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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럭키 스트라이크 08

by 토페 posted Feb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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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Primary - Mannequin(마네퀸) INST>













 술집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술집사장은 모두 모이라며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소개했다.



"우리 가게가 너무 잘 되지 뭐냐. 그래서 새식구 한 영입했다."

"오오! 그럼 오늘 한턱 쏘시는 겁니까! 사장님!"

"다들 잿밥에 먼저 눈이 가지, 응? 아무튼 모두 잘 대해주고. 아 그리고 오메가니까 각별히 주의해라. 알겠지들?"

"우와, 오메가에요? 이름이 뭐예요?"

"이채윤이에요."



 채윤은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아르바이트생들 가운데에 서있던 정국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 보다는 아니지만, 살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민 이외의 오메가는 처음 보는 탓이었다. 거기다 여성이었다. 궁금한 게 꽤 있었다. 다른 오메가들도 가까이 있으면 박지민처럼 좋은 향이 나는 건지,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궁금했다. 정국은 채윤을 곰곰이 살피다 곧 관심을 껐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누나, 옷 팔렸어요?"

"참 정국아."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 살 연상의 동료였다. 정국은 시장에 가 옷을 팔까 했지만, 지민이 팔라 맡긴 옷은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브랜드에 관해 하나도 모르는 정국도 옷들이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 판단했다. 때문에 정국이 들고 온 옷에 관심 보이는 시연에게 맡겼다.

 처음 시연은 옷 가방을 열고 줄줄 쏟아져 나오는 브랜드들에 입을 떡 벌렸다. 샤넬, 구찌, 프라다, 아르마니. 쉽게 만질 수 있는 옷들이 아니었다. 어지간히 돈 있다는 사람들도 구하기 힘든 옷이었다. 시연은 옷을 두고 고민했다. 정국이 왜 이런 것들은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어디서 구한 것인지. 정국은 대충 아는 사람이 팔라며 내놨다 답했다. 물론 집에 있는 인물은 쏙 빼고. 시연은 그 정보를 종합할 때,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라 결론 맺었다. 지민이 알았다면 뒷목을 잡고 넘어갈 사실이었다.



"요즘에는 가짜라 해도 잘 만들어지면 값 꽤 나가거든. 물론 진품에 비하면 쨉도 안 되긴 하지만. 꽤 나왔어. 한 이백 정도는 나올 거 같아."

"진짜요?"

"응,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더라."



 정국은 눈을 크게 떴다. 그딴 옷 쪼가리가 한달 빚이라고? 감탄하던 정국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식충이, 집에서 가지고 나온 마지막 짐인데. 그래도 팔라고 했으니. 정국은 거절을 사서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다음번에 시장에서 옷이라도 사줘야겠다. 만원도 넘는 것으로. 반팔 세 장 세트 구천구백원을 사 입는 정국으로서는 나름 통 큰 계획이었다.



"옷 다 팔리면 통장으로 보내줄게."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체 이 옷들은 누가 준거야? 정국이 너, 뭐 거물이라도 만나고 있는 거야? 나도 좀 소개시켜줘라. 라인 하나만 잘 타면 인생 핀다던데."

"누나, 설마 제가 그럴 리가요. 저는 그 시간에 차라리 알바를 하나 더 뛰어요."

"…그렇긴 하지."



 시연은 빠르게 인정했다. 돈 빼면 전정국이 아니지. 진지한 눈으로 정국은 수긍했다. 시연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었다. 정국은 괜찮은 남자였다. 잘생긴 얼굴에, 기럭지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성격도 무난했다. 적당히 받아주고 예의도 바르다. 거기다 심지어 생활력도 높다. 뒤에 얹혀진 무시무시한 빚더미가 아니라면 정국은 세상의 모든 여자를 꼬셨을 것이라, 여자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겉만 화려한 못 먹는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정국을 두고 쑥덕거리거나 말거나 당사자인 정국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국의 이상형은 돈처럼 피부색이 푸르딩딩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시연은 일찌감치 마음을 접고 정국을 아끼는 동생으로 대했다.



"정국아 근데 너 열 있는 거 아니야? 요새 얼굴 가끔씩 꽤 붉어진 거 같은데."

"사장님도 그 말씀하시던데…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저 엄청 건강하거든요. 아픈 것도 하나 없고. 멀쩡해요.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힘나요."

"그래? 그럼 다행이긴 한데…혹시 모르니 병원 가서 검진도 받고 해봐."

"네, 누나."



