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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Teddy Adhitya - In Your Wonderland>









 어린 애는 돌보기 더 힘들었다.



“이거 봐요! 저 이거 진짜 타고 싶었어요.”



 지민이 가리킨 건 물길 위를 배로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였다. 저걸? 윤기는 영 내키지 않은 표정을 했다. 줄은 어마어마하게 길었으며 나오는 사람마다 물에 쫄딱 젖은 생쥐가 되어 나왔다. 이 말도 안 되는 후진 관리시설의 놀이공원은 뭐지? 단체로 미쳐돌았군. 제 회사였으면 통째로 잘랐다. 안돼, 라고 딱 잘라 말하려던 윤기는 초롱초롱한 지민의 얼굴에 목구멍 밖으로 차오른 가시 같은 말들을 참아냈다.



“…한번쯤 타도 나쁘지 않겠네.”



 민윤기는 그대로 박지민을 따라 사람이 바글바글한 줄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장소든 VIP 우대를 받으며 살던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였다. 줄을, 그것도 심지어 물을 맞으러? 그 송영의 민윤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병원으로 모셔갔을 결심이었다.


 워터슬라이드는 윤기의 예상처럼 최악이었다. 이딴 걸 왜 돈을 주고 타는 거지? 수트 구석구석에 튄 물만해도 윤기는 담당자를 불러 말로 반쯤 죽여놓고 싶었다. 장난하나? 수질관리는? 그러나 그런 짜증들은 박지민 앞에서 또 쏙 들어가고 말았다. 민윤기보다 앞 좌석에 앉아 어깨가 반쯤 푹 젖은 박지민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눈을 길게 휘며 웃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부사장님이랑 타서 기뻐요.”



 민윤기는 뾰족하게 뜬 채 담당자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뒀다.



“…재미있었다니 온 보람이 있네.”



 다음은 범퍼카였다. 성인도 성인이지만 단체로 관광을 온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박지민과 민윤기 키의 반도 오지 않을 초등학생들은 도로의 무법자였다. 죽여! 내가 1등이다! 해적마냥 헤집고 다니며 남들의 차를 뻥뻥 쳐댔다. 희생자는 박지민이었다. 이리저리 치이며 차가 뱅글뱅글 돈다. 낑낑거리며 지민이 용을 쓰던 찰나, 윤기가 조용히 지민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박지민을 쳐대며 팽이마냥 굴려대던 초등학생들이 썰물 빠져나가듯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갑자기 왜지? 지민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곧 이은 직원의 운행시간 마감 멘트에 차에서 나와야만 했다.



“제가 갑자기 중간에 운전을 잘 했나 봐요.”

“그래 그렇네.”



 윤기는 고개를 끄덕여주며 지민이 아닌 초등학생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왁자지껄 떠들던 초등학생들이 돌연 볼륨을 줄였다. 그리고는 선생님 쪽으로 슬그머니 도망치듯 사라진다. 저기 아저씨 진짜 무섭게 생겼다, 라고 서로 속삭이며.



“어떤 거 보시는 거예요? 타고 싶은 거 있으세요?”

“아니. 네가 타고 싶은 거 또 타.”



 지민이 호기심을 갖고 윤기가 바라보는 쪽을 살핀 찰나, 윤기가 지민의 손목을 덥석 잡고 반대 방향으로 이끌었다. 지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활기차게 웃으며 다음 놀이기구를 선정했다.


 박지민의 그 다음 코스는 회전컵이었다. 아기자기한 찻잔 안에 사람이 타고, 가운데에 있는 핸들을 뱅뱅 돌리면 찻잔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우와.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 봐요! 지민은 신기해하며 돌려봐도 되겠냐고 윤기에게 물었다. 하고 싶으면 해. 해봤자 얼마나 돌겠어. 윤기는 깊은 생각 없이 수락했다.


 그러나 회전컵은 예상을 빗나가는 놀이기구였다. 지민이 몇 바퀴 돌리지도 않았는데 미친 속도로 회전했다. 씨발. 몇 년 전에 끊었던 거친 욕이 윤기의 입에서 비집고 올라올 때였다. 가속도가 붙은 회전컵에 지민이 으악, 소리를 내며 쏠리더니 윤기의 옆으로 찰싹 몸을 붙여왔다. 움찔 윤기의 몸이 떨린다. 체구가 가는 몸은 딱 붙으니 따끈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지민은 아무렇지 않은지 이내 적응하고는 활짝 웃으며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즐겼다. 탑승 내내 딱딱하게 윤기의 몸이 굳어있었다.



