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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Death cab for cutie - The Ice Is Getting Thinner>








 점심이 넘어가는 시각. 지민은 느지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부비적거렸다. 멍하니 창문을 열어보니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목도리와 장갑을 집어넣을 날씨였다. 까치집이 된 머리를 쓸어넘기며 세상 다 산 노인처럼 중얼거렸다.



“많이 따뜻해졌네….”



 지민은 이불 안에서 멍하니 생각해보았다. 뭘 하지. 지금쯤이면 점심을 먹고 돌아와 진의 업무를 뺏어 같이 처리했을 시간이었다. 아니면 현장보고를 나간다던가. 백수로 생활했을 때는 뭘 했더라. 이 시간 즈음 똑같이 매일 일어났던 거 같은데. 집안일, 영화감상문 몇 개를 더 떠올려보다 포기하고 베개에 다시 머리를 뉘였다.


 얼마나 날 알아볼까. 몇몇 눈길이 얼굴에 닿았다 떨어지긴 할 거다. 카페에서 한 차례 둘러싸인 전적이 있으니 예측은 좀 더 쉬웠다. 처음 간 펍의 직원이 시선을 힐끔거리고, 영화를 기다리던 홀에서 같은 표를 끊은 관객이 영화대신 날 관람하고. 집 앞 공원을 나갔을 때도, 그리고 지하철을 탈 때도…. 순간 등골이 쭈뼛하게 저려와 지민은 파드득 머리를 털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장 보러가자, 장. 밥 먹고 생각하자.”



 지민은 빠른 속도로 생각을 외면하듯 준비를 마치고 모자도 빼먹지 않고 머리에 푹 눌러썼다. 장만 보고 빨리 돌아와야지. 결심하며 막 택시를 잡으려던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본능적인 감각을 발휘해 휙, 뒤를 돌아봤으나 지민은 기묘하게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텅 비어있는 거리와 쓰레기통, 그리고 하얀 편지함뿐.



“…….”



 내가 너무 예민해진 건가. 카페에서 일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그런데 뭔가 진짜였던 거 같은데. 지민이 찝찝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오 지민!”



 유모차를 끌고 다가온 배불뚝이 남성이 지민을 발견하고 격하게 반겼다. 지민은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정체를 떠올렸다. 가끔 스치듯 적당한 인사만 주고받는 이웃집 사람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찰리.”

“이런 시간에 길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어디 가는 중이에요?”

“잠깐 마트 좀 가려구요. 루시는 잘 크고 있어요?”

“하도 커서 문제죠. 루시, 안녀엉 해야지.”



 남성이 유모차의 차광막을 위로 올렸다. 말간 얼굴의 아기는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었다. 동그랗고 무해한 말간 얼굴에 절로 미소를 만면에 걸친 지민이 환하게 인사했다. 안녕, 루시. 잘 지냈어? 엄청 컸네. 손을 내밀자 침이 잔뜩 묻는 축축한 손으로 검지손가락을 잡아온다. 어떡해요, 루시 너무 더 귀여워요. 으윽, 지민이 심장을 부여잡는 시늉을 했다. 흐뭇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남성이 말했다.



“그런데 꽤 놀랐지 뭐예요.”

“네?”

“지민이 바쁘다는 건 알았지만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순간 찬물이 머리위로 끼얹어진 것만 같았다. 꼭 비유하자면 멀쩡히 길을 달리던 기차가 자리를 탈선한.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남자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피부에 닿아왔다. 옆집에 사는 인물이 사실은 슈퍼맨이었다더라, 하는 이벤트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지민이 머쓱하게 볼을 긁적거거리며 눈을 피했다. 아하하 그, 그런가요.



“아내가 뉴스를 보여줬는데 눈을 의심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 글쎄요? 하하….”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나마 아는 건 동생이 야구장에서 관중석으로 떨어진 야구공을 잡은 건데.”



