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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비하게 창틀로 내리쬐는 햇살에 지민이 가늘게 눈을 떴다. 으음. 부스스하게 붕 뜬 머리가 민들레 홀씨 닮았다. 대청마루에 산책 나온 고양이처럼 비몽사몽 늘어지던 지민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근데 우리 숙소 침대가 이렇게 컸던가…? 매트리스도 훨씬 더 폭신하고 좋은…. 지민은 쿠션을 손으로 더듬어보았다.



“…….”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올 블랙으로 가득 인테리어 된 침실. 상황자각은 지민에게 전날의 기억까지 모조리 돌려주었다.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다는 둥 날려댄 개소리들과 술까지 먹고 뻗어버린 엔딩까지.



“…으아악.”



 지민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롭게 파닥거렸다. 왜 전부 다 기억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잘만 까먹던데. 차라리 죽여줘…. 좋아하게 만들기는커녕 정이나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인 것 같았다. 연애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흑흑. 지민이 윤기를 보자마자 무릎부터 꿇을 작정으로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왔다.



“…윤기 혀엉?”



 텅 비어있었다. 출근하셨나. 부사장님? 형? 여기저기 돌아다닌 지민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모델하우스같이 삭막한 집에서 뽀둥한 얼굴의 아이돌은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가셨나 보다. 막상 보이지 않으니 섭섭했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인 것 같았다. 암. 지금 윤기를 만나봤자 좋을 게 없다. 용서도 귀엽고 예쁠 때 하면 효과가 높을 거야. 지민이 긍정적으로 자기최면을 걸었다.


 지민은 폰을 열었다. 급한 연락부터 확인할 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멤버들의 흔적들이 가득 남아있었다. 부재중 전화 11통. 발신자 의성이 형, 막내 정국이, 하준이 형, 이담 형. 거기다 단체 채팅방도 메시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사과부터 해야지….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구구절절 사과문을 떠올리며 창을 열었다.



[지민이 ㅊㅋ]

[형 저 맛있는 거 사줄 거죠]

[이 형은 지민이 네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와 오페라의 유령이다]

[지민이 그만 놀려라 하준아]



 갑자기 무슨 축하를…? 망해버린 첫 데이트는 아닐 터다. 미팅은 뭐지? 혼란스러운 지민이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했다. 뭐가 나와있나 했더니 팬들의 글만 몇 개 나왔다. 지민이 오페라 본다고 꾸몄나 봐. 아 개귀엽다. 저게 어떻게 일반 관객이에요. 평생 놀림감이 하나 더 생기겠구나 직감한 지민의 눈썹이 축 내려간다. 다음으로 온 메시지는 윤기로부터 온 것이었다.



[식탁에 밥 있으니까 일어나서 먹어]



 지민이 테이블로 향했다. 해장국과 온갖 정갈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그때였다. 띵동! 벨이 울린다.



“으악!”



 지민이 고함을 쳤다. 폰까지 놓친 손으로 다시 더듬더듬 주우며 입을 틀어막았다. 일하시는 분인가? 지민은 제 꼴을 상기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탱탱 부은 얼굴.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땀만 줄줄 흘리고 있으니 벨이 다시 눌린다. 깨어난 걸 알고 있으니 열라는 듯.


 수십 번의 갈등 끝에 지민이 주춤주춤 현관문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크흠 목을 가다듬고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을 냈다. 민윤기 흉내였다.


“…큼, 큼. 필요 없습니다. 가시죠.”



 지민의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젖는다. 초등학교 연극에 강제로 참여해서 어른 역할 맡은 꼬마 같았다. 입술을 꾹 깨무는데, 현관 너머 답이 온다.



“민윤기 부사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벌컥, 지민이 문을 열었다. 



“…윤기 형이요?”

“예. 소속사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직장인용 수트를 입은 남성이 예의를 갖춰 짧게 목례한다. 지민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윤기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무척이나 정중했다. 지민의 부스스한 머리와 눌린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식사와 샤워 후 모시겠습니다. 옷은 이 옷으로 갈아입어주시면 됩니다.”



 직원이 지민에게 안겨준 옷은 잘 다려진 수트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식사는 식탁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얼결에 쇼핑백을 받은 지민이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직원은 5성급 호텔의 유능한 직원처럼 아주 상냥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시면 됩니다.