“어린이 여러분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직원이 웃으며 작동을 멈췄다. 지민이 폴짝 뛰어내리고 윤기가 그 뒤를 이어 내렸다.



“조금 어지러운데 재미있었어요!”

“…….”

“부사장님은 어떠, 어? 귀가 빨개요. 괜찮으세요?”



 지민이 윤기의 귀로 손을 뻗었다. 윤기는 잽싸게 지민의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별 거 아냐. 어지러워서 그래.”

“어떡해. 너무 저만 신났었나 봐요. 그럼 쉴까요?”

“됐어. 너 타고 싶은 거 더 타. 옆에서 구경하고 있을게.”



 윤기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손도 잡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휘적휘적 걸어갔다. 같이 가요! 지민이 졸졸 윤기의 뒤를 따랐다. 쉬자고 하려는데, 문득 뒤쪽에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왁자지껄하게 들려왔다. 꺄아악! 지민이 뒤를 돌아보았다. 바이킹이었다. 와…. 톡 튀어나온 부리 닮은 입술이 작게 벌어진다. 윤기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저거 타게?”



 지민이 다시금 활공비행을 하는 것만 같은 바이킹을 올려다보았다. 비명을 꽥꽥 지르는 사람들과 무서운 높이까지 올라가는 바이킹. 언젠가 탔던 크기보다 2배는 더 컸다. 그때도 비명을 지르다 못해 죽고 싶었었다. 저걸 타면 그대로 죽을 거야. 지민이 고개를 슬그머니 저으려는 때였다.



“무서우면 됐어.”

“네?”

“뭐 먹을래? 많이 탔으니까 힘들잖아.”



 민윤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슬슬 이 사람 바글바글한 놀이공원을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차있을 뿐이었다. 박지민을 데리고 이 지독한 곳을 탈출해야겠다. 둘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그런 생각. 그러나 예상 외의 반응이 지민에게서 튀어나왔다.



“저 바이킹 안 무서워하는데요? 이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해요. 백 번도 넘게 탔어요. 나이가 몇 살인데요. 이런 걸 무서워해서 안 타요.”



 음? 바쁘게 출구를 찾던 윤기의 눈동자가 빙글 돌아가 하얀 얼굴에 내려앉는다. 에이. 저 성인이에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지민의 입가가 어쩐지 파르르 떨린다. 말없이 지민을 지켜보던 윤기의 시선에 의미심장한 빛이 담기더니, 곧 흥미롭다는 듯 짧은 감탄사를 흘린다. 오 그래?



“엄청 용감하네. 다시 봤어.”

“…정말요?”

“그래. 넌 세상에 무서운 게 없나 봐.”

“그, 그렇죠. 저는 다시는 무대 못하게 되는 거 말고는 무서운 게 없어요.”

“오오 지인짜 용감하네.”

“당연하죠!”



 지민이 보란 듯 가슴팍을 당당히 열었다. 그마저도 작은 흉통에 가슴 깃털을 당당히 뽐내는 작은 파랑새 같았다. 멋지네. 윤기가 싱긋 웃었다.



“그럼 꼭 타고 싶겠네. 아래에서 기다릴게. 다녀와.”

“…네?”

“왜?”



 지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짧게 흔들린다. 파르르 떨리는 시선은 둘 곳을 못 찾더니, 방황하며 바이킹을 돌아본다. 꺄악! 사람이 죽을 듯 비명을 내질렀다. 쉽사리 지민이 대답을 하고 있지 못하니, 윤기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역시 너무 무섭고 크네. 아무리 용기가 가상해도 저런 크기는 무서울 수도 있….”

“저! 타고 올게요.”



 지민이 비장하게 양 주먹을 불끈 움켜쥔다. 이런 건 하나도 안 무서워요. 콧김까지 뿜을 기세로 선언한다.



“여기서 지켜보고 계세요.”



 빨리 타고 올 테니까. 흡사 전쟁터에 나가는 용맹한 전사처럼 당찬 발걸음으로 줄을 서러 간다. 뒤에서 지켜보는 윤기의 입가에 사악하게 맺힌 미소가 진해지는 건 다행히도 보지 못했다. 실실 웃는 미소에 즐거움이 역력했다.


