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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ProleteR - April Showers>











 아침 6시. 어거스트에 취직 후 지민이 일어나는 기상시간이었다. 눈도 다 못 뜬 채 알람을 대충 끈 지민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두 가지 마음이 존재했다. 일하러 나가 민윤기의 주머니를 불려준다는 사실에 대한 못마땅함과 세상은 왜 자본주의로 굴러가느냐 하는 마음이다. 아 출근하기 싫어.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고 이불에서 미적거리다 5분 뒤에야 일어났다.



"얼레…?"



 다른 때보다 무거운 머리가 핑 돌았다. 도로 이불에 엉덩방아를 찧은 지민은 몸의 이상징조를 느꼈다. 머리를 짚음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에취 기침이 터진다. 병원을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명확한 증상이었다.



"…감기?"



 지민은 밤새 이불을 꼭꼭 덮고 잤던 걸 떠올리고 몸에 배신감을 느끼다 어젯밤 코트 없이 거리를 달렸단 사실을 기억해내곤 납득했다. 아아 입을 벌려 목소리를 내니 갈라진 쇳소리가 나온다. 지민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내 몸이지만 이거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



"나도 아프다고 하고 오후 출근 하고 싶다…."



 코를 훌쩍거리며 지민은 옷을 더욱 단단히 껴입었다. 누구처럼 아프다는 이유로 오후출근을 할 수 없는 지민의 위치는 월급쟁이였다.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서는 거의 일관된다. 레이첼과 석진이 비슷한 시기에 오고, 그 둘로부터 심부름 전화를 받으며 뉴욕 거리를 쏘다닌 지민이 도착하는 것이다. 둘은 아침부터 스케줄을 체크하고 전화를 받았고, 지민은 감상문을 놓고 책상을 정리하고 일간지를 놓는 작업을 했다. 수요일날 석진이 귀국하니 오늘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은 레이첼 혼자였다. 작은 몸으로 쏘다니며 탄산수를 따라놓는 과정까지 마친 지민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레이첼에게 말을 걸었다.



"아침은 맛있게 드셨어요?"



 지민이 코맹맹이 소리로 인사했다. 다이어트하느라 샐러드밖에 안 먹으니까 음식에 관한 질문은 하지 말아줘요. 대답하며 타자를 두들기던 레이첼이 일순 멈칫했다. 잠깐만요, 지민. 혹시.



"감기 걸렸어요?"

"네. 그게…어쩌다 보니 걸렸어요."

"많이 심해요?"

"그건 아닌…에취!"



 허리가 넘어갈 만큼 크게 기침한 지민은 그 와중에도 커피를 사수했다. 다행히 안 넘쳤다. 그러다 잠깐 회의감이 들었다. 난 다쳐도 절대 커피는 다치면 안 된다 생각하는 내 자신이 좀 싫다. 지켜보던 레이첼이 드물게 동정을 표했다.



"저런, 감기 심한 거 같은데요. 조심해요."



 지민은 감동받았다. 여태 레이첼이 지민을 가엽게 여긴 순간은 첫날 면접일을 제외하곤 없었다. 민윤기가 터무니 없는 명령을 내려도 잘 하라는 소리 한번 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관심 없고 애물단지 취급하셔도 날 걱정해주시는구나. 생각해보면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라니까. 코를 훌쩍거리며 휴지로 막은 지민이 씩씩한 척 했다. 감동을 담아 활짝 웃어 보였다.



"저 괜찮아요! 금방 나을 거예요. 원래 몸이 좀 튼튼한 체질이거든요. 매일 아침에 뉴욕도 돌고 있고, 홀리랑 공원도 뛰고 있으니까요! 요즘 체력이 부쩍 늘었어요."

"물론 감기는 낫겠죠."

"에? 그럼 뭘 조심해요?"

"예전 비서 한 명이 중요한 바이어한테 온 전화에서 기침하느라 제대로 받지 못했거든요. 세 번이나 바이어한테 더 되물어봐서 전화가 끊겼어요. 미스터 윤한테 불려갔는데, 거기서도 기침하면서 미스터 윤 얼굴에 침을 뿌렸지 뭐예요. 나온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그게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때 얼굴 닦고 버린 손수건을 태우라고 해서 얼마나 진이 힘들어했는지 몰라요. 지금은 어디서 일하는지…."

"……."