 껄껄 웃는 남자는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다.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연락도 계속 하고 있어요? 아 그건 저도 까먹어서 잘…. 차라리 우연히 처음 만난 호모포비아한테 돌을 맞는 게 편하고 쉬울 거 같다. 근데요, 찰리, 음. 지민이 어쩌지 못하고 어색하고 웃고 있는 사이, 신이 난 남자는 수다스럽게 이런저런 말을 계속 붙여왔다. 



“지민 혹시 뭐 부담스럽게 생각하거나 피해를 준다거나 하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루시는 넓은 환경에서 넓은 견식을 가지고 자랄 테니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아 근데 찰리 이만 저는 집에 들어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일이 쪼금 있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지민이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응? 방금은 지민 마트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니까 집에 온다는 손님이 있다는 걸 깜박했지 뭐예요.”

“그래요? 아쉽네요.”



 남자가 쩝 입맛을 다셨다. 뉴욕 최고의 화제덩어리를 코앞에서 봤는데. 놓아주기 싫다는 태도로 킁 코를 마시며 그는 이어말했다.



“그럼 다음에 초대할 테니 식사라도 한 끼 해요.”

“네, 언제든요. 루시 다음에 또 보자.”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몇 가지 인사를 나눈 지민은 다시 집으로 후다닥 뛰어 돌아왔다. 창문을 통해 이웃집 남자가 유모차를 끌고 멀어지는 장면을 확인했다. 완전히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하아, 지민은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오늘은 씨리얼을 먹어야겠다. 세상에서 씨리얼만큼 맛있는 게 없지, 씨리얼이 최고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한 거 같다.






***







 정국은 안경을 벗고 기지개를 킨 다음, 시간을 확인했다. 2시 40분. 도서관에 온지 약 하루. 그렇게 짧았나?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금 시계를 빤히 들여다본 정국은 폰을 켜 날짜를 확인하고 생각을 정정했다. 도서관에 온지 약 3일. 어쩐지 눈이 뻐근하고 뒷목이 우드득거린다 했다. 이런 방식으로 살다간 죽는다. 진짜 죽는다.


 정국은 좀비처럼 부스스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잠시 도서관 근처 카페를 들렸다. 가다가 커피라도 마시지 않으면 길에서 횡사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가서 좀 쉬고 네 시간만 자고 다시 학교도 가고…내가 꼭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정국은 미래 타임지에 촉망받는 신생그룹 반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고 얌전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여기 아메리카노 제일 큰 사이즈로 주세요. 많이 진하게 주세요. 2일 밤을 새도 될 정도로요.



“야 너는 이해 가냐? 왜 만나지? 맨날 그렇게 예쁜 모델이랑 연예인이랑 사귀다가 평범한 남자놈을?”

“높으신 분의 뜻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우리 같은 평민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가보지. 무려 어거스트 회장인데.”



 근처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자의 대화가 귀에 꽂혀 들어왔다. 어거스트? 정국은 미간을 찌푸렸다. 새로운 스캔들이라도 터뜨린 모양이었다. 라스베가스에서 어쩌다보니 미묘한 관계가 됐다고 박지민이 털어놓은지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기가 막혀서. 그 잠깐 사이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논다는 거냐. 당장 그딴 회사는 그만두라 협박이라도 해야겠다. 이를 까득 깨문 정국이 윤기가 비서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할 무렵.



“비서라서 맨날 보다보니 사랑이 싹 텄나?”

“아 부럽다. 내가 대신 비서로 취업해볼걸. 돈이 얼마야. 바로 일 그만두지.”

“야 그래도 어떻게 같은 남자랑 그래. 후장에다가 으.”

“백만 달러에 한 번이라고 생각해봐. 난 눈 딱 감고한다.”



 정국은 키득거리는 남자들의 테이블을 발로 밀어버렸다. 어억! 커피가 와르르 쏟아진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안경이 없어서 눈이 잘 보여서….”