 호승심에 줄을 선 지민은 머지않아 긴장으로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왔다. 한 사람 한 사람 줄어 차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심박수가 높게 올라간다. 제발 줄이 안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눈감고 빌기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왜 탄다고 했지? 후회가 밀려들었으나, 멋지다고 해주었던 윤기의 말을 떠올렸다. 이런 것쯤은 멋있게 타는 모습을 보여줄 거야. 지민이 입술을 앙 물었다.


 마침내 지민의 차례가 다가왔다. 거의 맨 마지막으로 탑승 가능 인원에 들어왔다. 지민은 망연자실하게 남은 자리들을 바라보았다. 중학생들이 앞에 있었는데, 그들은 바이킹 가운데 쪽을 모두 점령하고 있었다. 남은 곳은 바이킹의 끝자락뿐이었다. 망했다. 지민이 사색이 되어 맨 끝자리를 창백하게 바라보았다.



“안 타실 거예요?”



 직원이 굳은 채 서있는 지민에게 다가와 물었다. 네, 네? 아, 어.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탈 건데요. 타긴 할 건데.


 그때, 아래쪽에서 손을 흔들어주며 웃는 윤기의 모습이 지민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지민의 눈매가 다시금 비장하게 변했다. 



“탈게요!”



 멋지고 용감한 박지민은 이런 걸로 무너지지 않는다.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 지민이 씩씩한 발걸음으로 맨 끝자리를 향했다. 작은 손이 안전바를 꽉 쥐니, 마침내 바이킹을 운영하는 직원의 안내 멘트와 흥겨운 노래들이 나온다. 이런 것쯤이야. 하나도 안 무서워.


 윤기는 아래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지민을 지켜보고 있었다. 중간에 무섭다고 내려오겠지 싶었다. 줄에 선 모습을 보니 점점 안색이 허옇게 질려선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내려오면 용감한 우주용사는 역시 컨셉이었네, 그런 식으로 놀릴 계획이나 짜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민은 이번에도 윤기의 예상을 빗겨나갔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도 마지막에는 씩씩한 몸동작으로 바이킹에 몸을 실었다. 오. 이것 봐라. 윤기가 작게 감탄했다.


 그러나 바이킹이 움직이면서 실실 웃고 있던 윤기의 안색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으갸악! 으각! 으악! 바이킹을 탄 사람 중 제일 높고 큰 비명을 꽥꽥 질러댔다. 저러다 목 다 상하는 거 아닌가. 비서한테 보고 받은 스케줄에 따르면 조만간 녹음이 있을 터였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윤기가 인상을 쓰며 곧장 출구로 지민을 마중하러 갔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지민이 난간을 짚으며 기다시피 내려오고 있었다. 속도 울렁거리는지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렸다. 눈은 지옥에라도 다녀온 듯 울멍울멍하다.



“부사장니임….”



 윤기가 혀를 찼다. 목소리가 반은 쉬었다.



“괜찮냐?”

“아니요….”



 지민이 그제야 실토했다. 이미 용감하게 보이는 건 실패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질려있을 제 표정이 훤하다. 멋진 척은 포기한 지민이 힘이 풀린 다리로 윤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아. 한숨을 쉰 윤기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열 때였다. 흐잉. 비틀거리며 다가온 지민이 윤기의 품 안으로 쏙 기어들어왔다.



“너무 무서웠어요. 죽을 뻔했어요.”



 멤버들과 있을 때 가진 습관처럼 칭얼거리듯 윤기의 어깨에 얼굴을 문대며 비비적거린다. 이건 우주열차가 아니라 저승열차예요. 수트에 비벼지는 말랑한 얼굴이 뭉개진다. 체구가 작은 소년은 수트를 입은 남자에게 폭 안겨 잔뜩 서러움을 토했다.



부사장님한테 꼭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얇은 미성과 함께 윤기의 목덜미에 따뜻한 숨이 닿는다. 그 순간 민윤기는 어떤 동작도 취하지 못한 채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양 손이 어정쩡하게 허공에 정지했다. 애정 서린 몸짓에 윤기가 아무 반응이 없자, 지민은 떨어지긴커녕 더 폭 안겨 한껏 넓고 단단한 어깨에 뺨을 비볐다.