"아무튼, 그거에 관한 말이었어요 지민."



 레이첼은 볼일 끝났다는 듯 타자를 다시 두드렸다. 훌쩍이던 코가 겁먹고 잠시 콧물을 멈췄다. 지민은 레이첼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자신의 미래로 변하는 필터를 체험하고 있었다. 저 멀리 백수무리에서 깃발을 흔들며 어서 오라 축복하는 환상이 보인다. 아, 안돼. 백수는 안돼. 도리질치며 상상을 뿌리친 지민은 오늘 하루 더 윤기의 눈에 띄지 말아야겠다 결심했다. 약국에 들리면 조금 늦을 시간이라 과감하게 패스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 어제 민윤기한테 약 다 주는 게 아니었는데.



"저…레이첼 혹시 감기약 가지고 있어요?"



 레이첼이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이 지민의 눈에 의사가 더는 살 가망성이 없다 고개를 젓는 것과 같이 비추어졌다. 선생님, 이번 한번만요. 이번 한번만 어떻게 안 될까요?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약국에 다녀온다 매달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기침만 잘 참으면 미스터 윤도 뭐라고 하지 않으실 거예요."



 충고하며 레이첼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고 지민이 그 옆으로 따라서 대기했다. 띵,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윤기가 등장했다.



"잠은 잘 주무셨…."

"카드 광고모델 누가 그런 머리 비어 보이는 애를 추천한 거야? 퍽이나 신용이 가게 생겼군. 카드가 아니라 도박광고에나 쓰면 어울리겠던데? 나 같으면 가지고 있던 카드도 버려버리겠어. 당장 바꿔."



 그리고 런칭파티 장소 다시 골라. 주문을 쏟아낸 윤기는 어제 아픈 사람이라 생각할 수조차 없을 만큼 좋은 컨디션으로 보였다. 돌체가바나 가죽자켓을 걸고 오늘도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지민은 냉큼 윤기의 눈에 뛰지 않기 위해 뒤로 몸을 사렸다. 어차피 윤기가 인사를 싸그리 무시하며 먼저 앞으로 걸어나갔지만.



"그리고."



 윤기가 뒤를 돌았다. 지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커피를 양손으로 받쳤다. 거기다 더해 조용히 양손을 들어 옷을 받칠 준비가 되어있다는 행동으로만 메시지를 전했다. 말하다 기침이 튀는 순간 바로 책상이 빠진다 생각하면 올라오는 기침을 꾹 누를 수 있었다. 긴장하는 지민과 달리 윤기는 평소와 다름 없는 태도로 커피를 쏙 빼간 뒤, 걸어나가며 가죽재킷을 뒤로 내던졌다. 으차, 지민이 가죽재킷을 캐치했다.



"점심은 밖에서 먹을 거야. 중화요리 먹고 싶어. 예약해놔."



 집무실 문이 닫힌다. 지민은 안도했다. 부디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석진이 외우는 문장을 어느 샌가 지민도 똑같이 외우고 있었다.





 감기가 꽤 심하게 들었나 보다. 점심시간에 도달하고 있을 때 지민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만 목이 아프고 콧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코끝이 간지럽다 못해 쑤셨다. 볼까지 뜨근한 것이 감기가 더 심해진 게 분명하다. 아아 몸아 정신 차려. 지금은 네가 아플 때가 아니야.



"레이첼!"

"지민, 부르고 계시잖아요."

"아."



휴지를 코에 대고 넋을 놓고 있던 지민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갔다. 윤기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벌써부터 미간을 모으고 있었다.



"내가 언제 실망하는지 재는 놀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다른 일자리 구했어?"

"죄송합니다."

"여기 이거 가져가서 철자 틀린 거 체크해."

"네."



 윤기가 지민을 보지도 않고 책상의 서류를 펜으로 가리켰다. 지민이 책상 가까이 다가갔다. 하필 그때였다. 코가 간지러웠다. 미친 설마 지금. 지민이 스스로를 붙잡을 새도 없이 에취! 몸의 생리현상이 터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잘리지 않겠단 강렬한 의지가 윤기의 얼굴에서 바닥으로 머리를 틀어줬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서류에 눈을 박고 있던 윤기는 그때서야 지민의 상태를 확인했다.



"너 뭐야."

"…감기요."