 대신 커피값 내드릴게요.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만 닥치라는 말을 힘껏 돌려 말한 정국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남자들은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대충 끄덕거렸다. 아 예, 그냥 가세요. 일을 키우자니 사람들이 너무 많다 판단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저딴 새끼들은 죄도 만들어서 처넣을 수 있겠지? 훌륭한 권력남용의 싹을 틔운 정국은 급히 커피를 받아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 3일이나 확인하지 못한 뉴스를 확인했다.


[‘AGUST’ King’s secret dates with secretary!]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입술을 질끈 물은 정국은 오늘의 계획을 말끔하게 버렸다.






***






 아이러니하게도 무식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지민은 스스로의 자만을 인정했다. 생각이 단단히 틀려먹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기사 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요? 하하! 우습게도 약 일주일 뒤 정말 그런 기사로 지민의 인생이 바뀌었다.


 처음 한번 나고 말줄 알았던 기사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내렸다. 스캔들은 포털사이트를 사흘이 넘도록 장악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공개됐던 라스베가스 스캔들까지 끌려 나와 이게 사실이었냐는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지민과 윤기의 이야기는 소위 ‘잘 팔리는’ 이야기였다. 가진 것 없는, 평범함의 한 가운데에서 열심히 사는 소시민. 그리고 부러움과 행운의 상징이 된 젊은 고아 회장의 러브스토리는 대중의 모든 관심을 충족시켰다. 이를테면 신데렐라 드림으로 칭해지는 뭇 사람들의 로망이었다.


 소문과 스캔들에는 약이 없다더니, 지민은 의연하게 마음을 다잡는 것 외엔 별다른 대처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간단한 몇 가지 방법만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하나는 티비와 인터넷 끊기. 이 부분에선 간혹 미친 듯 전화가 쏟아지면 전화선을 뽑아버리라는 레이첼의 말을 응용했다. 또 다른 하나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구매하기. 자외선이 너무 쏟아지는 날 썬크림 하나만을 대충 바르고 맨해튼 거리를 뛰어다니던 청년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몰골로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리는 일상을 유지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심각한 현실문제도 딸려나왔다. 출근을 이렇게 하는데 월급을 받아도 되는 건가? 무려 거의 한 달의 반을 회사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역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게 답인 거 같은데. 지민은 면접을 보는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그래요, 박지민씨 우리 회사에 온 걸 환영합니다. 그런데 음, 여기 특이한 이력이 있네요? 혹시 어거스트에서 근무하다 왔다면 그 요즘 뉴스에 나오는 비서가…. 아 안 돼. 그건 너무 끔찍하다. 재택근무라도 한다고 해야할까? 지민은 연락 없는 폰을 가만 들여다보았다. 끝나고 전화 한다더니. 땅으로 꺼진 건지 하늘로 솟은 건지 윤기는 전화는커녕 문자 하나조차 보내지 않았다. 진과 레이첼에게 먼저 연락을 걸어봤으나 얼마나 전화가 쏟아지는 건지 매번 통화중이라는 안내메시지밖에 나오질 않았다.


 지민은 윤기의 버릇이 옮은 것처럼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음….”



 그냥 확, 눈 딱 감고 어거스트로 처들어가?



“…….”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뭐…. 일 끝나면 전화하겠지. 지민은 훌훌 고민을 털어버리고 옷장을 열었다. 정리라도 해야 머리가 맑아질 거 같다. 쭈욱 모아놓은 겨울옷을 훑었다. 그러다 눈에 걸리는 코트 하나.



“아오….”



 내가 저 코트를 왜 진작 안 버렸지? 사진도 그대로 들어있을 텐데. 사진까지 같이 버려야 하나, 가만히 놔둬야 하나, 지민이 심각하게 고심하던 그때, 쾅쾅쾅!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징징거리는 벨은 열지 않으면 당장 문을 부수고 처들어올 것 같았다. 뭐지? 미친 파파라치인가? 지민이 헐레벌떡 현관으로 뛰어나가 작은 구멍으로 밖을 엿보았다. 전정국? 지민이 벌컥 문을 열었다. 뛰어온 건지 정국은 서늘한 이 날씨에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뭐야! 뭔 일 났어!? 누가 쫓아와?”

