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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Bistro Fada>










 지민의 주위엔 유독 독특한 사람들이 많았다. 즉, 또라이가 많았다. 가장 가깝게는 생물학적으로 이어진 사람부터 유별났다. 부모님은 과학의 발전에 눈부시게 성장하는 현시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내 집에 말도 못하는 깡통은 들일 수 없다! 엄한 선포를 놓은 아버지는 20세기부터 존재하던 티비와 컴퓨터, 핸드폰까지 싹싹 긁어모아 내다버렸고, 바다를 차가 헤엄칠 수 있는 23세기에 사는 지민은 대학에 원서를 넣기 위해 온 동네 고물상을 한참 뒤져 연필깎이를 마련해 원서를 써야만 했다. 기계 알레르기 반응이 점점 심해진 아버지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온갖 기계를 내다버리다 시간이 갈수록 쏟아지는 기계와의 전쟁에서 결국 패배했다. 바득바득 우겨 핸드폰을 쟁취해낸 지민에게 넌 이곳에 남으라는 말을 끝으로 어머니를 챙겨 아직 한국의 20세기 모습과 닮은 아프리카 쪽으로 짐을 챙겨 떠났다.


 부모님은 시작에 불과하다. 본인 병원이 망하길 매일같이 비는 윤기나, 자신을 새로 착각하고 매일같이 나무에서 비행을 시도하던 강아지 초코나.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징그럽게 붙어 다닌 소꿉친구 김태형.



“왔냐?”



 태형은 맥주잔을 기울이며 손을 흔들었다. 시원시원하면서 뚜렷한 이목구비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지민은 태형을 발견하곤 좀비처럼 스스스 기어들어와 테이블에 엎어졌다. 살려줘. 태형이 맥주잔을 내려놓고 덜렁 셔츠깃 사이로 내밀어진 뒷목을 탁 쳤다. 순간 눈이 반짝 빛났다.



“요즘 나 새로 만드는 거 있는데.”

“…개자식아 나 실험동물로 쓰지 말라고.”



 지민은 정색하며 뒷목을 손으로 가리고 일어났다. 태형이 먹이를 문 물고기처럼 진지한 얼굴로 약을 팔았다.



“이번 꺼 느낌 좋아. 약 배합이 꽤 괜찮아. 나 믿어봐, 지민아. 요즘 많이 피곤한 거 이거 맞으면 씻은 듯이 낫는다. 세포가 재생되는 따끔따끔한 그런 느낌, 한번 맛보고 싶지 않아?”

“왜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고 하지 그러냐.”



 태형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떻게 알았어? 그게 목적인데.”



 저 또라이 자식. 말을 말자. 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혼자만의 연구세계에 빠진 엉뚱한 과학자에겐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다. 네네, 그러세요. 원대한 프로젝트를 브리핑하는 태형을 향해 대충 맞장구를 쳐주는 걸로 체념했다.



 태형은 과학자다. 고등학교도 때려치고 어렸을 적부터 발명품에 매달린만큼 어마어마한 실적을 자랑했다. 단 3일 만에 새싹을 50년은 자란 나무로 성장시켜준다던 비료는 10년간 자란 나무를 씨앗상태로 만들어 농장주인의 분노를 쑥쑥 키웠고, 피를 멎게 해준다며 다친 개구리의 다리에 뿌린 약은 단순히 긁히기만 했던 개구리 다리의 뼈까지 껌처럼 말랑하게 만들어버렸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사랑의 묘약이란 괴상한 이름을 단 음료였다. 보랏빛이 도는 괴상한 음료는 사랑대신 증오라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신 지민은 일주일 내내 구토와 복통, 두통을 골고루 얻어 집 밖으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다진 고기처럼 침대에 누워 빙빙 도는 천장을 바라보던 지민은 오랜 친우가 언젠가 노벨상을 타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접었다. 김태형이 만드는 건 쓸 수 있는 물건을 뭉쳐 만든 비싼 쓰레기다….



“어때? 하고 싶지? 한 대 놔줘?”