 뉴위크의 숙소가 업그레이드 된 만큼 사무실도 몰라보게 변했다. 공간은 파티션이 나뉠 만큼 커졌으며, 사장이 집으로 생활하며 가득 쌓아놓았던 개인 짐까지 모조리 빠져나갔다. 대표실. 자랑스럽게 명패 박힌 문을 지민이 노크했다. 쿠당탕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장이 부랴부랴 반갑게 마중 나왔다. 우리 아들! 지민이 왔구나!



“들어오렴. 안 그래도 연락 받았는데 상태가 안 좋았다면서. 진짜 얼굴이 반쪽이 됐네. 링겔이라도 맞아야 되는 거 아니니.”



 우리 지민이 볼 살 다 사라져버리겠네. 아이구, 아이구. 혼자 잠까지 줄여가면서 계속 연습하는 거 이제 그만 둬야겠어. 볼에 있는 떡 다 사라졌다고 팬들 울겠어. 사장이 지민의 볼을 부여잡으며 탄식했다. 하하하…. 지민이 민망하게 미소 지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사장님. 이렇게나 잘 먹는 떡이 어디 있어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가 살 찐 곳이 어디 있다고 계속 빼니.”



 지민은 사장의 주접에 잔잔한 웃음만 보였다. 회사 측에는 식사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숙면했다 전했습니다. 오는 동안 차에서 전해 들었던 말을 들을 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상당히 와전이 된 모양이었다. 지민이 걱정 말라며 팔뚝 근육을 선보였다. 이거 보세요, 사장님! 저 정말 튼튼해요. 사장의 표정이 더 걱정스레 변한다. 그래! 이 앙상한 거 좀 봐라. 보약이라도 한 채 먹자. 응? 결국 지민은 조용히 사장의 뜻을 따랐다. 네에….



“사장님 혹시 멤버들도 알아요? 저 몸 상태 안 좋았다고….”

“모를 거야. 따로 미팅 때문에 늦는다고 전해놨단다. 그렇게 말했다간 찾아온다고 난리 칠 애들이잖니. 특히 의성이는.”



 사장도 의성의 유난을 알고 있었다. 리더로 오래 있어 그런지 멤버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그였다. 지민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멤버들에게까지 잘못된 걱정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요, 그 미팅 이야기는 뭐예요? 멤버들도 아까 말해줬는데 무슨 이야기인지를 듣지 못했어요.”

“아 그게 말이다.”



 연신 우리 아들 걱정을 이어가던 사장이 싱글벙글 웃었다. 드디어!



“광고 들어왔다!”

“…네? 광고요?”

“그래! 하하하! 지민이 너한테 개인으로 들어왔어! 하도윤씨랑 같이 트윈으로 계약하고 싶다고 하더라. 지난 번에 찍은 영상 조회수 폭발했을 때부터 내 촉이 좋다 했지. 광고팀에서 그걸 본 모양이야. 보는 눈들은 있어, 역시.”



 지민이 입을 떡 벌렸다. 광고. 그것도 개인으로. 심지어 혼자 해보겠다고 도전한 컨텐츠가 계기가 되었다. 노력이 빛을 발한 것만 같았다. 혼자 힘으로 해낸 것만 같았다.



“무슨 광고예요?”

“비타민이라던데? 송영꺼야. 이번에 새로 런칭한 라인이라고 기대가 크더라.”

“아 송영이요….”



 봉긋 솟은 지민의 광대가 차차 사그라들었다. 기쁜 소식은 기쁜 소식이었으나, 가슴 한쪽이 영 석연찮았다. 그와 동등한 입장에서 서려면 더 이상 스폰서와 아이돌의 관계는 이뤄지면 안 된다.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다. 처음에는 제발 도와달라고 엉엉 울기까지 했는데. 지민이 끄응, 한숨을 쉬었다.


 눈치가 둔한 사장은 혼자 계약 조건과 기간 등을 나열했다. 그러다 지민을 발견하고는 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도윤 씨 쪽에서 거절하는 건 신경 안 써도 된다. 소속사에서 연락 왔는데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하더라.”

“아…다행이네요.”



 지민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너무 기뻐요. 멤버들한테 선물도 사줄 수 있겠어요. 사장이 허허 웃었다.



“그런데 맞다, 도윤씨 쪽이랑 연락하는 도중에 그쪽에서 지민이 네 안부를 묻더라. 그때 잘 들어갔냐고 물었었다.”

“그때요? 그때가…아.”



 지민은 어렵지 않게 그날이 윤기에게 대형사고를 친 날임을 추측해냈다. 지민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때, 음, 그때! 걱정하셨나 봐요. 회식을 해서!”