“인터넷에 떠다니는 거 그거 대체 뭐예요!?”



 정국이 벌컥 외쳤다. 지민이 심장을 쓸어내리며 눈을 삐죽 떴다. 난 또. 에이씨, 놀랐네.



“무슨 문을 그렇게 두들겨. 심장 부서지는 줄 알았네.”

“내가 본 게 사실이에요?”

“아…봤어?”



 지민이 민망하게 뒷목을 쓸었다. 전화 안 와서 못 본 줄 알았는데…. 정국이 미간을 팍 구겼다. 한가롭게 봤냔다.



“그럼 안 봐요? 온 SNS에 형 사진이 깔렸는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종류를 상관할 것도 없이 SNS만 켰다하면 온통 그 소식이었다. 도서관에서 커피만 뜯어먹으며 사느라 못 본 것일 뿐이다. 헉, 그 정도로 많이 돌아다닌단 말이야? 나 너무 스타인데? 눈크기를 키운 지민은 정국이 와락 미간을 구기자 큼큼 헛기침을 했다.



“왜 내가 아닐 수도 있지. 뭐…내 얼굴과 똑같은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이라거나?”

“웃으라고 하는 거예요? 화나라고 하는 거예요?”

“으음….”

“이번에야말로 어거스트 가서 민윤기 한 대 갈기고 와도 되죠?”

“…우리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지민은 정국을 끌고 식탁에 앉혔다. 물이라도 마시고 진정해봐. 지민이 내민 물컵엔 진정효과가 없었다. 한잔을 털어 넣은 정국은 얼음까지 와드득 씹어가며 뭐에 화가 난건지 어린아이처럼 잔뜩 씩씩거렸다.



“왜 뭐가…난 괜찮은데….”

“대놓고 거기서 데이트를 하자고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요? 자기 스캔들 여태 그렇게 났으면 파파라치 있다는 건 저기 지나다니는 지렁이도 알아요. 그런데 거기서 얼굴을 다 까고 그런 짓을 해요? 하다못해 막기라도 해야지.”

“…야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또 형 괴롭히려는 방법 아니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솔직하게 협박 받았다고 말해요. 경찰서 같이 가줄게.”

“아냐. 그건 내가 한 거야.”

“정 그렇게 못 말하겠으면 눈만 빠르게 열 번 깜빡여 봐요. 그래, 조금 좋아하는데 상대방이 장난이면 상처받긴 하지.”

“아니, 그거 스캔들! 뽀뽀 내가 했다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어! 민윤기 보니까 괜히 생각나고 예뻐 보여서 가서 했다! 내가 먼저 했어! 꽥 외친 지민이 헙, 급히 입을 막았다. 무한할 것같은 적막이 흘렀다.



“아니 내가 거기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조금 많이 말했다 그치이….”

“…….”

“하하…싸인이라도 받아놓을래? 나 이제 유명인이니까….”

“…농담하는 거 보면 아직 죽을 위기는 없었나보네.”



 그리고 방금 형이 그 말 해가지고 형이랑 내 사이 한 십만년 정도 멀어졌어. 정국이 주춤주춤 엉덩이를 뒤로 빼며 말했다. 지민이 퍽 정국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러니까 너라도 내 앞에서 그 이야기 하지 말란 말이야. 어?”

“그건 밥 주면.”

“알았으니까 일단 너 가서 씻어. 도서관에 얼마나 처박혀 있던 거야. 드러우니까 빨리 화장실 들어가.”



 그래요? 냄새나요? 냄새는 안 나는데. 킁킁거린 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욕실로 그가 사라지고, 지민은 정국 모르게 심장을 쓸어내렸다. 이미 한번 털어놓은 적은 있지만 알게 모르게 떨렸다. 꼭 풀기 어려운 숙제를 검사 맡는 미묘한 느낌. 순식간에 전화를 걸어 난리칠 정국을 예상했으나 전화가 오지 않아 조금씩 불안한 순간들이 있었다. 