“아니.”



 태형이 입맛을 쩝 다셨다. 다음에 생각나면 말해. 태형은 한참을 자기새끼 자랑을 하더니 성에 찬 듯 차츰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했다.



“근데 너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니 주인이 또 부려먹었어?”

“병원 대청소. 그리고 주인 아니고 원장님이거든.”

“거기는 병원도 쬐끄만 게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시켜. 그 정도면 노예생활 못해먹겠다고 때려친다고 해.”

“…그럼 니가 먹는 이 맥주는 누가 내주고?”

“야 너 나 무시하냐? 친구 좋다는 게 뭔데! 내가 낼게!”

“너 지난번에 탈모약이라고 팔았던 약 사간 사람, 그 사람 눈알 빠져서 합의금 달라고 한 건 다 줬어?”

“어, 어?”



 태형은 급격히 흔들리는 눈동자로 말을 더듬었다. 어, 어, 어, 얼마 안 남았지. 지민은 태형이 마시던 맥주를 뺏어와 한 모금 마시고 손을 내저었다.



“그냥 맥주나 한잔 더 시켜주는 게 좋을 거 같다, 친구야.”

“그럴까?”



 태형이 냉큼 테이블을 쿡 찔렀다. 테이블 전체가 커다란 메뉴판으로 변한다. 태형은 테이블 화면에 동동 뜬 맥주 아이콘을 클릭하고는 민망한지 애꿎은 휴지를 꾸깃꾸깃 접었다. 지민이 말했다.



“아 내가 부탁한 거 더 가져왔어?”

“어?”

“약.”

“야 물론이지. 넘쳐, 넘쳐.”



 태형은 주섬주섬 들고 온 가방을 뒤져 하얀 약통을 꺼냈다. 빈말이 아니라 줄줄이 꺼내진 약통은 다섯 개가 넘었다. 언제 기 죽었냐는 듯 태형은 금방 돌아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좀 더 효과 강하게 했어.”



 처음 약이 등장한 날, 되도 않는 말주변으로 약을 열심히 파는 태형은 당시 합의금이 준비되지 않으면 탈모제로 소송에 걸릴 위기에 처해있었다. 때문에 먹지도 않을 약을 샀다. 그건 적선이었다. 나 아니면 누가 김태형 살려주겠어. 측은지심 가득히 100만원으로 친구를 살리고 덤으로 쓰레기를 가져간단 생각이었다. 지나가는 박테리아에게 먹여도 죄책감 들었을 약은 찬장에 고이 봉인해두고 있었다. 그러다 감기몸살이 겹친 날 비몽사몽간에 감기약인 줄 알고 주워 먹었다. 다음날 감기가 씻은 듯이 낫고 컨디션 또한 최상이라 먹은 약을 확인했다. 작은 약병을 꼭 쥐며 지민은 감동했다. 드디어 쓰레기 발명가 김태형이 쓰레기가 아닌 걸 발명하다니! 그러나 다음에 물어보니 태형은 어물쩡 발명이 아니라 아는 선배가 준 약의 배합이었다 말해왔다.



“돈은 칩으로 보내줄게. 태형아 이거 발명은 취미로 하고 취업을 해보는 게 어때? 노예살이도 내가 작은 병원이라 힘든 거지, 큰 곳은 좀 괜찮을지도 몰라. 아 미래기업에서 일자리 공고 떴던데.”

“안 해. 돈 때문에 하는 발명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이 자식아 니가 죽이는 내 잔고는 괜찮냐. 지민은 목 끝까지 올라오는 말을 누르고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꾸욱 눌렀다. 미래기업. 지민이 말하자 2년 전부터 동네에 들어선 커다란 미래기업의 연구센터가 테이블 화면을 꽉 채웠다. 미래기업은 동네 백수해결 문제 해결에 커다란 일조를 하고 있었다. 과거 지민 역시 연구소에 취업을 할까, 윤기의 병원에 취업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테이블 연구센터 사진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정보가 주변에 떠있었다. 낙원 프로젝트 본경 시행, 연구원 모집.



