실한 고양이는 가만 놔두면 인형으로 착각할 만큼 아주 귀여웠다. 연한 치즈색의 고양이는 숨만 쉬어도 귀엽다는 비명이 터져나올 만큼 예쁘게 고급스러운 외형을 지녔다. 그러나 그 귀여운 고양이로부터 어울리지 않게 술 냄새가 풀풀 났다. 아기고양이는 비틀거리며 쇼파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답답하다. 물 마시고 싶어. 생각하며 아기고양이는 펄쩍 쇼파에서 뛰어내렸다. 술 기운 때문인지 사물이 비틀거리며 쇼파 다리가 세 개, 네 개, 여덟 개로 보인다. 쇽쇽 그 사이를 피해 아기 고양이는 결국 호텔 방을 벗어났다.


 호텔은 고양이가 누비기에는 아주 커다란 곳이었다. 술에 찌든 시야로 이리저리 작게 부딪히며 돌아다니던 지민은 결국 모든 체력이 소진되었다.



‘자고 싶어.’



 온통 이대로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아주 작은 의식이 남아있었으나,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질 않는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자고 가야지. 생각하며 지민은 되는 대로 열려있는 아무 방이나 찾아 들어갔다.


 커다란 공간이 여러 개 있었다. 시원해. 열이 오른 몸이 시원한 캐비닛에 닿는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고롱고롱. 만족스러운 숨 소리를 내쉬며 지민은 마침내 아주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는 잠자리를 찾아냈다. 냥. 너무 좋아. 꾹꾹이 몇 번으로 자리를 잡은 지민이 하암 하품을 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 날이 바로 슈퍼 아이돌 박지민이 연기처럼 증발한 날이다.






***







 민윤기는 태생부터 불안한 인간이었다. 7삭둥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 날부터 어쩌면 인생은 험악한 파도에 휩쓸렸는지도 모른다. 늘 빛 한줌 보기 힘든 지하 셋방에서 전전하던 어린 시절을 넘어, 청소년기에 들어갔을 때는 부모가 민윤기 하나만을 세상에 내던진 채 이세상을 떠났다. 차 사고 입니다. 즉사하셨어요. 트럭과의 정면추돌사고였고, 차는 그 자리에서 폐차가 된 지경으로 처참하게 뭉개졌다고 한다. 당시 15살의 민윤기는 교복 대신 검은 상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상주로 섰다. 일가친척 하나 없어 장례에 오는 사람도 손에 꼽았다. 으레 너무 거대한 충격을 받으면 의식이 없다고 했던가. 민윤기는 눈을 뜨고 있어도 현실이 꿈 같았다. 이게 씨발 진짜면 너무하지.


 그러나 현실은 더 혹독하게 윤기를 괴롭혔다. 고아원을 전전하며 어찌어찌 성인이 됐고, 악착같이 지킨 보험금으로 삶의 터전을 마련했을 때였다. 네가 윤기니. 험악한 인상의 몸 좋은 남성들이 지하셋방을 덮쳤다. 뭡니까. 무표정한 민윤기를 보고 그들은 종이와 얼굴을 대조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아새끼. 그리고는 무자비하게 보험금을 뜯어냈다. 민형신 네 아버지가 돈을 쪼까 빌려갔거든? 보험금은 안 돼요. 독기 어린 눈으로 윤기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와 아새끼 눈 시퍼렇게 뜨는 거 보소. 그들은 끝내 불지 않겠다는 윤기를 구타해 돈을 뜯어내갔다. 다음부터 다리 뻗을 자리는 알고 개겨라. 알겄냐. 퉤. 피떡이 되어 누워있는 윤기를 집주인이 발견하고는 기겁하며 구급차를 불렀다. 민윤기는 집주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구급차는…! 안돼요…비싸요….