 지민이 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피자집에 전화를 걸려는 때. 반대로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부터 오는 전화번호. 움찔한 지민의 동공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진동은 계속 울렸다. 떨리는 손가락이 방황하는 사이 전화는 끊기고 말았다.



“왜 안 받아요?”

“어, 어!?”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나오던 정국이 본 모양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지민은 아우씨 야 놀랐잖아, 하고 툴툴거리다가 말꼬리를 두루뭉술하게 잘랐다.



“그냥…음….”



 눈을 빙글빙글 굴리는 모양새를 보고 정국은 대번에 눈치를 챘다. 붙어다닌지 꽤 오래되다보니 동작 하나, 눈짓 하나, 표정 하나로 어느 정도 지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답답한 일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정국에게 머뭇거림이란 없었다. 왜요, 또 무슨 일인데요. 탈탈 머리를 털며 물으니, 지민이 부재중으로 자리 잡은 전화번호를 바라보다 더듬더듬 말했다.



“한국은…합법 아니지? 동성혼.”

“그런데요.”

“그럼 한국에 살면, 이런 기사는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까?”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죠. 여기는 합법이어도 죄악이라고 칭하는 사람 널려있는데요 뭘.”



 정국이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그럼에도 지민의 표정은 어두컴컴했다. 아니, 어두컴컴하기 보단 맑은 하늘에 구름이 조금 낀 상태에 가까웠다. 정국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끔 전화상으로 만난 지민의 부모님은 엄한 성격이 아니었다. 네가 정국이니? 얼굴을 못 보고 이렇게 전화만 해서 아쉽구나. 그렇게 말하는 박지민의 부모는 미국에서 아직도 반항이냐, 니가 아직도 사춘기 중학생이냐 괄괄 날뛰는 제 부모보다 훨씬 다정했다. 차별 따위는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올곧은 사람들이었다. 꼭 박지민처럼. 오죽하면 정국은 혈육이라는 의미를 지민을 통해 이해했다. 멀리 있어도 피가 이어져있다면 다 같은 분위기가 나는 걸까?


 형 부모님한테 연락 안 했어요? 정국이 입술을 달싹거린 그 짧은 찰나 지민이 활짝 웃으며 타이밍을 가로챘다. 역시 그렇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피자 시켰다. 고마워해.”

“형 멋있어요.”

“두 판.”

“형 우리 사이 다시 가까워졌어요.”

“스파게티까지.”

“사랑해요. 절대 헤어지지 말아요.”

“오냐.”



 사줬으니까 많이 먹고 공부 작작해. 건강 잃고나서 형 말 들을걸 그랬어요 하고 울지 말고. 지민이 가볍게 웃는다. 정국은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민이 주변의 시선을 미친 듯이 의식하는 사람도 아니고. 금방 잘 웃는 걸 보니 별 큰 문제는 아닌 거 같다.







***







 어거스트는 살얼음판을 잇는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하얀 얼굴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무럭무럭 스산한 오로라를 뿜어내는 그는 다른 때보다 까칠했다. 무릇 어거스트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공포의 집무실은 모두 피하기 마련이지만, 요즘 들어 최상층의 집무실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더욱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작년부터 이어오던 기획팀의 프로젝트는 엎으라는 윤기의 말 한 마디로 재정비에 들어갔으며, 레이첼은 필히 운동센터 개관 커팅식에 참석해달라는 영부인의 편지를 거절한 윤기 덕분에 밤을 새워 죄송하다는 편지를 썼고, 진은 새벽 다섯 시부터 관광버스보다 더 많이 맨해튼 거리를 뛰어다녀야만 했다.


