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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의 이름은 OST-미츠하의 통학>















"이거 보세요! 너무 예뻐요!"



 지민이 부리에 단풍잎을 물고 쫑쫑 쫓아왔다. 윤기는 나무열매를 담은 커다란 잎사귀의 줄기를 물고 질질 끌다 무성의하게 답했다. 매년 산을 뒤덮는 단풍 따위 아무 감흥도 일지 않았다.



"어 기가 막히게 예쁘네. 너무 예뻐서 가다 밟고 미끄러지겠다."

"산닭 아주머니가 예전에 뱀딸기를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거랑 색이 똑같아요! 이것도 맛있을까요? 산딸기는 엄청 맛있었는데. 여기 이 노랑색 잎은 맛이 없었어요."

"너 잡식이라 해도 누가 밟았는지 모를 그런 거 마구 먹으면 속 탈난다."

"헉…노랑색은 괜찮겠죠…?"

"몇 개 먹었는데."

"윤기님 얼굴만한 거 두 개…아, 아니 세 개요."



 지민이 수를 꼽으며 불안한지 날개를 작게 퍼덕거렸다. 윤기는 굴에서 나올 때만해도 단풍잎 사이를 뒹굴어가며 좋아하다 눈알을 흔들고 있는 지민이 꽤나 웃겼다. 한 편으로는 이 기회를 이용해먹어야겠다는 잔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제대로 된 낙엽길 구경은 처음이라며 열매를 따는 동안 쉴새 없이 쫑알거리는 게 보통 시끄러움이 아니다. 윤기가 자못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세 개? 세 개나 먹었어? 두 개만 먹지 그랬어. 두 개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어, 어떻게 되는 건데요…?"

"털이 다 빠져."



 지민이 파랗게 질린다. 하얀 깃이 파란색으로 물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내, 내 깃털. 지민이 짤막한 꽁지를 말자, 윤기는 한 번 더 태연히 거짓말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나을지도 몰라."



 지민이 울멍울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윤기는 축 처진 발걸음으로 쫓아오는 하얀 새에 만족하며 밤송이가 우수수 떨어져있는 나무 아래에 도착해 밤송이들을 주웠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하루 온종일 시끄럽게 쫓아다니는 하얀 새는 귀찮기 짝이 없었다. 처음 잡아오자마자 먹었어야 하는 건데, 하고 뒤늦게 후회해봐도 이미 떠맡은 짐을 도로 물리기에는 떠내려온 강이 길다. 첫날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해도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박지민은 새인지 강아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윤기가 무얼 하든 옆에 살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행동을 따라 했다. 윤기님도 깃털 골라요? 저도 깃털 고르는 거 좋아해요. 샐샐 웃으며 가슴털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겠다 지민이 부리를 들이밀었을 때, 윤기는 식겁해 냉큼 굴 밖으로 튀어나갔다. 저 멍청한 새가 뭐라는 거야. 가슴털을 고르는 것은 짝을 맺은 사이끼리나 하는 것이었다. 윤기는 자신의 굴에서 자신이 도망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해 꼬리로 굴 바닥을 퉁퉁 쳤다. 그것마저 하얀 새는 속없이 같이하자며 부리로 굴을 쪼았다.



 밤나무 아래에서 높은 빽! 비명이 튀었다. 윤기는 조용한 가을하늘을 가른 갑작스러운 비명에 꼬리를 말며 펄쩍 놀랐다. 박지민이 지른 비명이다. 지민을 돌아본 윤기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얼굴에 밤송이를 붙인 지민이 까만 콩 같은 눈으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고 있었다. 윤기가 짙은 한숨을 쉬며 지민에게 다가갔다.



"뭐해."



 윤기가 부리에 박히듯 붙어있던 밤송이를 앞발로 툭 쳐 날렸다. 지민은 쉽게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왜이래 또.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지민이 날라간 밤송이를 한번 보고, 바닥에 깔린 단풍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제 말해도 괜찮아."

"그러니까요, 그게 윤기님 도와주려구 했는데 박혀버렸어요…."



 지민이 밤송이에 찔린 볼이 따가운지 움찔움찔했다. 그새 하얀 깃털이 헝클어져 엉망이다.



"됐으니까, 네 도움 필요 없으니까 가만히 있어."

"네…."

"나무 아래에서 비켜나 있어. 괜히 떨어지는 거 머리에 맞지 말고."