“역시 친절하시네.”



 괜히 연예계에 인성도 멋있다는 말이 퍼지는 게 아니야. 인품도 좋고, 얼굴도 좋고. 신은 불공평해. 사장의 칭찬에 지민이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그렇죠, 그렇죠. 그러다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그날도 윤기에게 그 꼬장을 부렸는데, 도윤에게도 영 좋은 꼴은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다. 식은땀이 등 뒤로 흐른다.



“혹시요. 저 도윤 선배님이랑 따로 연락 한번만 해볼 수 있을까요? 그때 많이 챙겨주셨는데 제가 인사를 못한 것 같아요.”

“그럼 못할 것도 없지. 미래의 CF 파트너인데. 한번 따로 연락해보마.”



 매니저 통해서 따로 연락 줄게. 감사합니다. 그럼 저 이만 가봐도…. 어, 어. 그럼 가야지. 가서 푹 쉬고. 건강 조심해야 돼. 지민은 마지막까지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







 하도윤은 광고 계약서를 대충 펄럭펄럭 넘겼다. 참나. 황당하기 짝이 없다. 손수 제 밥줄을 잘라먹은 사람이 이번에는 광고를 준다?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하도윤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 지민의 보호자라고 주장했던 사람. 얼굴을 보고 찝찝함에 조사를 하며 알아본 끝에 알아낼 수 있었다. 송영의 재벌 후계자. 한 때는 인기 연예인과 정재계 재벌들이 들락거리는 모임에 종종 얼굴을 비췄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쏙 사라지긴 했지만.


 하도윤은 민윤기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계약되어있던 광고도 2개가 잘려나갔고, 원인 모를 이유로 인해 영화 제작사측에서도 배우를 교체해야 할 것만 같다는 통보와 함께 작품이 갈려나갔다. 모두 다 이유를 명쾌하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대답하기 애매해하는 직원의 울상 표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재벌의 개입으로 다 손 떼고 나가 떨어진 거다. 민윤기의 이 행위들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경고. 더 이상 자신의 소유물을 건들지 말라는 무언의 표현.



“미친놈인가.”



 그렇게 떨어지라고 하더니 이제는 손수 광고를 붙여? 덕분에 계획되어있던 작품이 하나 날아가 때아닌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는 참이었다. 하도윤은 고민했다. 소속사에서는 무려 송영이라며,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게 낫지 않냐며 적극적으로 수락 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도윤 급의 스타는 소속사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본인의 의지가 없는 이상 무의미했다. 이걸 어째야 하나. 얽히긴 부담스럽고, 그러나 하면 재미있을 것도 같고.


 지민에게 호감이 있는 건 맞았다. 귀엽고 열정 불타는 애가 눈에 자꾸 알짱거리는 게 마음에 든다. 심지어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춤선도 예뻤다. 연예계 바닥에서 스캔들이 얼마나 귀찮은 것인지 알고 있는 하도윤에게 박지민은 새로 떨어질 별똥별이었다. 얘 정도면 꽤 마음에 드는데. 연애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하도윤은 감정에 빠져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외골수가 아니었다. 그는 연예계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뼛속까지 스스로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무려 송영이다. 그쪽과 안 좋게 얽힌다면 앞으로 이 생활은 끝이라 보면 됐다. 물론 한반도를 밟고 있는 연예인 중 송영과 붙어 어느 누가 무사할까 싶지만. 하도윤은 아직 연예인 생활을 접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연예인처럼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 없다. 자리를 잡지 않은 사랑 정도는 아직 포기할 수 있는 단계였다.


 하도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거절하는 게 나으려나. 그때, 폰이 징징 울린다. 또 소속사인 듯했다. 귀찮게 계속 매달리네. 번호를 확인하지도 않은 하도윤이 짜증스레 받았다.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죠. 작작 해요, 형.”

[…어, 큼큼. 안녕하십니까. 도윤씨, 여기 뉴위크 매니저입니다.]



 하도윤은 삐딱하게 쇼파에 누워있던 자세를 바로 했다.



“…뉴위크 매니저 분이시라니. 상대를 착각했네요. 실례했습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제 목소리가 워낙 흔한 편입니다. 헷갈리실 만도 하죠. 다름이 아니라 그날 우리 지민이가 실례를 많이 했다고, 인사를 한번 드리고 싶다고 해서요. 괜찮으면 통화 가능한가 묻습니다.]



 하도윤은 아예 쇼파에서 일어났다.