 약 일주일. 어거스트는 일절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물고기는 미끼를 풀수록 몰린다. 가장 현명한 대처에도 불가하고 스캔들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웃을 일이 사라진 윤기는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대고 건성으로 태블릿 화면을 쭉쭉 내렸다. 기사들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이어져있었다. 라스베가스 벨라치오 분수쇼 앞 사진까지 다시 떠다니더니, 이제는 매일 출근길 지민이 방문했던 스타벅스의 손님 중 누군가가 인터뷰를 했다. 매일 그 시간에 보이는데 안보이더라구요. 매번 봐서 얼굴을 외우고 있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주 미쳐 날뛰는군, 중얼거리며 인터뷰한 시민의 신상을 파헤쳐 고소를 진행할까 생각해보던 윤기는 다음 사진에서 손을 멈추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얇은 비닐에 감싸인 옷을 들고 길을 걷고 있는 지민의 사진이었다. 아무래도 세탁소를 다녀오다 찍힌 거 같은데.


 하, 윤기는 태블릿을 신경질적으로 끄고 던지듯 책상에 내려놓았다. 머리가 다시 지끈거려와, 매마른 눈빛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카우치 위로 휘청거리듯 다가가 쓰러지듯 누웠다. 이미 컴컴한 어둠이 찾아와 도시의 불빛이 찾아온 맨해튼의 운치있는 경치도 그를 진정시켜줄 수 없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더 골치 아팠다. 유독 물 밑에서 어거스트가 민감하게 반응하니 상대편 쪽도 이쪽을 물고 늘어지는 것 같았다. 고소장을 쓰고 손배소 금액을 아무리 높게 먹여도 기자들은 이판사판이라는 듯 달려들었다. 뒤에서 언론을 봐주는 기업이 마찬가지로 눈을 뒤집고 부추기는 게 훤했다. 스마트픽처스의 프로모션을 담당한 업체는 어거스트에서 지원하는 광고계약 몇 개를 먹고 스파트픽처스와의 거래를 파기했지만, 은행관계자는 좀체 쉽게 넘어오질 않았다. 이미 빚이 가득인 스마트픽처스 외에도 그 뒤를 봐주는 기업이 있다는 뜻이겠지.


 윤기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간단했다. 공격적으로 싸움을 걸어오면 더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천부적인 사업재능도 가지고 있겠다, 머리도 똑똑하겠다, 그는 두려울 게 없는 삶을 살았다. 실제로 지금 역시 엿 먹일 방법을 열 가지라도 늘어놓을 수 있고, 전략적인 머릿속은 방법을 짜냈다. 은행 쪽에는 로비를 더 퍼붓고, 다른 가짜 스캔들이라도 터뜨려서 언론을 막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애먼 박지민까지 옆에서 휘말리게 되니까. 윤기는 정말이지 난생처음 스스로 선택한 관계를 제물 바치듯 한 순간에 망쳐버리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중얼거리지만 아직 둘은 서로에게 무엇 하나 확신 받지 못한 관계였다. 막말로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은 것도 아니니, 지민이 이제라도 이딴 말도 안 되는 관계는 유지하고 싶지 않다며 떠나도 윤기는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실제로 계약서를 만들어 지민을 묶어놓아도 소용이 없다. 이미 네 번이나 가족이라 칭해진 존재들로부터 버림받아 증명되지 않았는가. 계약서와 법이라는 테두리가, 심지어는 핏줄이라는 존재가 그를 내팽개치지 않았더라면 여태껏 혼자일 리가 없다.


 부탁이라도 해볼까? 혀 깨물고 자살할 만큼 힘든 환경이겠지만 너만은 끝까지 내 곁에 머물러 달라? 그러면 뉴욕을 네 발 아래에 깔아주겠다? 뭐 그렇게 절절하고 로맨틱한 고백을 섞어서? 아무리 뻔뻔해도 그런 염치없는 부탁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윤기는 뻔뻔하지 못했다. 점심으로 브런치 가게를 가도 사진이 찍힐 테니 네 사생활을 포기하고, 어떤 곳을 가도 어거스트 회장의 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낙인찍히니 이 사회에서 너 혼자만의 이름으로 꿈을 이룰 기회는 포기하고, 앞으로는 누군가 호의로 다가와도 진심인지 거짓인지 의심부터 해야 하니 너의 순수함을 포기하고. 그렇게 너한테서 하나둘씩 빼앗아 가면. 발가벗겨진 너는, 나를 미워하겠지? 니가 나를 미워하게 되면. 너도…너 마저도 내가….