 지민이 풀이 죽어 움직인다. 짧은 꼬리 깃털도 덩달아 늘어진다. 윤기는 조용해진 작업 환경에 만족했다. 밤송이를 해체하는 작업이란 원래 신중히 해야 한다. 양발로 끝을 잡고 이빨로 물어뜯는데,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얼굴 털에 밤송이가 달라붙어 떼기가 영 힘들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덤비긴 왜 덤벼. 상처 나서 병이라도 얻으면 곤란해지는 것은 이쪽이다. 먹지도 못하고 내쫓아야 한다.

 알만 쏙쏙 골라 빼낸 윤기는 훨씬 조용해진 분위기에 모든 소음의 근원인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은 나무열매가 쌓인 나뭇잎 근처에서 얌전히 앉아있었다. 땅만 바라보고 기가 완전히 죽어 있다. 윤기는 쉽게 다시 밤송이를 집지 못했다. 거슬린다. 하루에도 세 번씩은 지금 당장 잡아먹을까 생각하는데, 막상 조용하니 신경이 쓰였다.

 지민은 나무에서 툭 떨어진 밤송이가 데구르르 굴러오자 흠칫하며 옆쪽으로 뭉기적 움직였다. 그러다 쳐다보고 있는 윤기와 눈이 마주치고 헉, 하고는 눈을 피한다. 윤기는 꼬리를 살랑거리다 밤송이를 내려놨다.



"가자. 다 했어."

"삼일 치 가져가는 거 아니에요?"

"살 빼는 중이야. 요즘 느려졌거든."

"윤기님 빼실 곳 하나도 없는데!"

"시끄럽고 그거 가지고 따라와."



 윤기가 열매가 담긴 잎사귀를 고갯짓했다. 지민은 잎사귀의 줄기를 부리로 물고 윤기의 뒤를 헐레벌떡 쫓았다.



"윤기님 그런데 조금만 천천히 가시면 안돼요? 아 흘렸, 됐다 주웠어요! 어, 어 괜찮은데. 제가 들 수 있어요!"



 말없이 앞발로 지민을 민 윤기가 줄기를 물었다. 파닥거리는 하얀 새를 안 보이는 척하며 여우굴로 향했다.







***







 본디 수인으로 태어나면 필연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도시로 나가 인간과 어울리는 삶과 동물의 모습을 유지하는 삶. 두 갈래의 선택지에서 대부분의 수인은 동물의 삶을 선택한다. 인간조차 살아남기 힘든 도시에서, 인간도 아닌 수인이 적응해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적었다. 윤기가 여우의 생을 택한 건 단순한 이유였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자다 일어나 굴 밖으로 나갔을 때 쏟아지는 햇살이 좋았고, 바람을 가르고 산을 미친 듯이 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귀찮게 하는 생물이 적다는 점이다. 취미 삼아 잠깐 나갔던 인간세상은 혼돈이었다. 일단 같은 종족이라도 경계하는 동물세상과 달리 어찌나 남에게 관심주길 좋아하는지 가만히 서있는 자신을 붙잡고 인상이 좋아 보인다며 따라오라 아우성이었다. 관심은 딱 질색이다. 윤기는 두 번 다시 인간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다.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일은 드물었다.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따뜻한 털도 없는 인간의 모습은 굴 입구로도 들어오지 못한다.


 낮에 이어 또 높은 삐약! 비명소리가 굴을 울렸다. 오랜만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윤기는 은색 꼬리에 몸을 비비적거리다 굴 구석으로 멀찌감치 도망간 지민을 가만 바라다보았다. 파다닥거리며 하얀 깃털을 공중에 뿌리고 도망가 오들오들 떤다. 어찌나 급하게 줄행랑을 치는지 중간에 넘어져 굴을 뒹굴었다.



"이, 인간! 어떻게 굴에…!"



 지민은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맛봤다. 분명 빛깔 좋은 윤기의 털을 붙잡고 놀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윤기가 사라지고 대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인간이 나타났다. 무표정한 얼굴과 얼핏 회색빛을 띄우는 눈동자는 산닭이 그리 조심하라 충고하던 인간이 분명했다.

 윤기는 떠드는 지민에게 관심도 주지 않고 굴 안쪽에 처박아둔 짐에서 훔쳐온 인간의 옷을 꺼내 입었다. 윤기가 제 쪽으로 다가오자 화들짝 놀란 지민은 오, 오지마! 하고 같잖은 위협을 내보이며 날개를 푸닥거렸다. 윤기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방금 전만 해도 좋다 헤벌쭉 웃으며 꼬리에 찰싹 달라붙어있더니만.