 윤기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허 흘렸다. 지민은 고개를 숙이고 비 맞은 강아지처럼 코를 훌쩍거렸다. 갈무리 되지 않은 기침이 연신 터져 나왔다. 콜록거리며 지민은 흘금 윤기의 눈치를 살폈다. 무표정이다. 아 망했다. 레이첼이 말했던 대로 영영 쉬라는 말만 하지 않아줬으면 싶었다. 윤기가 작게 고개를 모로 꺾으며 짧은 감상을 남겼다.



"병이 심하네."

"아뇨, 그렇게까진…쿨럭!"



 윤기가 혀를 찼다. 몸이 종잇장이군. 그리고 믿기 힘든 소리를 덧붙였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

"…네?"

"두 번씩 말하게 하는 건 영영 고치지 않을 셈인가 봐. 퇴근하라고."



 지민이 어리벙벙한 얼굴을 했다. 이거 지금 영영 퇴근하라는 소리를 돌려서 말한 건가? 다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빌어야 하나? 숨겨진 말뜻을 알아차리려 지민이 노력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윤기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나가라는 뜻으로 문을 턱짓했다.



"언제 실수할지 모르는 애를 데리고 일하는 취미 없어. 내일까지 원상복귀 해서 와. 이건 내일 오전까지 처리해."



 지민은 윤기가 진심임을 깨달았다. 짜증도 나지 않은 표정이고, 무엇보다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있지 않았다. 꿈인가 생시인가 볼을 꼬집어보려다 빨리 꺼지라는 눈빛의 윤기를 보고 냉큼 서류를 받아 들었다. 혹시 어제 내가 간호해줘서 잘해주는 건가. 그래도 은혜는 무시하지 않는 사람인가 봐. 입이 귀에 걸린 지민이 윤기가 변심할세라 냉큼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 멈칫하고는 윤기에게 쭈뼛쭈뼛 다시 다가왔다.



"저…미스터 윤 그런데 혹시 어제 제 코트 보시지 않으셨나요?"



 윤기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생각났다는 듯 아아, 했다.



"네가 어제 여기 버리고 간 거?"



 덮어준 거거든 이 개자식아…. 지민은 잠깐이라도 좋은 생각을 했던 제 머리를 후려치고 싶었다. 일부러 양보까지 하고 감기까지 달고 나타났는데, 지금 한다는 말이 저거다. 버려? 버렸냐고? 지금 나는 그 코트 없어서 이 지경인데? 안 그래도 열 나는 머리가 윤기와 더 있다간 활화산이 되어 터질 것 같았다. 다시는 내가 챙겨주나 봐라.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속으로만 씩씩거린 지민은 시무룩해진 얼굴로 네, 하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거 내 집에 있어."

"네?"

"나중에 찾아가."



 대체 왜? 지민은 물으려다 금세 뜻을 접었다. 아니야. 물어서 뭔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자기가 가져오라 한 옷 브랜드도 안 알려주는 사람이 그걸 알려줄 리도 없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미스터 윤. 지민은 공손히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생각보다 오래 길어진 시간에 레이첼이 안부를 물었다.



"잘렸어요?"

"아니요. 오늘은 이만 퇴근하래요. 아무래도 일하다 실수하는 것보다 없는 게 나으신가 봐요. 저도 제가 불안하긴 해서…잘됐죠?"



 레이첼이 순간 흠칫했다. 미스터 윤이 퇴근을 하라 했다구요? 커진 눈이 지구가 일년 뒤 혜성충돌로 멸망 당한다는 소식을 들은 듯했다. 지민은 조기퇴근이 그렇게까지 큰 일인가 싶었다. 제 아무리 어거스트라는 큰 회사라도, 사람이 아플 때까지 혹사시키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레이첼이 거짓말을 캐내듯 살금 물었다.



"미스터 윤이 정말 그랬어요?"

"네. 왜 그…에…에취!"



 레이첼이 지민으로부터 순식간에 멀찍이 떨어졌다. 크흥. 눈 주변이 붉어질 때까지 기침한 지민이 코를 훌쩍거렸다. 아 감기 진짜 제대로 걸렸네.



"…레이첼?"

"왜 그런지 알겠네요. 퇴근해요."



 레이첼이 향균 티슈를 뽑아 손을 득득 닦았다. 인류멸망 바이러스 보균자 취급이 섭섭했지만 지민은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이해했다. 가볼게요, 레이첼.