 몸만 크고 머리는 새대가리인 등신1과 등신2는 민윤기의 집을 꾸준히 찾아왔다. 집을 옮기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 옮길 수 없었다. 씨발, 내가 안 빌렸어요. 그들과 실랑이를 하며 내장을 빼니 마니, 토론을 하다 결국 민윤기는 그들의 집요함에 손을 들고 말았다. 얼마인데요. 아버지가 빌렸다던 빚 3억은 이자로 불어나 10억이 되어 있었다. 보험금으로 탕감돼서 이제 7억이네. 등신1이 잘됐다는 듯 응원해주었다. 개새끼. 민윤기는 알아차렸다. 내 인생은 진창이다. 어떻게 해도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이다. 어차피 인간도 싫어해서, 일터에서 사회생활로 뜨문뜨문 인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친한 인연도 없다. 고아원에서 엄마라 부르던 사람조차 호시탐탐 제 보험금을 노린 도둑새끼였을 뿐이다. 아무도 그리워해 줄 사람이 없고, 그리워할 사람도 없다. 진짜 뒤질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민윤기의 인생에서 수십 번씩 그를 살리는 것도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은 부모님이 죽은 순간에도, 고아원에 버려져 언제 쫓겨날지 눈치를 본 순간도, 등치만 큰 깡패들한테 처맞았을 때도 민윤기의 곁에 있어주었다. 언젠가 빚을 다 갚으면, 물론 인생 3회차쯤에나 다 갚을 것 같은 양이지만, 꼭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사는 것. 민윤기는 언제 있을 그날을 꿈꾸며 질기디 질긴 생명줄을 꽉 붙잡았다.


 덕분에 안 그래도 가난한 인생은 꿈 때문에 더 가난해졌다. 예술은 원래 배고픈 법이니까. 좆같아도 이겨내 줄게. 민윤기는 이를 악 물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공사장 일꾼, 고층빌딩 창문 닦기, 대리, 야간 편의점. 닥치는 대로 고졸 학력으로 가능한 건 뭐든 했다. 쥐구멍에 볕 뜰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윤기는 좀비 같은 안색으로 일어나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새벽부터 일을 나갔다. 오전에는 공사장에서 일을 했고, 오후에는 일일 호텔 아르바이트를 신청해놓은 것이 됐다. 일급이 높아 종종 하던 것이었다. 높은 기업의 자제가 결혼한다고 했던가. 그런 것은 아무렴 상관 없다. 팁이나 받고 돈이나 많이 받으면 좋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박한 민윤기의 꿈은 이뤄지긴커녕 악몽이 됐다.



“하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손님 일단 화를 가라앉히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한 게 아니라 이건….”

“뭐라고요? 지금 내가 했다는 거야? 장난해? 당장 담당자 불러와요. 대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하객 중 한 명이 길길이 날뛰었다. 본인이 옷에 흘려놓은 것을 윤기가 접시를 옮기며 흘린 것이라 주장했다. 차근차근 설명하던 윤기의 표정도 점차 굳어간다. 주변도 이쪽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덩달아 여성의 남편이 윤기의 어깨를 퍽 밀쳤다. 이봐, 당신 뭐야.



“어디서 못 배워먹은 새끼가 언성을 높여? 이딴 접시 나르는 일이나 하는 주제에 감히.”



 언성 안 높였습니다만. 쌓인 사회생활로 적당히 죄스러워하는 표정에서 본래 민윤기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갈 때쯤. 관리자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직원이 아직 미숙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관리자가 윤기에게 손짓했다. 그냥 죄송하다고 해요. 윤기는 혀를 까득 짓씹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가득 넘실거렸으나 별 수 있으랴. 사회에서는 돈 없는 인간이 을의 위치였다. 특히나 하루하루 목구멍에 풀칠하기 바쁜 민윤기는 노예 신분이나 마찬가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똑바로 교육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호텔 측에서 변상을 다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번만 부디 너그럽게….”



 관리자는 머리가 땅에 박을 듯 사과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민윤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만 했다. 이번 한번만 넘어가드리죠. 아량을 베푸는 듯한 말과 함께 재수 없다는 듯 그들은 자리에서 떠났다. 관리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윤기를 따로 불렀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시고…. 망했군. 직감하며 윤기가 관리자를 따라 직원실로 들어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돈을 못 준다니.”

“알아요. 우리도 아는데 그게 호텔 방침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내 돈. 돈 앞에서라면 자존심 따위 한낱 먼지처럼 팔아먹는 민윤기도 돈과 관련되니 예민해졌다. 이런 일이 생긴 경우, 물론 제 잘못도 아니고 고객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이뤄진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책임이 아닐 텐데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을 겁니다. 윤기가 쉽사리 밀리지 않고 따지자 관리자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까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요? 호텔 쪽에서 고소 안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요.”

“…….”

“알아들었으면 얌전히 가기나 해요.”



 처음부터 고개 박았으면 해결됐을 일을. 관리자가 피곤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 자리에서 민윤기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런 취급은 익숙해서 머릿속은 바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고소당하면 최소 들어가는 돈이…씹.