 

 윤기는 또 다시 버림받는다는 두려움을 몰아내기 위해 눈을 감고 지민과의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커다란 펜트하우스에 예쁜 네 취향의 그림들을 걸어놓고. 아닌가. 넌 딱히 미술에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뷔의 포스터를 걸어놓고. 다른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네가 퍽 유쾌하진 않으니 간혹 한 눈을 팔 때 하나둘씩 떼어내기도 하고. 그리고 하얗고 기다란 복도를 지나 흰 시트가 깔린 침실에 도달하면. 왔어요? 누워있던 지민이 뒤를 돌아본다. 시들시들 썩은 풀잎처럼 뭉그러지고 두 눈이 푹 꺼진 해골모양이었다.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근데 나를 왜 여기 가뒀어요?

 

 허억, 윤기는 거친 숨을 쉬며 눈을 팟 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지민에게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두 손으로 눈을 꾸욱 눌렀다. 미칠 노릇이다. 몇 년을 준비한 일이 가까이 다가오니 신경이 쇠약해져만 간다.



“…….”

 


 윤기는 한다고 약속은 했지만, 실상 지민에게 전화를 걸지 않으려 했다.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 이딴 헛소리를 할지도 모르니까 아예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리 착한 박지민이라도 도망갈 것이라고 윤기는 생각했다. 정말 괜찮은 모습만, 네가 좋아할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이상한 일이다.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으면서 위로는 받고 싶다니.


 실소를 흘린 윤기는 결국 천천히 손을 뻗어 지민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천천히 통화음이 울리고 달칵, 상대방이 받는 순간. 윤기의 심장까지 덜컥 진동했다.



[미스터 윤?]

“어.”

[미스터 윤 맞아요?]

“맞아. 왜 유령이라도 될까봐?”

[전화를 이렇게 늦게 하는 게 어디있어요, 진짜.]



 작게 타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이나 넘어서 할 줄은 몰랐다구요. 그러나 곧 반가운 목소리로 탈바꿈되어 윤기의 귓가를 살랑거렸다. 그래도 이제야 목소리 들으니까 안심돼요. 오늘 하루는 잘 지낸 거예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다가 가만히 집에 있으니까 너무 어색한 거 있죠. 사무실은 어때요? 그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윤기는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 그저 그래, 나도 신기해.



[그런데 왜이렇게 목소리가 쳐져있어요? 아파요?]

“너 못 봐서 그래.”



잠깐 침묵한다. 헛기침을 한번 터뜨린 지민이 퉁퉁거렸다.



[으이씨, 저는 진짜 걱정돼서 물은 거거든요?]

“진짠데.”

[그, 그런 거 이제 안 넘어가거든요?]



맨날 들어서 면역 됐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넘어갈 줄 알아요? 더듬거리는 지민이 귀여워 윤기는 능글맞게 몇 번 더 농담을 걸어보려다 생각을 바꿨다. 걱정했다잖아.



“사실 일이 바빴어.”

[그럴 줄 알았어요. 레이첼이랑 진도 엄청 바쁜 거 같은데. 그래서 나도 전화 못했어요.]



니가 전화했으면 그 자리에서 네 집으로 뛰쳐나갔을지도 몰라. 우리는 그럼 평생 매스컴에서 내려올 일이 없을 거야. 윤기는 속마음 대신 바쁘긴 하지, 하고 짧게 붙였다. 그래요? 약간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지민이 물었다.



[일이 진짜 그렇게 많이 바빠요?]