“난 안해. 안 봐.”



 태형은 칼날같이 단호했다. 지민은 짜게 식어가는 표정으로 체념했다. 쓰레기 발명가 주제에 철학 하나만큼은 심지 굳었다. 태형은 힐끔 지민을 보더니 화제를 돌렸다.



“근데 너 요즘 불면증은 괜찮아?”

“어…뭐 나름?”



 최근 꿈은 만족스러웠다. 물론 죽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민은 요 며칠 남자를 괴롭히며 얻는 통쾌함으로 심장 밑이 간질간질거렸다. 자신을 보기만 해도 인상부터 와작 찌그러뜨리는 남자는 볼만했다. 달달하게 자기야, 자기야 부르면서 달라붙으면 남자는 만날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뒷걸음질 쳐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질색하며 총을 뽑는 남자는 이젠 어쩔 땐 헛발을 5발이나 갈기기까지 한다. 꼴좋다, 이 새끼야. 지민은 감정의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남자를 보면서 제 안에 이런 변태적 성향이 숨겨져 있었나 놀라는 중이었다. 오늘도 질색할 꿈의 남자를 생각하니 저절로 흐흐 음침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태형은 양팔을 손으로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야 너 지금 되게 변태 같았어. 뭐야.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변태 같아? 막 치가 떨려?”



 좋아, 이거도 추가다. 지민은 더욱 변태같이 보이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며 태형에게 달라붙었다. 꽃받침을 하기도 하고, 혀 짧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가지각색 살 떨리는 애교를 펼치는 지민을 보며 태형은 심각한 안색으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성공인 줄 알았는데. 아 이거 설마.



“부작용인가…?”

“야야 이건 어때? 막 더 때려주고 싶지? 형아아, 지민이 예뻐요오?”



 태형은 그날 장차 두 시간을 신종고문에 시달렸다.








***









 어차피 죽는 거 실컷 괴롭히다 죽자. 무슨 짓을 해도 죽는 게 고작이니 지민은 제이케이를 괴롭히는 것을 최고 목표로 두었다. 지민의 생존기술이자 살상기술은 날로 갈수록 발전했다. 자기야, 라고 단순하게 부르던 목소리에서 과장된 애교를 활활 뿜어냈다. 혀를 반토막으로 잘라먹는 기술부터 시전했다. 가능한 눈이 사라지도록 억지로 꾸욱 감아 눈웃음을 짜내고, 입술을 쭈욱 빼고 외쳤다.



“지미니, 지미니 안 죽고 시푼데엥. 쩨이께이씨 저 죽일 꼬에요? 자기, 넘무하다. 지미니 슬포! 힝힝!”



 지민은 마음대로 남자의 이름을 제이케이라 정했다. 미친 새끼, 씹새끼, 또라이자식, 개자식 여러 이름을 거친 뒤 결정된 이름이었다. 통칭 제이케이는 자기야라는 애칭을 들었을 때보다 질겁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경악스러운 생명체가 다 있을 수 있지, 하는 심정이 돌출되는 자세로 눈을 크게 뜨고 약 3초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사이 지민은 냉큼 제이케이에게 달라붙었다. 팔짱을 끼고 얼굴을 팔에 폭 묻었다.



“자기야 이름이 뭐예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이케이는 총을 갈겼다. 꿈에서 깬 지민은 총알이 관통한 심장부근을 문질렀다. 뿌듯했다. 스스로 들어도 부담스럽다 못해 자리를 피하고 싶은 과한 애교는, 특히 3인칭 시점을 사용해 말할 때마다 제 위장도 괴롭다 몸부림치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만족감을 안고 다시 잠이 들면 남자는 나오지 않는다. 다음에는 뭐로 그 새끼를 괴롭혀 준담. 나타나자마자 확 끌어안아 버릴까. 그거 좀 좋은데. 다짐하며 지민은 솔솔 몰려오는 졸음에 눈꺼풀을 내렸다.