 요즘 들어 자주 듣는 말이었다. 공사판에서도 일꾼들은 감기라도 걸린 거 아니며 한마디씩 던졌다. 정국은 걱정이 무색하게 아주 건강했다. 힘도 잘 돌았고, 입맛도 멀쩡했으며, 심지어 집에서는 지민과 노느라 원래 시간보다 삼 십분 씩 더 늦게 잤다. 그럼에도 에너지는 떨어지긴커녕 쌩쌩 남아 돌았다. 탓에 너 안 피곤하냐며, 오늘은 섹스할 기분이 드냐며 달려드는 지민을 말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이채윤이에요. 잘 부탁 드려요."

"어, 어! 새로 오신 분이구나. 저는 한시연이라고 해요. 얘는 전정국. 오메가라면서요? 나이는 스물넷이라 했었죠? 정국이랑 동갑?"

"아 이쪽도 스물넷이세요…?"

 


 인사를 돌리고 이쪽까지 온 모양이었다. 사람 대하는 게 모난 지민이라면 인상부터 깔았을 테지만, 정국은 일반인이었다. 낯을 가리는 편이더라도 정국은 세상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적당히 웃으며 정국은 대꾸했다.



"네, 저도 스물넷이에요. 잘 부탁 드려요."

"둘이 같은 나이니까 정국이가 채윤씨 잘 챙겨드리면 되겠네. 네가 가게 소개 시켜드려."

"채윤씨만 괜찮으시다면야 저는 상관없어요."

"그럼…부탁 드려도 될까요?"



 채윤이 수줍게 웃었다. 시연은 속으로 홀로 감탄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쁘다. 역시 오메가들은 달라. 판단하며 시연은 귀찮은 신입 키우기에서 손을 뗐다. 정국은 채윤을 이끌고 가게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힘쓰는 일은 남자 알바생들이 하니 상관 없구요. 서빙이나 간단한 요리 같은 것만 해주시면 될 거예요. 초반에는 설거지 좀 하실 거고, 요리 같은 경우는 사장님께서 봐주시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정국을 따라다니는 채윤의 눈에는 정국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운명의 상대라도 찾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원체 무심한 정국은 철저하게 선을 지켜가며 가게를 소개시킨 뒤 서빙을 시작했다. 손님이 몰아 들어올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퇴근하고 나온 정국의 머릿속에 채윤은 없었다.


 식충이가 집에 밥이 떨어졌다고 했던 거 같은데. 다음에 마트를 들려야겠다. 정국은 컴컴한 밤을 보며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지민을 떠올렸다. 오늘은 무슨 빌미로 달라붙으려나. 지민은 무섭다는 이유로 끌어안고 잔 밤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매번 새로운 구실을 준비해왔다. 오늘은 좀 추운 거 같아. 오늘은 집이 유난히 더 좁아보이지 않아? 아직 티비를 안 버려서 그래. 자신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나름 성실하게 변명을 마련했다. 정국은 그 변명들이 나름 재미있어 굳이 정정해주지 않았다.

 손에 묵직하게 들린 야채곱창이 식을까 정국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








 공사판 현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 일이 가속화되면서 2주에 한번씩 쉬는 날이 생겼다. 일을 나가는 정국보다 지민이 날아갈 듯 좋아했다. 사람을 그렇게 부려먹으면 못 쓰지. 김태형네 아빠는 내가 그래서 싫어하지 않아요. 지민은 부산스럽게 내일 나가자며 유난을 떨었다. 정국은 그 말이 나올 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목적지를 펼쳤다.



"마트?"

"네. 일찍 가면 할인도 하고 재료도 신선해요."



 지민은 마트를 가본 적이 없었다. 금수저 지민은 마트 따위 가지 않아도 냉장고는 항상 꽉 차있었고, 마트에서 나오는 질보다 훨씬 좋은 식재료들이 알아서 요리되어 나왔다. 아빠가 마트도 했던 거 같은데. 정의는 알고 있었다. 여러 물건을 모아놓은 곳.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몇 번 봤다. 특히나 신혼부부들이 장을 보는 장면을 유심히 봤다. 지민은 원래 계획인 공원산책보다 마음에 들었다.



"나 준비하고 나올게!"

"준비할게 뭐가 있어요. 어차피 내 옷장 열거잖아요."

"시끄러. 데이트 할 때 어떤 옷 입을지는 내 마음이거든."



 지민은 남의 옷장을 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검은색뿐이다. 전정국 스타일 하고는. 쟨 얼굴이랑 몸 아니었으면 패션 테러리스트였어. 뒤지고 뒤져 발견한 건 늘 입는 검은 티셔츠였다. 마음에 안 들지만 지민은 참고 넘겼다. 어쨌거나 정국과 제대로 처음 나가는 밖이었고, 이까짓 옷쯤은 눈부신 제 매력으로 커버하면 된다. 옷이 뭐가 중요해. 그 속에 들은 게 중요하지. 뭘 입어도 패션쇼라는 찬사를 듣던 지민은 금방 자화자찬하며 우울을 떨쳐냈다.