"나야."

"유, 윤기님? 인간이 되신 거예요?"

"인간이 무서워?"

"산닭아주머니가 인간들한테 잡히면 꼼짝없이 기름에 튀겨진다구 하셨었어요…그, 그런데 진짜 윤기님이에요?"

"어."



 윤기는 하도 꼬리에 달라붙는 지민을 처리하기 위해 변했지만, 상상이상의 반응이 나오자 내심 놀랐다. 수인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으로 변하는 법을 부모로부터 배운다. 배우지 않아도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변하는 능력을 갖춘다. 그런데 지민의 반응은 어이없었다. 분명 같은 수인이면서, 인간의 모습을 처음 본다는 듯 기웃거린다. 경계 어린 기색으로 살피다 천천히 뒤뚱거리며 다가와 신기한 듯 윤기의 손을 부리로 콕콕 찔렀다.



"무섭긴. 너도 수인이잖아."

"수인이 뭐예요?"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동물들. 너랑 나처럼."

"제, 제, 제가요?"



 태생의 비밀이라도 들은 것마냥 지민이 놀라 까무러쳤다. 어, 너 수인 맞아. 윤기는 건성으로 응하며 굴 안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 옆으로 낼름 쫓아온 지민이 자리잡았다.



"그치만 전 사람으로 못 변하는데…."

"배웠을 거 아냐."

"산닭 아주머니는 이런 거 얘기 안 해주셨는데요?"

"…아."



 산닭은 수인이 아니다. 윤기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응시해오는 지민을 두고 잠깐 고민했다. 가르쳐줘야 하나. 어차피 먹이한테 가르쳐줘서 뭐해. 귀찮기만 하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간 윤기는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에 하나 더 물었다.



"너 그럼 네가 무슨 종인지도 몰라?"

"저요? 저 새잖아요!"

"말고 닭이나 매, 아니면 독수리 이런 거."

"그냥…새…."



 지민이 자신 없는 목소리를 냈다. 산닭은 가족이 아니라 대놓고 말했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윤기와는 아예 딴판이다. 윤기가 황당해하며 말했다.



"진짜 몰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걸요."



 가만 따져보니 거진 태어나자마자 물어왔다. 윤기는 제 탓도 꽤나 있어 지민을 한심해하기 보다는 말을 줄였다. 별숲에서도 만난 적 없는 생김새다. 꼬리는 부채처럼 짤막하게 펼쳐지고, 머리에는 작은 깃이 달려있다. 윤기는 그럼 혹시, 하고 연이어 물었다.



"나는 법도 몰라?"

"날아요? 제가 날 수 있어요?"

"……."

"저기 하늘을요? 진짜요?"



 지민이 벅차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날개를 팔락거렸다. 몸집에 비해 큰 날개는 지민의 몸통보다 컸다. 윤기는 산닭에게 맡긴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나, 곰곰이 되짚어봤다. 그러다 퍼뜩 생각을 고쳐먹고 지민을 팔로 밀어냈다. 미쳤군. 도망 못 가게 날개를 분지르질 못할 망정 친절하게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졸려. 너도 자."

"네!"

"그리고 내 몸에선 떨어지고."

"네…."



 더는 꼬리가 없으니 지민이 달라붙지 않아 피해 자리를 옮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윤기는 제 가슴팍 위에 올라앉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지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









 별숲에는 700년도 넘은 아주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는 유명했다. 그 넓은 안을 파내고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들어, 수인들은 느티나무 공간 안에서 약속했다. 느티나무 안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유지할 것.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은 서로를 상처 입히지 말 것. 느티나무의 약속 아래서 몇 백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법칙을 수인들은 중요하게 여겼다.

윤기는 같이 놀자 조르는 지민을 간신히 떼어내고 오랜만에 느티나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 태형이 나무 굴 사이로 들어오는 윤기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반겼다.



"와! 게으름뱅이 여우다!"

"닥쳐."

"형 진짜 오랜만이네. 난 형 굴에서 자다 돌이라도 된 줄 알았는데. 아 아쉽다. 형 죽으면 형 굴 내가 가지려고 했는데."

"날개 한 짝으로 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윤기는 동그란 나무식탁을 둘러싼 의자 하나에 착석했다. 표범 정국이 느티나무의 명물 버섯주를 마시다 잔을 내려놓았다. 멸종위기라는 정국은 별숲에서도 몇 없는 표범 중 하나로 영향력이 셌다. 윤기는 나무식탁에 다가온 토끼 수인에게 버섯주 한잔을 부탁하고 느티나무 안을 살피더니 물었다.