“어. 엄청.”

[그렇구나…아직도 기사 계속 떠있어서 그런 거죠?]

“기사는 계속 떠있고 기자를 아직 못 죽여서 그래.”

[아니,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죽이는 거까지는 좀….]



 착해빠져서. 내가 너였다면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을 텐데. 윤기는 순진하게 파파라치도 감옥에 갇힐 수 있는 거냐 물어오는 지민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난 죄 없는 사람도 집어넣을 수 있어. 뭐 넣고 싶은 사람 있어? 권력이 있는 사람이 진담을 농담처럼 말하니 지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냉큼 화제를 바꾼다.



[근데 이제 좀 가라앉으면 저 다시 출근하면 안돼요?]

“안 돼.”

[왜요?]

“넌 왜 계속 꾸역꾸역 출근하려고 하는데.”



 일 안 나오면 넌 좋은 거 아니야? 지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끊겼나, 윤기가 전화상태를 확인하려는 때. 지민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야 보고 싶으니까….]

“…….”

[미스터 윤이….]



 걱정도 좀 돼요. 모기만한 목소리로 또 말한다. 아 정말. 윤기는 맹세컨대 타인에게 속을 환히 까보인 적이 없다. 솔직하게 싫다는 말은 유감없이 내뱉지만 좋다는 말은 내뱉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박지민이 솔직하게 만들었다. 너를 보고만 있으면 왜 기분 좋다는 말이,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 보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걸까. 지민이 민망하기라도 한 건지 황급히 덧붙였다.



[아니 뭐 그것도 있는데 월급을 받을 수가 없잖아요. 공짜로는. 아무것도 일을 안 했는데 어떻게 받아요.]



 방금 니가 한 말 한마디면 충분한데. 말에 가격을 붙여 측정하자면, 윤기에겐 온 재산을 쏟아 부어도 얻지 못할 귀중한 것이었다.



[아 그렇다고 강제로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일 커지면 또 안 되니까…꼭 나중에 불러주세요. 알았죠?]

“…약속할게.”

[아 그리고 말인데요.]

“응.”

[문자 정도는 해도 되죠?]

 


 윤기는 언제 우울했냐는 듯 가벼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응, 그래. 그 뒤로도 작고 사소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지난번에 밖에 나갔는데요, 예전에 봤던 이웃집 아기가 엄청 컸더라구요. 손바닥만 했는데 지금은 팔뚝만 해졌어요. 신기하죠? 그렇게 한참이나 통화를 더 하고 끊었다. 폰에서 전해지는 발열이 뜨끈했다. 금방 꺼졌던 액정 화면이 다시 반짝 켜진다.



[잘 자요! :)]



 윤기는 더는 밝은 도시 불빛이 서럽지않았다. 답장이라고는 추가 심부름을 시킬 때만 해봤던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답장했다. 너도. 눈을 감고 있어도 앞이 환했다. 가슴속에 따뜻하게 퍼지고, 단단하게 채워오고, 벅찬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니가 나를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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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거트 2018.06.19 17:25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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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풍기 2018.06.20 07:5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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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페님짱 2018.06.20 08:20
    토페님 ㅠㅠㅠㅠㅠㅠ 저는 진짜 웁니다 ㅠㅠㅠㅠㅠㅠ 미스터 윤이랑 지민이 어서 결혼하게 해주세요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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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월드 2018.06.21 02:4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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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nalfeh 2018.06.21 23:3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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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님 2018.06.21 23:57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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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맹이 2018.06.23 01:2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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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9 2018.06.27 04:08
    갑자기 여기까지 정주행했네요 후...작가선생님이 저를살려요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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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리어 2018.06.28 21:54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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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eja04 2018.07.08 23:58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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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찌한스쿱 2018.07.30 01:11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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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쉬블루 2019.09.30 00:20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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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조 2019.11.03 08:53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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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 2021.09.12 20:48
    하 따뜻해요 .행복해라ㅠㅠㅠ???사랑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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