 꿈이다. 번뜩 눈을 뜬 지민은 익숙하게 제이케이부터 찾았다. 저 멀리서 사람 형체가 보인다. 녀석이다. 바로 지금! 지민은 죽을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뛰어 제이케이의 품에 홈런으로 붕 뜬 야구공처럼 뛰어들었다. 끌어안는다가 목표였는데, 키 차이 탓에 끌어안겨버렸다. 제이케이는 순식간에 자신을 덮친 괴한에 놀라 본능적으로 총을 뽑다 하트로 범벅된 문장에 허둥지둥거리고 말았다.



“자기야 지미니 보고 싶었죠? 우웅, 지미니는 자기 보구싶어서 혼났능데에.”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려 함박웃음을 만든 지민은 안긴 채 고개를 들었다. 찡그려진 잘생긴 얼굴이 지민을 내려다보며 이리 말하고 있었다. 또 너냐. 지민은 만만찮게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처들었다. 눈은 이리 말했다. 그래 나다, 이 새끼야. 제이케이는 품에 안긴 지민을 뒷덜미를 잡고 훌렁 떼어냈다. 찰싹 달라붙었다 뽑혀진 지민은 그대로 내팽개쳐져 도로를 나뒹굴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탕 총소리였다. 지민은 사악한 악마라도 봤을 때마냥 구겨진 훤칠한 얼굴을 보면서 뽑아낸 오늘의 분노 수치에 만족하며 눈을 감았다.










 지민은 불면증 때문에 구입한 각종 입욕제며, 수면유도제며 모든 물품을 멀리 치웠다. 애교 한방이면 만족스럽게 잠들 수 있었다. 아예 오늘은 달라붙어서 엉덩이까지 주물럭거려봐? 탁탁 이불을 펴고 오늘도 남자를 어떻게 조질까 생각하며 잠든 날이었다. 신난 얼굴로 볼에 바람부터 넣고 두리번거리며 남자를 찾고 있는 때였다. 탕!



“악!”



 허벅지에 불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지민은 순식간에 무너져 헐떡거렸다. 뭐지? 미친 듯 아픈 허벅지는 둘째 치고 혼란이 지민을 점령했다. 이건 작정하고 죽이려는 거 같은데. 혼돈으로 동공이 흔들리는데, 저 멀리서 제이케이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등장해 지민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깃털처럼 상쾌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어벙한 지민 앞에서 승자의 미소를 선보였다. 지민은 기가 찼다. 이거 지금 시발, 이 새끼 나 죽이려고 기다린거냐…? 총도 있는 자식이 고작 애교 부리는 거 보기 싫어서?


 오늘은 졌다. 지민은 패배를 인정하고 눈을 감았다. 좆같은 꿈은 악당도 발전하네. 시발놈, 빨리 죽여라. 그러나 화끈한 감각은 또 느껴지지 않았다. 제이케이는 지민이 입은 후드티의 모자를 잡고 썰매 끌듯 질질 지민을 끌고 갔다. 지민이 감은 눈을 이내 휘둥그렇게 뜨고 당황했다.



“뭐, 뭐야! 안 죽여?”

“…….”

“아 야야 잠깐만! 잠깐, 나 다리! 아악! 악! 아프다고!”



 인간말종 자식은 양심도 없는지 방금 전 총 맞은 다리가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 질질 끌리게 놔두었다. 기절할 것만 같은 고통에 한참이나 끙끙거렸다.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어서야 멈춘 장소는 쓰레기산 앞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 한 구석에 가득가득 위치한 쓰레기산은 지민이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버려진 지구처럼 가득 쌓인 쓰레기는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간신히 그 끝이 보였다.



“아프다니까, 씨이….”



 제이케이는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는 지민을 두고 쓰레기산을 뒤적거렸다. 두툼한 줄이 남자의 손에 딸려 주르륵 쓰레기산에서 빠져나왔다. 저건 왜 또.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건 말건 로봇처럼 다가와 줄로 지민을 칭칭 둘러맸다. 이 싸이코자식!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야! 지민의 발광을 묵묵히 씹은 제이케이는 하나의 누에꼬치를 만들어놓았다. 할 일을 끝내고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뒤를 돌아 지민을 놔두고 떠났다. 멀어지는 동그란 머리통을 보며 지민은 기막힌 헛숨을 토했다. 