“들어가보겠습니다.”



 민윤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꾸벅 인사한 뒤 탈의실로 들어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다시는 이 곳에서 일거리는 못 얻겠군. 나름 페이가 좋은 곳이었는데. 무뎌진 감정은 방금 전의 일을 뒤로한 채 현실적인 일을 따졌다. 좆같네. 욕을 떠올리며 가방을 들었다.



“……?”



 어쩐지 가방이 평소보다 더 무거운 거 같은데. 민윤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잠시 뒤 우루루 탈의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볼캡을 더욱 꾹 눌러썼다.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야깃거리가 되어있을 테니 빨리 사라지는 게 나을 터였다.


 오늘 예식장 아르바이트 비용이 펑크 났으니 당분간은 라면만 뜯어먹으면서 살아야만 했다. 라면도 하루에 한 개면 많이 먹으려나. 영양 성분이라고는 MSG밖에 없는 식단을 계산하며 민윤기는 버스에 올라탔고, 아깝기 짝이 없는 교통비를 내며 집으로 귀환했다. 지하 단칸방은 보험금으로 유일하게 마련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아….”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이곳은 컴컴하다. 폐부로 스며드는 건 고독이다. 깊은 한숨에는 삶의 무게가 가득했다. 진짜로 이렇게 살다 죽어도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을 거다.



“…….”



 꾸역꾸역 살아본다고 해도 주체할 수 없이 외로움이 몰려오는 날들이 있다. 오늘이 그런 때다. 민윤기는 자조했다. 감정에 빠질 여유도 있고. 아직 수면부족이 아닌 가보네. 그는 감정을 대충 쑤셔 넣었다. 내일 있을 공사장 막노동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자야 했다. 발 헛디뎌서 추락사로 죽을 순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대충 가방을 바닥에 대충 퍽 던지는데.



-냑!



 가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화장실로 들어가 씻으려던 윤기의 고개가 멈칫하며 가방 쪽으로 돌아갔다. 잘못 들었나?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질 때 원래 저런 소리가 나던가?



“…잠을 빨리 자야겠군.”



 수면부족이 맞나 보다. 윤기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냐악!

“…….”



 내가 미친 건가? 윤기가 눈을 여러 차례 깜빡거렸다. 뭔가 성질 내는 듯한 짐승의 울음소리다. 저게 왜 내 가방에서 나는 거지? 불행한 고아새끼 인생에서 더 발생할 기묘한 일이 남아있었나. 아니면 아까 버스에서 쓰러져 잤나. 이건 꿈인가. 갈등하는데 가방이 꿈틀거린다. 정확히는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이 움직이는 듯싶다.



-냑? 냐앙? 냑!



 짜증난 듯한 울음소리는 점점 다급한 울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꼭 살려주세요, 하는 듯한. 민윤기는 천천히 가방에 다가가 가방을 꾹 눌러보았다. 손길을 느낀 건지 내용물이 잠잠해진다. 그러다 이내 윤기의 손이 누른 방향을 향해 더욱 움직인다. 내 가방에 대체 뭐가. 아니, 그전에 대체 갑자기 왜 이런 상황이? 아직도 꿈인가 어지러운 와중에 윤기가 천천히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뭐야.”



 지퍼가 열리자마자 털뭉치 얼굴이 쇽 나타난다. 감정표현이 적은 민윤기의 얼굴에 드물게 당황이 가득했다. 이게 뭐야. 늘상 침묵에 잠겨있는 민윤기의 단칸방에 나직한, 황당한 감정 가득한 목소리가 퍼진다.



“고양이?”



 쫑긋 귀를 세운 옅은 치즈 색의 고양이 역시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이건 뭐지? 그들이 서로를 향해 보낸 첫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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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글이 너무 안 써져서 ...흑ㅠㅠ

냥냥냥 스핀오프로 짰던 내용인데..갑자기 땡겨서 써보았어요

심심할 때마다 써서 짧게 끝내볼게요~!



?
  • ?
    하얀백설탕 2022.09.24 20:55
    헐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냑 이라니 냑 이러니 냑. ....
  • ?
    망망망 2022.09.25 11:41
    냑....냑이라니....박지민 이번엔 또 어떻게 말랑한 얼굴로 윤기 혼을 쏙 빼놓을까요....일단 제 혼은 이미 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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