"가자, 전정국."

"오늘 컨셉은 늘 하던 대로, 이거에요? 뭣하러 왜 20분씩이나 더 시간들인 거예요."

"사람 쉽게 변하면 못 써. 그리고 난 뭘 입어도 잘 어울리니까 괜찮아."

"네네, 그래요. 갑시다."



 지민은 정국의 손부터 잡았다. 헤에 오늘은 마음껏 잡을 수 있겠지. 밤에 잘 때만큼, 손을 잡는 건 기분 좋았다. 지민은 겨우 손과 손이 만나 기분이 이리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손은 아무와 다 잡을 수 있는 부위였다. 사업상 만나는 인연에서도 악수.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잡는 부위다. 그런데, 고작 그 손잡는 행위가 정국과 함께하면 더 붙어있고 싶고 떼고 싶지 않았다. 전정국 손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조금 큰 남자 손인데 그랬다. 솥뚜껑만한 김태형 손과 손깍지를 꼈을 때는 덥고 짜증났을 뿐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버스 위에 올라 정국은 지민에게 주의부터 시켰다.



"박지민씨 마트 가면 아무거나 다 집어오면 안 되는 거 알죠?"

"야 내가 무슨 애야? 보이는 거면 보이는 대로 다 집게?"

"아 네, 애 아니시죠. 그냥 말해본 거예요. 알아두시라구요. 목록에 적어온 것만 살 테니까."

"목록 봐봐."



 지민은 정국이 적어온 리스트를 들여다봤다. 콩나물, 시금치, 파, 숙주나물. 풀이 전부다.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지민이 봐도 너무하다 싶은 리스트였다.



"무슨 토끼도 아니고 다 풀밖에 없어."

"왜요. 야채 먹으면 건강에 좋죠."

"어, 너 그러고 보니 토끼 닮았다."



 지민이 손을 놓고 토끼 귀를 만들어 보였다. 정국은 토끼흉내를 내는 지민이 진정 스물여섯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귀여웠다. 손으로 만든 귀를 사랑스럽게 까딱인 지민은 갑자기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그러고 보니 그때 비디오가게에서 그거인 것도…."

"그거요? 그게 뭔데요?"



 지민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정확히 하반신에 닿아있었다. 설마. 정국은 그거가 뭔지 한방에 이해가 갔다. 지민은 그날 이후 종종 고자라며 정국에게 심통을 내곤 했다. 너는 고자야. 나를 보고 아무런 것도 없다니. 공공장소에서 그 말은 안 됐다. 정국이 말릴 새도 없이, 지민이 진지하게 물었다.



"…토끼?"

"박지민씨!"

"아씨 귀청 따가워."



 지민은 확실한 스물여섯이 맞았다. 정국은 이를 악물고는 속삭였다. 여기 밖이거든요? 지민은 뻔뻔하게 대응했다. 야 네 목소리가 더 커서 사람들이 더 쳐다보거든. 정국은 쏠린 시선을 무시하며 헛기침을 했다. 귓등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반면 지민은 여전히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게 진심인 듯 했다. 지민은 정국이 또 소리를 왁 지를까 정국의 어깨를 제 키에 맞게 내려 속닥거렸다.



"난 네가 토끼라도 괜찮아. 걱정 마."



 달달한 사랑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힘내라 어깨까지 두들긴다. 덧붙여 너그러운 표정에는 어때, 어때 이 조건이면 끌리지? 하듯 자신만만함이 묻어 나왔다. 정국은 입술을 물고 즈려밟듯 한자 한자 내뱉었다.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똑같이 속삭이는 식으로.



"박지민씨가 경험할 일 없으니까 관심 꺼주시죠."

"칫, 까칠하기는. 재수 없어. 얼마나 가나 보자. 나한테 안 넘어오고 버티는지."



 정국은 투정부리는 지민을 버스에 내릴 때까지 쭈욱 무시했다. 마트에는 도착도 안 했는데, 가장 긴 장보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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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부터 초판과는 조금씩 달라질 예정입니다ㅠㅁㅠ

문의가 많았던 럭키 스트라이크는 외전도 넣고 본편도 더 길어진 리뉴얼본으로 재판할 생각입니당

가격도 올라가고 페이지수도 높아지고 특전도 생깁니다 ^ㅁ^

물론 초판 구매자분들께는 추가금만 내시면 책을 교환해드릴 예정입니다~! 조만간 공지 가지고 올게용^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