“저 새끼 이건 또 무슨 새로운 지랄인 거야.”



 지민은 끙끙거리며 밧줄을 풀기위해 꼼지락거렸다.



“개자식이 묶기는 또 꼼꼼히도 묶어놨네.”



 밧줄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렸으나 꿈쩍도 안했다. 지민은 결국 포기하고 쓰레기산들이 우뚝 솟아있는 도시에서 아침과 밤을 맞이했다. 두 차례의 빛과 어둠이 지나갈수록 지혈이 안 된 허벅지에선 피가 줄줄 빠져나갔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홧홧한 통증은 언젠가부터 가라앉더니 졸음도 쏟아진다.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털퍽 옆으로 쓰러졌을 때 지민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여기다 묶어 가둬놓은 것이다. 놈의 입장에선 죽이면 되살아는 좀비 같은 상대가 자신일 테니, 목줄을 채워놓고 사라진 거다. 시발놈 대가리 좋네…. 지민은 상대가 자신을 생각보다 더 싫어한단 확신과 함께 사망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그 새끼를 더 괴롭혀주지? 지민은 머리를 꽁꽁 싸매며 제이케이를 괴롭히기 위해 온 정신을 쏟았다. 일상생활을 뒤로 미루고 꿈 속 인물을 엿 먹이기 위해 골몰하는 이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그러지 않으면 또 꼼짝없이 묶인 누에고치 신세가 될 게 뻔했다. 이건 이제 꿈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피가 서서히 빠져나가 죽는 기분은 총알 한 발로 즉사할 때보다 끔찍했다. 상처가 난 부위에선 아찔한 통증이 계속 올라왔으며, 끌려가다보면 헤집어져 몇 배는 더 커다란 고통이 밀려오기 일쑤였고 제이케이는 아무 곳에나 지민을 방치했다.


 지민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꿈에서 깨고는 냉수로 화가 넘치는 속을 달랬다. 시발, 시발, 시발 이 자식을 어떻게 조지지.



“키스라도 확 해버려? 아니면 섹스? 그전에 내가 죽나? 아악! 어떻게 엿 먹이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길 며칠, 지민은 어김없이 총으로 팔을 쏘고 자신을 질질 끌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맞이해야만 했다. 퍼부어주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그러나 차마 뱉지 못한 채 천년의 원망과 분노를 담아 노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따끔거리는 시선은 감지한 건지 남자가 뒤로 돈다. 재수 없는 인간말종의 본성과 달리 순해 보이는 눈망울과 마주친 순간, 지민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자기야.”

“…….”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

“화장실 가고 싶다니까? 여기서 그냥 해?”



 제이케이는 가지가지 한다, 하는 눈으로 지민을 응시하고 뒷덜미를 잡은 손을 놔주었다. 어서 빨리 꺼지라는 듯 발로 지민을 툭 찬 순간, 지민은 온 힘을 다해 튀어 올랐다. 주저 없이 남자의 손가락을 앙 물어버렸다.



“윽!”



 놀란 남자가 뒤로 털퍽 주저앉음과 동시에 잽싸게 위로 올라탔다. 미친개마냥 물고 달려드는 지민을 보고 제이케이는 기겁했다. 이 미친 자식의 끝은 어디지? 제 손을 뼈다귀마냥 잘근거리는 지민을 보고 멍해져만 가는 정신을 힘겹게 되찾아왔다. 묶이지 못한 밧줄이 지민의 몸부림에 의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제이케이의 몸 위에서 지민이 깨갱 날아갔다.



“아으 허리…!”