"늑대는?"

"아 남준이 형 무리에 일이 생겼다고 오늘 참석 못한대요."



 넷이 일주일마다 느티나무 안에 모여 소식을 주고 받지만 윤기는 성가시다며 빠지기 일쑤였고, 반면 남준은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한 매번 모임에 얼굴을 비췄다. 윤기는 아직도 자신이 이 무리에 어울리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독립할 당시 너구리에게 굴을 빼앗았고, 그 너구리를 정국이 사냥하다 마주 친 게 전부였다. 요리조리 도망가는 너구리의 꼬리를 잡아주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이 무리에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정국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형 그거 뭐예요? 소문이 파다하던데."

"무슨 소문."



 윤기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별숲은 언제나 소문이 빠르다. 하늘에도, 덩굴 사이에도 보는 눈들이 많았다. 특히나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참새들이 가장 입이 쌌다. 자신과 지민이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자마자 별숲 끝까지 돌아다니며 어떤 말을 풀어놨을 것이다.



"요즘 고기농사 한다고 소문이 아주 짜한데. 형 부러워하는 동물들 엄청 많아요. 어떻게 하면 도망 안 가냐고 비법 좀 물어봐 달라던데. 올 겨울에 걱정 없겠네요. 그거 먹으면."



 아 나도 도시락 키우고 싶다. 정국이 부러워했다. 윤기는 코웃음을 쳤다. 겨울에 걱정이 없긴. 고작 한끼 식사 먹자고 그 개고생을 해? 여전히 덩치가 크지 않아 고민 중이다. 혹시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어제도 배가 불러 못 먹겠다는 지민을 부추겨 나무열매를 잔뜩 먹였다. 윤기가 나온 버섯주를 한 모금 삼키며 딱 잘라 말했다.



"이번 겨울에 먹을 생각 없어."

"헐 그럼 나 주면 안돼? 내가 먹을래! 겨울에 고기 먹기가 쉬운 게 아닌데."



 태형이 반색하며 외쳤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이 다가오면 모든 생물들이 집안으로 쏙 숨어 안 나오기 마련이다. 둥지나 굴에 모두 식량을 비축하는 때, 태형은 한 겨울 철에도 싱싱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윤기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윤기는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며 테이블 아래로 태형의 발을 툭 깠다.



"아! 왜!"

"내 꺼야."

"어차피 안 먹는다면서. 나눠먹으면 좀 어때서 그러냐. 치사하다, 치사해."

"날개 부러뜨리기 전에 입 닫아라, 어?"



 윤기는 태형이 지민을 물어가는 상상을 하다 기분이 확 상했다. 내가 그렇게 먹여놓고, 재워주고, 키웠는데 감히 낚아채겠다고? 순진한 지민은 어쩐지 태형이 굴에 찾아와 자신이 민윤기의 친구라 말하면 제 발로 따라나갈 것만 같았다. 헤죽헤죽 눈까지 접어가면서 신난다고 따라나가겠지. 가서 애 교육을 좀 더 해야지 원. 필시 지민이 혼자 굴 밖으로 나간다면 백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다른 육식동물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 더불어 잡아 먹히지 않는다 해도 다른 동물들이 지민을 훔쳐간다 생각하니 가슴 안쪽에서 몹시 성이 났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윤기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뜨며 고민했다. 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하나. 자신이 아닌 동물이 다가오면 잽싸게 도망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박지민은 숲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산닭에게 단단히 잘못 배웠는지 인간을 무서워할 뿐, 육식동물한테는 겁이 없다. 일단 첫 번째 교육 목적은 확실했다. 민윤기 자신을 빼고 모든 동물을 경계할 것.



"김태형 너 내일 내 굴에 좀 와라."

"역시 나눠먹…악! 아 아파! 까지마!"



 태형이 까인 무릎을 부여잡았다. 정국이 호기심을 보였다. 윤기는 자신의 굴에 남을 초대하는 것을 누구보다 질색했다. 그런데 굴에 대놓고 하는 초대라니.



"나도 갈래요."

"넌 오지마."

"아 왜요."

"내일 검은 토끼랑 경주한다며."

"참 그랬지. 맞다."



 승부욕이 많은 정국은 온 별숲에 사는 생물에게 경기를 걸고 다녔다. 아 왜 하필 내일로 잡았지. 정국이 아쉬워하는 사이, 무릎을 쓰다듬던 태형이 궁금한 낯으로 말했다.