“따로 연락까지 주실 줄은 몰랐는데. 저야 통화하면 좋죠.”

[네, 바꿔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도윤은 거실을 천천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민아, 자. 도윤이 형이에요? 오가는 말소리가 들리더니 곧 밝게 형! 외치는 음성이 들린다. 그 음성 한 구절을 듣자마자 도윤은 생각했다. 인간 비타민. 송영이 왜 박지민을 모델로 뽑아놨는지 알겠다.



[바로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컴백 준비한다고 정신 없었잖아.”

[그날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도윤이 형 아니었으면 그날 술집에서 죽었을지도 몰라요.]



 지민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하도윤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그날 지민이 너 형한테 너무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했던 건 기억나?”

[…제가요?]

“깨니까 이제 안 좋아하는 구나. 형 슬프다….”

[아, 아니에요! 당연히 도윤이 형 좋아하죠. 그런데 제가 진짜, 진짜 그랬어요?]

“농담이야. 그냥 실실 웃기만 했어.”



 아이 전 또. 지민이 안도 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 내렸다.



“왜 그렇게 놀라.”

[혹시나 제 술버릇인가 하구요. 나중에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그러면 어떡해요.]



 하도윤이 크게 웃었다. 걱정 마. 형이 말려줄게. 감사합니다…. 어느새 통화 내내 지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하도윤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도윤이 은근슬쩍 화제를 뒤바꿨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그때 온 사람은 누군지 물어봐도 되나?”

[네? 그때라면….]



 지민이 말을 흐렸다. 하도윤은 지민과 윤기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스폰을 뛰는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스폰을 뛰는 애들은 특징이 있다. 뒤에 누가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거만했으며, 그들이 같이 있을 때 속물적이고 소모적인 관계는 눈치 빠른 하도윤의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러나 그날 지민과 윤기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따지자면 주인과 울타리 안에 든 어린 양정도로 보였다.



[사적으로 조금 아는 분이에요 그분은 왜요…?]

“그래? 별건 아냐. 그냥 조금 놀랐어. 매니저 아닌 분이 오셔서.”



 지민은 굳이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도윤은 캐내지 않았다. 송영과 박지민이 어떻게 얽힌 것인지 모르겠지만, 알아내는 건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 더 친해져서 지민의 마음 속에 공간을 비집고 들어간 이후.



[아 그렇구나. 혹시 그럼 대화도 나누셨어요?]

“음, 아니? 바로 지민이 너 데려가셔서 별 말을 나누진 못했지.”



 하도윤은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이어 그는 생크림같이 부드러운 웃음을 곁들이며 물었다.



“지민이 너도 그거 들었지? 광고. 우리 조만간 광고 촬영할 때 또 보겠네. 잘 부탁해.”

[저야말로 너무 영광이에요. 선배님이랑 또 같이 작업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앗, 그런데 선배 저 이제 촬영하러 가봐야 돼서요. 다음에 또 전화 드릴게요!]

“그래, 수고해. 다음에 통화하자.”



하도윤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끊긴 화면을 보며 낮은 숨소리를 냈다. 흐음.



“스폰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대체 뭘까.”



 진짜로 길에서 주운 동물 취급 같기도 했다. 해 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지민의 감정만 얻어내면 거슬릴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경고쯤이야. 그는 이 문제에 발을 한 발작 더 담가보기로 했다. 자기 말대로 보호자라고 했으면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지. 흥미로운 미래를 그려보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애걸복걸하던 매니저에게 연락을 넣었다.



“광고 한다고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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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끼 2022.12.26 01:54 SECRET

    "비밀글입니다."

  • ?
    noah 2022.12.26 07:54
    야 도윤아 인생이 쉽냐? 사는 게 만만해?
  • ?
    하얀백설탕 2022.12.28 20:12
    안돼 물러서 무서워
    그나저나 아니 이렇게 한번에 많이 주시다니 너무너무 행복해요
  • ?
    2022.12.30 10:19
    ㅋㅋㅋㅋㅋ 윤기 따라 하는 지민이가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아우웅 푸르죽죽한 빵떡이라니 참기름 발라서 꿀꺽하고 싶어요 하 근데 도윤이도 이해가 가는 게... 저라도 요런 햇살 빵떡이 옆에서 웅냥냥하고 있으면 잔뜩 붙어서 놀릴 것 같거든요ㅋㅋㅋㅋ으구 귀여운 자식 그래도 하도 윤 너 중간에서 트롤짓 하기만 해봐 아주 그냥 아드득 잡아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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