“이렇게 무서운 거면 더 무섭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야죠.”

“이제 내 탓도 하는구나.”

“그, 그건 아니에요. 그냥 말려주셨으면 좋았겠다…그런 생각이 쪼끔, 아니, 아니에요.”

“그만 붙어있고 떨어져줄래. 덥거든.”



 네? 어리둥절 지민이 살며시 물러난다. 그러나 여전히 손은 남아 윤기의 가슴팍 위에 올라와있었다. 느껴지는 근육이 단단하다. 지민과 윤기의 시선이 내려가 그를 본다. 앗. 죄송해요. 지민이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그래. 그럼 실컷 놀았지. 이제 가자.”

“그, 근데 아직 해야 할 거 남아있는데….”



 당연히 엔딩을 꿈꾸던 윤기는 어이가 실종되어 지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살짝 질린 안색에 작게 눈물까지 고였었는지 눈가는 촉촉하다. 이런 상태로? 머리에는 여전히 하얀 고양이 귀가 꽂혀있었다.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 윤기가 픽 웃었다. 유들유들한 어조로 그가 말했다. 참나.



“뭐가 남았는데. 뭐가 남아서 이런 상태로도 그렇게 하고 싶을까. 우리 아이돌이.”



 지민이 손가락을 뻗어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도심 풍경이 한번에 들어오는 관람차다. 놀이공원에 와서는 꼭 타야 된다고 멤버 형이 말해줬었어요. 부연설명까지 덧붙이며 쫑알거리는 지민에 윤기는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주었다. 가자. 뭔들 못하겠니.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관람차는 서울의 정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하늘에는 어느덧 노을이 깔려있었다. 몇 개 타지 못했어도 줄을 선 시간이 그보다 긴 탓이었다. 잔잔한 바람이 그물망 창문을 통해 드나들었으며, 감미로운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바이킹에 질려있던 지민의 얼굴색도 정상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러나 그건 관람차가 움직인 초반일 뿐, 점점 높이 올라가며 제일 꼭대기에 올라갔을 땐 사정이 달라졌다.



“워, 원래 이렇게 관람차가 많이 흔들리는 거예요!? 떨어지면 어떡해요? 이거 안 떨어지겠죠?”

“…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되냐 난.”

“부사장님 움직이면 안돼요!”

“안 움직였어. 네가 다 움직인 거야.”



 의자에 딱 붙은 지민이 바이킹의 충격이 되살아는지 눈을 질끈 감은 채 파들파들 떨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시간이 약이었다. 잠시 정차 시간을 갖겠습니다. 스피커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관람차의 진동이 멈춤에 따라 지민의 공포도 떠나갔다. 인간은 놀라운 적응의 동물이었다.



“이제 괜찮나 봐요!”

“그래….”



 윤기는 피곤해진 얼굴로 답했다. 지민이 작게 죄송해요, 라고 덧붙였다. 네가 뭘. 됐고 구경이나 해라. 윤기가 바깥 풍경을 턱짓했다. 노을이 아름다웠다.



“와아…예뻐요.”



 태양은 주홍빛으로 구름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수놓았다. 수채화 물감이 번진 듯, 파스텔로 칠해놓은 듯 지민을 현혹시켰다. 그 풍경에 취해, 또는 감성에 취해 지민은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작게 허밍을 했다. 차트를 휘젓고 있는 미디엄 템포의 달달한 팝송이다. 별가루를 뿌린 듯한 음색이 관람차 안을 조용히 울렸다. 풍경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던 지민은 문득 옆얼굴에 닿아오는 시선에 흥얼거림을 멈추었다.



“…….”

“…….”



 윤기는 풍경이 아닌 지민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깊고 묵직했다. 달라붙은 듯 고정되어 있는 시선은 아름다운 풍경 같은 건 아예 보이지 않는 듯했다. 무언가 부끄러움에 지민이 머쓱하게 뒷목을 문질렀다.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급히 말을 꺼냈다.



“부사장님은 저, 절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질문이야.”