 지민은 180도 이상 꺾여버린 것만 같은 허리를 부여잡았고, 제이케이는 사람의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각자의 충격과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둘은 한참만에야 적군의 상태를 확인했다. 생각보다는 멀쩡하다. 아까 더 힘껏 조져버렸어야 했는데…. 잠깐의 몸싸움으로 공간에는 거친 숨소리가 오고 갔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둘은 서로를 고요히 노려보았다.



“…….”

“…….”



 이 징그러운 또라이 새끼…. 둘이 동시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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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jddls2902 2017.10.29 01:23
    헝헐 꾸준히 들어오길 잘했어ㅠㅜㅠㅠㅠ 정말 글 하나 올라올 때마다 선물 받는 기분이에요!! 오늘도 잘읽었어요ㅎㅎㅎㅎ 이야기 끊는기술이 너무 좋으셔서 한동안 또 다음편 궁금해 하며 지낼거 같지만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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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밍러부 2017.10.29 02:09
    아악 넘조아!!!!! 도대체 지민이는 왜죽어도 살아나는 것이며 정국이는 왜 지민이를 죽이는 것일까요...... 넘 궁금해서 잠이 ㅣ안옵니다... 사랑해요 토페님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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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와 2017.10.29 06:55
    헉ㅠㅠㅠ완전좋아요ㅠㅠㅠㅠㅠㅠ 토페님 글 계속 정주행 하면서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정국이랑 지민이 싸우는거 너무 캐미 터지는데ㅠㅠㅠ 다음편 어케 기다리죠 후하후하 진짜 넘넘 재밌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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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 2017.11.01 03:03
    아아악 ㅠㅠㅠㅠ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저 이거 진차 최애 글..... 진짜 넘 좋아요 계속 기다렸어요 토페님...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너무 발리고 너무나 발려버렷고 빨리....빨리....진전을 ㅜㅜㅜㅜ으윽 당황하는 꾸기 넘 귀엽자나요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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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태령 2017.11.01 12:06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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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 2017.11.01 16:29
    담편이 넘 궁금해요. 진짜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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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슈가악 2017.11.07 02:17
    아진짜 토페님 너무 재밌어요.....진짜 제가 본 토페님 글중 젤잼써욬ㅋㅋㅋ새벽에 숨참고 웃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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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사 2017.12.15 16:40
    토페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요 지금 토페님 글 계속 정주행중입니다ㅠㅠ왜 정국이는 지민이를 안 죽이는 걸까요ㅠㅠ정국이 정체는 또 뭐구요ㅠㅠㅠ싸울 때 케미폭발..! 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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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9 00:50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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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맹이 2018.02.05 04:05
    네 지민이의 주변에 또라이가 많은 이유는 지민이도 또라이였기 때문이죠!(짝짝
    전 지민이가 변태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 변태를 좋아하죠 흐흫(정국아 어디 가ㅠㅠㅠ뒷걸음질 치지 마ㅠㅠ
    이번 화부터 자기가 지민이를 죽이진 않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지밍의 애교와 정꾸의 현실적인 반응이 뒤섞인 케미까지 완벽하게 얹어주신 토페님께 감샤를 드립니다..★ 후우ㅠㅠㅠ
  • ?
    예니니니니 2018.02.16 14:25
    토페님 이 글은 미쳤어요 ㅠㅠㅠㅠㅠ.설날에 들어왔다 이글있는거 보고 냉큼읽었는데 ㅠㅠㅠ 완전 취향저격 지민이도귀엽고 정국이도 ㅠㅠㅠ 도대체 꿈에서 계속 만나는 이유가뭘까요
  • ?
    JD 2018.09.22 10:21
    너무 재미있어요ㅜㅠㅠ 지금 한 다섯번째 보는 것 같아요 다음이 너무 궁금하네요ㅋㅋㅋㅋ꿈속이 혹시 미래의 모습 이런거 아닌가요?제이케이의 존재는 뭐죠??너무너무 궁금해요ㅋㅋㅋㄱ아,그리고 지민이의애교공격을 응원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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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태령 2018.11.29 18:42 SECRET

    "비밀글입니다."

  • ?
    진태령 2019.05.15 01:48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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