 수프라도 사서 갈까. 따뜻한 걸 먹는 게 좋겠지. 일단 먼저 약국에 들리고. 지민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정국이한테 전화라도 해볼까. 폰을 꺼내든 지민이 번호를 누를까 고민했다. 정국은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와줄 것이다. 그때였다.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도로 열렸다.



"두 번째로 같이 타는군."



 윤기였다. 번호를 누르던 것도 잊고 지민은 금붕어마냥 뻐끔거렸다.



"타세요?"

"왜? 싫어?"

"아니요. 혹시 감기 옮으실 까봐 그렇죠. 제가 내렸다 탈게요."



 둘만 타는 지옥을 또 경험하긴 싫었다. 지민이 급히 내리려 하자 윤기는 지민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말했다.



"됐어. 이미 옮을 거면 진작에 내방에서 옮았겠지."



 탈출은 실패다. 지민이 다급히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레이첼은요?"

"나보고 일터를 비우라는 소리인가?"



 눌러, 버튼. 윤기가 명령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지민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을 누르고 풀었던 긴장을 다시금 살렸다. 왜 하필 지금 타는 거람. 고민은 의외로 빨리 풀렸다. 윤기의 스케줄에 답이 있었다. 점심 중화요리 식당. 제 손으로 예약까지 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리고 나니 지민은 스스로 제 멍청함을 욕했다. 나 또 내 스스로 무덤 팠나 봐.



"……."

"……."



 침묵의 강, 그게 바로 여기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첫만남과 엇비슷했다. 다른 게 있다면, 지민의 기침소리였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채 나오지 못한 기침 소리가 쿨럭쿨럭거렸다. 목구멍 안에서 쿨럭, 코에서는 훌쩍. 유난히 조용한 공간 탓에 더 강조됐다. 어찌나 심한지 지민은 절로 윤기의 눈치를 살피며 어서 이 공포의 엘리베이터가 끝나길 빌었다.

 그러다 43층으로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이 바뀌었을 때 문득 한가지가 떠올랐다. 아 내 코트. 찾아가라 말했지만, 상사 집은 지민이 마음대로 문 따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윤기가 출근 할 때 챙겨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지민은 장담할 수 있었다. 버렸다 말하는 사람한테 배려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코트에 발이 생겨 걸어오는 것을 기대하는 편이 빠를 터였다. 윤기가 코트의 존재 자체를 잊기 전인 지금이 좋은 기회다. 지민이 살그머니 입을 뗐다.



"미스터 윤 그 코트 말인, 쿨럭, 켁!"

"……."

"에취! 크흥, 으어…에흥!"



 윤기가 인상을 찡그렸다. 지민이 금방 후회했다. 닥치고 있을 걸. 그깟 코트가 뭐라고.



"아 정말."



 앞만 보던 윤기가 신경 거슬린다는 눈빛을 보냈다. 지민은 어쩔 줄을 몰랐다. 나도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니긴 한데요. 이게 자꾸 나오네요. 심한 기침에 눈물까지 고였다. 새붉어진 눈가가 조바심을 내며 윤기를 쳐다봤다. 순한 눈꼬리가 눈물을 매달고 방황했다. 원망도 살짝 섞여있었다. 그래서 내가 같이 타지 말자고 한 건데.



"내 비서 장례식엔 별로 가고 싶지 않단 말이지."



 가볍게 혀를 찬 윤기가 가죽재킷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지민의 가슴팍에 팍 붙이듯 떠안겼다.



"먹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윤기는 한치의 미련도 없이 곧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얼결에 양손으로 물건을 떠안은 지민은 선채로 그 정체를 확인했다. 네모난 하얀 박스에 쓰인 단어는 참 익숙한 것이었다. 아스피린. 동그란 밤색눈동자가 동공을 확장시켰다. 이거…어제 내가 준 거 아냐? 코트취급을 보아 분명 약은 버렸다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민은 윤기가 제 손으로 약을 챙기는 모습을 여지껏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안 내리세요?"

"아, 내려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윤기의 뒷모습을 쫓았을 때 이미 윤기는 잘 빠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에 몸을 싣고 있었다. 지민은 개봉된 아스피린 박스를 가만 살피다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은 신기했고, 조금은 희한했다. 그때만큼은 잠시 기침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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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슈짐이들 연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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