“그냥…늘 궁금했었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늘상 품고 있던 의문이다. 슬쩍 윤기를 곁눈질하던 지민이 풍경대신 윤기를 마주보았다. 놀이기구 앞에서는 사라진 용기가 지금은 다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몇 번 되지 않는 짧은 만남 속에서 생긴 윤기에 대한 신뢰가 원동력일 거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이렇게 잘해주시잖아요. 저도 알아요. 일반적인 스폰서와…아이돌은 이렇지 않다는 걸요. 부사장님은 제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데, 계속해서 지원을 해주시잖아요. 솔직히 저는 망…망돌이었어서 유명하지도 않았고 스폰하기에는 값어치가….”

“거기까지만 말해.”



 낮은 음성에 지민이 움찔 놀란다. 분위기는 아래로 더 처박혔다. 너무 주제넘었나 싶다. 얌전히 받기만 해도 모자랄 판에 기어오르는 놈이라니. 고개를 숙인 지민이 이제는 입에 붙은 사과를 다시 건네려던 찰나였다. 윤기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네?”

“네가 갑자기 튀어나왔어.”



 뭔 말이지? 지민이 고개를 드니 윤기는 이제 지민이 아닌 바깥풍경으로 시선을 돌린 채 옆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지민은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송영의 도련님, 그것도 9살차이가 나는 연상의 남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런 기억이 있다면 기억할 게 분명했다. 노을 빛이 하얀 윤기의 얼굴에 내려앉는다. 그의 표정은 과거의 어느 순간을 헤집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수 같은 거엔 영 관심 없어. 관심 가질 일도 없었고.”

“…….”

“그런데 과거에….”



 윤기는 지민을 돌아보았다. 고요한 눈이다. 잠시 말을 고르는 듯하던 그는 곧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있는 작은 얼굴을 발견했다. 그에 진지했던 어조를 바꿔 가볍게 말했다.



“얼떨결에 들은 네 목소리를 잊을 수 없겠더라고.”

“…….”

“그래서 도와주는 거야.”



 네 목소리가 내 취향이라서. 이제 됐니. 윤기가 픽 웃는다. 입가가 패이며 예쁜 미소가 지어진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듣고 있어. 스폰에 이유가 어디 있냐. 마음에 드니까 해주는 거지.”



 안 그래도 난 돈이 썩어 나서. 쓰고 싶어서 돌아있거든. 마지막은 농담이었다. 그러나 지민은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윤기의 입에 걸쳐진 작은 미소가 예뻐서, 노을에 뺏겼던 시선이 억울할 만큼 그 얼굴을 계속해서 들여다 보고 싶어서. 지민의 눈이 정신 없이 윤기에게 박혀있었다.


 쿵. 바이킹을 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가슴 안이 진동했다. 관람차가 바람에 흔들렸을 때보다도, 범퍼카를 탔을 때 받았던 진동보다도 크다. 지민을 온통 삼켜버릴 흔들림이었다. 소년의 세계 속으로 새로운 파도가 떠밀려왔다. 떠올랐다 금새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윤기의 미소를 정신 없이 좇는 와중이다. 방송 안내음이 관람차를 점령했다.



[즐거운 관람 되셨나요? 즐겨주신 여러분들께 아쉽지만 이제 관람차가 다시 내려갈 시간입니다. 흔들림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덜컹 관람차가 움직인다. 아! 지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허겁지겁 의자를 꽉 붙잡았다.



“꽉 잡아라. 떨어지기 전에. 떨어지면 아무리 돈 많은 나라도 너 못 구해줘.”



 윤기가 농담을 건다. 그러나 지민은 고개만 무작정 끄덕거릴 뿐이었다. 괘, 괜찮아요. 그 괜찮아요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쓰는 거였구나. 윤기의 말에 지민은 더 할말을 찾지 못한 채 먼저 시선을 피했다. 땅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아쉽지 않았다. 처음 만난, 떨리는 감정의 잔재에 홀딱 타버린 정신은 그를 느낄 여유도 없었다. 가슴이 쉴 새 없이 콩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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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ob 2022.08.29 05:04 SECRET

    "비밀글입니다."

  • ?
    제발한편만더 2022.09.01 03:58 SECRET

    "비밀글입니다."

  • ?
    망망망 2022.09.03 01:13
    토페님...진짜 애들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해보여요 정말...진심으로 사랑해요
  • ?
    하얀백설탕 2022.09.10 00:07
    흡흡 이렇게 스폰(?)을 하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 군요ㅠ 왠지 이미 감겨버린 둘,, 더 찐하게 사랑하게 해주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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