"그럼 왜 오라고 하는 건데."

"나는 것 좀 가르치라고."

"닭 아니었어요?"



 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얀 새와 함께 돌아다닌다고 소문이 퍼져 당연히 흔한 닭인 줄 알고 있었다. 윤기는 단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부정했다. 어, 아냐. 지민은 닭과는 생김새가 전적으로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잔다. 윤기의 가슴팍 위에서 단 숨을 쉬며 누가 낚아채도 모를 정도로 아주 곤히 잤다. 태형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닭이 아닌데 나는 법을 모른다고? 무슨 종인데."

"몰라."

"에엑? 무슨 고기인지도 모르는 걸 먹겠다는 거야? 요즘에는 원산지 같은 거 잘 확인하고 먹어야 해, 형. 잘못 먹었다가 큰일나. 그 누구더라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온 돼지 먹고 늑대 중에 하나 골로 갔잖아."

"맞아요, 형. 그거 꼭 확인해야 하는데."



 정국이 거들었다. 정작 윤기는 태평하게 버섯주를 밑바닥 끝까지 비웠다.



"뭐 본인 말로는 그냥 새래. 어쨌든 내일 와라. 난 이만 간다."

"왜 벌써 가?"

"맞아요. 온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나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거든."



 태형이 미간을 설풋 찡그렸다.



"그 먹이가?"

"어. 나 안 온다고 오만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고 있을 거다. 밥도 안 먹고 기다려서 빨리 가봐야 돼."



 윤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정국과 태형이 입을 떡 벌리고 사라지는 검은색 뒤통수를 쳐다봤다. 방금 자신밖에 모르는 은여우가 남을 챙겼다. 그것도 비축해놓은 것일 뿐인 한낱 식량을. 윤기가 느티나무 밖으로 나가 은여우로 변해 사라지는 과정을 끝까지 본 뒤, 먼저 정신을 차린 태형이 흐흐 웃었다.



"난 내일 가서 확인해야지. 민윤기가 저렇게 사족을 못 쓸 정도면 얼마나 맛있게 생긴 거지?"

"역시 토끼한테 다음에 경주하자고 할까요?"

"아서라. 형님이 먼저 확인하고 오마."

"꼭 후기 들려줘요."

"분명 살도 통통하고 덩치도 크겠지? 아 날개 간질거려."



 어서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다. 신난 태형이 밖으로 나가 매로 변해 넓은 하늘을 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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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난 2017.01.24 06:17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지민이가 그냥..새.. 하는 부분 음성지원되는데 저만 그런거 아니져.. ㅋㅋㅠㅡㅠ 하얗고 작은 새가 여우 뒤에 쫄쫄 쫓아다니는거 상상되여 흑흑,, 너무 귀여워,, 분명 먹이로 데려왔는데 어느새 다른동물한테 뺏기는거 상상하면서 질투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고 멀지않았네여(뭐가..
    읽으면서 먼가 힐링이 되는 글이에여 귀여운 숲속 슈짐,, 윤기한테 인간되는법 배우는 지민이도 보고싶네여,,, 잘읽고갑미당 ㅠㅠ 재밌는글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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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낭 2017.01.24 14:33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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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뚜 2017.01.24 21:38
    으아 진짜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는 내내 지민이가 귀여워서 죽을 뻔 했습니다ㅠㅠㅠㅠㅠ 윤기도 츤데레처럼 짐니 챙겨주는 모습이 마냥 귀엽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제대로 힐링하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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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뮤트 2017.01.24 22:08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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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밍러부 2017.01.24 23:59
    얼마남지 않았네요.... 슈짐이가 사귀는 날이. ..(아님) 흑흑 왠지 저는 태형이가 지민이 앞에서 이렇게 쪼꼬마한 애를 먹을거냐고 말해서 지민이가 충격 받는 장면이 보고 싶은... ㅠㅠ 글에서 자연 느낌이 나요... 묘사가 너무 귀엽습니다... 놀란 지민이...ㅋㅏ와이,. ... 흑흑 더 놀라줘 속아줘ㅠ 오늘도 토페님의 별숲 넘 맛있고요. 역시 짐른에서 인정한 공식 맛집이네요(?) 오늘도 맛있게 핥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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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RAZON 2017.01.25 15:41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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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터 2018.02.06 17:21
    다들 성격이 너무 좋아요ㅠㅠㅠ 토페님 별숲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롱곡)특히 뒤뚱거리는 지민이 너무 귀여워서 제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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